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생각은 오랫동안 인간 지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등장해 게임, 문제 풀이, 패턴 인식 등 지적 활동을 수행했으나 그것들은 ‘계산’할 뿐 생각한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인간 두뇌의 뉴런 연결 구조를 모방한 신경망 인공지능이 출현하면서 인간 지성과 인공 지성의 차이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를 묻기보다 “기계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어야 할 시점입니다. 지성과 사고에 대한 기존 가정들을 뒤집고 인간과 기계 사이를 치밀하게 파고든 사상가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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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전에, 비사고가 작동한다 《비사고, 인지적 비의식의 힘》
오래된 질문이 있습니다. 기계도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내 질의에 대답하고 심지어 공감과 위로까지 건네는 지금, 질문은 근본적으로 뒤집힙니다. 왜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만 사고할 수 있다고 당연시해 왔을까요? ‘인간 대 기계’라는 이분법을 넘어 그 둘의 뒤얽힘과 공진화를 사유해 온 세계적 포스트휴머니즘 이론가 캐서린 헤일스가 사고에 대한 인간중심적 관점을 벗어나 인간의 의식과 기계의 작동을 아울러 사유할 수 있는 통합적 틀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인지에 대해 그리고 우리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 인지가 지닌 중요성에 대해 대화를 촉발하고, 우리로 하여금 모든 살아 있는 존재와 비인간 타자들을 위해 더 지속 가능하고 오래가며 번성하는 환경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캐서린 헤일스 지음, 송은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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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학으로 밝힌 인공 지성과 인간 지성의 미래 《휴버트 드레이퍼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열광과 두려움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인공지능이 어떤 지성인지 진지하게 고찰해야 합니다. 휴버트 드레이퍼스의 ‘인공 이성 비판’은 일찍이 그러한 철학적 고찰을 선도했습니다. 초기 인공지능의 실패에서 유서 깊은 계산주의적 지성관을 발견하고, 현상학에 기반해 계산적이지 않은 인간 지성의 특징을 설명했습니다. 드레이퍼스의 고찰은 20세기 후반의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추지만, 신경망 인공지능을 위시한 현재의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풍성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공학적·기술적 층위가 아니라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지성을 검토하기 때문입니다. 드레이퍼스를 따라 인공지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해 봅시다.
최일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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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정의를 새로 쓴 계몽 시대의 전위 《라 메트리, 인간-기계》
계몽의 시대는 인류의 오랜 미망과 통념을 허물고자 한 도전의 시간이었습니다. 라 메트리는 이 들끓는 시대의 전위였습니다. 영혼이나 정신을 물질로 환원하면서 인간에 대한 해묵은 정의를 무너뜨리려 했습니다. 인간이 생물학적 기계라는 파격적 선언으로 몸과 마음, 인간과 비인간 사이 위계를 뒤흔드는 사유의 장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라 메트리의 사상은 지성사적·역사적 맥락을 유실한 채 ‘기계적 유물론’이라는 이름에 갇혀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인간의 자기 정의가 전복되는 지금, 라 메트리라는 창을 통해 현재를 들여다볼 때입니다. 현대 유물론과 뇌과학에 앞서 인간의 중심성을 해체한 라 메트리에게서 사상의 해방적 힘을 발견해 봅시다.
이병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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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기술은 오늘날 철학의 첨예한 화두가 되었을까요.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이 일상 곳곳에 침투하고 편재하면서 ‘인간’과 분리 불가능해졌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요인을 넘어 세계 그 자체를 ‘생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을 부차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 인간 중심 형이상학은 지금의 사태를 설명하는 데 실패하고 맙니다. 인간과 기술의 뒤얽힘, 그로부터 창발하는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 기술철학을 선도하는 육후이의 사상, ‘코스모테크닉스’가 바로 그러한 철학입니다. 장밋빛 기술 낙관론, 인공지능 디스토피아론을 모두 넘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기술 생태계의 실재를 생생하게 통찰할 수 있습니다.
박준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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