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평론선집 출간 특집 1. 김종회 기획위원 인터뷰

2658호 | 2015년 6월 29일 발행
한국 출판사 초유의 사건, 한국문학평론선집 출간
한국문학평론선집 출간 특집 1. 김종회 기획위원 인터뷰

이때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보기 힘들
시와 소설의 전집과 선집은 많다.
그러나 문학평론 100년사를 정리하는 선집은 없었다.
지만지 한국문학평론선집은 50명의 대표 평론가를 통해 한국 문학평론의 역사를 확인한다.
초판본의 의식과 문체가 역사를 일으켜 세운다.

이 선집의 정체가 뭔가?
한국의 문학평론 100년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여기저기 흩어진 평론들을 문학의 역사성을 염두에 두고 한군데에 모았다. 한국문학을 더욱 빛나게 만든 대표 평론가 50명의 명문들이다.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일이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런 선집은 지금까지 없었고, 사실 앞으로도 있기 어렵다. 시나 소설은 여러 유형의 선집이 있었고 앞으로도 가능하겠지만 평론은 다르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한국 문학평론 100년의 역사를 조감하고 당대의 문학평론이 문학을 어떻게 지켜 냈는지 엿보게 될 것이다. 문학평론이 가지는 파수꾼의 역할이 이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지도 절감하게 될 것이다.

한국 문학평론의 역사를 100년으로 보는가?
고려의 이규보나 조선의 서거정 등 옛 학자도 나름의 안목을 가지고 작품을 평했다. 그러나 객관적 방법론을 토대로 한 체계적 문학 이론이 등장한 것은 1910년대 이후였다.

이 선집이 보는 한국 문학평론의 역사는 어떤 모습인가?
한국문학은 크게 몇 개의 결절점을 가진다. 일제강점기 초기의 근대문학 태동, 카프의 등장 및 해산과 민족문학의 대두, 해방 이후와 한국전쟁기 문학, 그리고 그 이후 격동의 역사와 함께 10여 년의 주기를 두고 변화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 평론가들과 그들의 평론이 담겼다.

대표 평론가가 누구인가?
한국 근대문학을 개척한 이광수, 최초의 작가론 ＜춘원 연구＞를 쓴 김동인, 카프문학을 대표하는 김기진과 박영희, 해방기 좌익을 대표했던 임화·김남천과 우익을 대표했던 조연현·김동리, 전쟁 후 실존주의 문학론을 펼쳤던 김붕구, 방대한 문학사를 정리한 김윤식, 외국 문학 이론을 수용해 한국문학의 폭을 넓힌 김우창, 문예이론의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한 김성곤, 컴퓨터 게임 서사의 영역에까지 문학평론의 폭을 넓힌 최유찬 등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평론가들을 이 선집에서 만날 수 있다.

초기의 평론은 어떤 모습인가?
1910년대부터 서구 문예이론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평론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특히 주목할 만한 평문은 이광수가 1916년 발표한 ＜문학이란 하(何)오＞다. 문학의 정의를 시도한 글로 초창기 문학론의 형성 과정과 수준을 보여 주는 평문이다.

두 번째 행보는?
1925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약칭 카프(KAPF)가 결성되었다. 문학을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여기는 카프 비평이 당대의 주류를 이루었다. 일제의 탄압으로 카프가 해산된 1930년대는 비평의 백가쟁명 시대였다. 백철의 휴머니즘론, 이헌구의 행동주의 문학론, 최재서의 주지주의 문학론, 김환태의 인상비평, 김남천의 고발문학론 등이 이 시기에 등장했다.

해방 정국을 어떻게 타고 넘었나?
임화·김남천·한설야 등의 좌익과, 조연현·김동리·정태용 등의 우익의 대립이 극명해졌다. 한국전쟁 이후 문학비평은 민족문학론, 모더니즘론, 실존주의 문학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한국전쟁 이후의 모습은?
1960년대에는 ‘참여’와 ‘순수’ 개념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1970년대에는 김윤식 교수의 ≪한국 근대 문예비평사 연구≫를 필두로 한국 문학평론사에 관한 연구가 체계화되었다. 1980년대 중반 월북 문인들의 저술이 해금되면서 이들의 문학평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이후 문학평론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맞이해 영화와 컴퓨터 게임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기 시작했다.

평론가 선정의 기준은?
학술적 가치와 의의, 문학사적·문단사적 영향력, 비평 이론의 독자성, 동시대 현장 비평의 유효성 등 제반 비평적 덕목을 고려했다.

선정 방법은?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1차적으로 대상 평론가를 선정했다. 이후 전국 대학의 한국문학 전공 교수, 현장 평론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한국 근현대 문학평론을 대표하는 평론가 50인을 확정했다.

작품은 누가 골랐나?
평론가 자신이 대표작 또는 애착을 가지는 작품을 골랐다. 작고한 평론가는 그 평론가에 정통한 현직 문학평론가가 선별했다.

이번에도 초판본인가?
그렇다. 처음으로 발표한 신문, 문예지 등의 표기를 그대로 살렸다. 작품의 의도를 왜곡과 훼손 없이 정확하게 전달하고 당시의 어투를 살리기 위해서다. 한자나 작품명 등 명백하게 오류라고 판단되는 것은 바로잡았고, 띄어쓰기는 가독성을 고려해 현대의 표기법에 따랐다.

해설은 누가 썼나?
해당 평론가를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논문을 쓴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 역시 현직 평론가이고 언젠가는 이런 시리즈에 이름을 올릴 사람들이다. 자신이 담당한 문학평론가의 작품 세계, 작품 활동의 성과와 가치 등에 대한 메타비평을 했다.

문학평론이란 무엇인가?
문학작품이나 작가 또는 문학 이론을 대상으로 삼아 그 가치를 규정하고 평가하는 작업이다.

문학평론도 문학인가?
그렇다. 오랫동안 문학평론의 지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괴테와 체호프는 문학평론을 문학작품에 종속되는 하위 장르로 규정하고 비평무용론이나 비평부정론을 주장했다. 반면 와일드나 존 머리는 문학평론을 새로운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는 창작 의식의 소산으로 보며 비평예술론을 주장했다. 오늘날에는 많은 이들이 문학평론의 독자성을 인정한다.

이 시대에 평론이 뭘 할 수 있는가?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와 향유를 증진한다는 T. S. 엘리엇의 언표가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문학작품의 해명과 가치 평가도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종회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이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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