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 시대, 번역사는 사라지는가?
AI 번역의 급속한 발전은 번역사를 대체할 것인가? 인간 번역과 AI 번역의 복잡한 관계와 경계를 비판적으로 탐색한다. 초기의 오류투성이 기계 번역에서 시작해 신경망 기반 번역, 그리고 챗GPT에 이르기까지 AI 번역은 놀라운 정교함을 획득했다. 하지만 문화 번역, 문학 번역, 윤리적 책임 등에서 인간 번역의 고유한 역할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기계 vs 인간’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서 번역의 본질과 전문성을 되묻는다. 번역사뿐 아니라 AI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번역의 의미, 인간의 역할, 그리고 기술과 공존하는 전문성에 대해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위기의 언어를 넘어, 가능성의 언어로 번역을 다시 읽는다.
200자평
AI 번역의 급진적 진보 속에서 인간 번역사는 어떤 존재인가? 번역 기술의 발전과 그 파급력을 분석하며, 인간 번역의 의미와 전문성을 되짚는다. 기술과 공존하는 새로운 번역의 미래를 제시한다. 인공지능총서.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고선정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특임교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학부생과 통번역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번역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통번역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통번역원으로 근무하다가 번역을 둘러싼 다양한 연구를 하고 싶어서 학업을 다시 시작했다. 통번역학, 역사학, 사회학, 교육학 등 학제 간 연구에 관심이 많다. “한국 전쟁기 군 통번역사의 역할과 정체성 연구”(2022)로 박사학위논문을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1945~1953년 미군 한국인 통역관 관련 신문 담화 분석”(2023), “한국전 휴전 협정에서 ‘Korea’ 번역 문제”(2024), “미디어 지식을 활용한 대학생 UX 라이팅 교육 연구”(2024) 등이 있다. 공역으로 《라캉 정신분석의 핵심 개념들》(2013)이 있으며 에이전시 소속으로 출판 번역을 위한 영미 검토서 작업을 포함해 다양한 번역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차례
AI 번역에 대한 (재)인식
01 AI 번역의 발전 과정
02 AI 번역에 대한 담화 분석
03 AI 번역과 번역 교육의 변화
04 AI 번역과 번역 시스템의 고도화
05 분야별 AI 번역의 활용
06 AI 번역 결과물의 타당성과 신뢰성
07 AI 번역과 문화 번역
08 AI 번역과 인간 번역 평가의 문제
09 AI 번역과 인간 번역의 구별 짓기
10 AI 번역과 윤리적 책임
책속으로
그러나 NMT가 본격 상용화되는 3단계에서는 기계 번역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진다. 신경망 기계 번역은 통계 기반 기계 번역과 달리 문장을 분할해 단어 대 단어로 변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장 전체를 한 단위로 처리한다. 문장에 담긴 모든 정보를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문맥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으며, 번역 결과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이에 따라 번역 결과물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기계 번역의 품질에 대한 학계의 관심과 연구도 증폭된다. 특히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유형의 텍스트를 선정하여 기계 번역과 인간 번역 간에 번역 품질을 비교 분석하면서 기계 번역의 한계를 설명하기 위한 연구도 이뤄졌다. 그 결과 문장이 길어지거나, 텍스트 외적인 이해가 필요하거나, 유머나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경우 번역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들이 나왔다.
-01_“AI 번역의 발전 과정” 중에서
아무래도 교수자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기계 번역을 사용한다고 해서 번역물이 좋아지거나 번역 역량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표면적으로 기계 번역기를 사용하는 것이 쉽고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기계 번역 활용은 사실 사용자에게 상당한 수준의 비판 의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번역 교육에서 AI 번역을 활용하는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번역 과정에서 AI 사용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범위 설정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시급한 문제는 기계 번역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문해력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고 교육 방법을 수립하는 것이다.
-03_“AI 번역과 번역 교육의 변화” 중에서
지금까지 기계 번역이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해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조차 그 한계를 뛰어넘은 셈이다. 게다가 파파고는 대명사 오류를 50건 범했으나 챗GPT는 13건으로 훨씬 적다. 이는 파파고에 비해 챗GPT가 맥락을 고려하여 대명사를 선택하는 능력이 제한적이지만 작동했음을 보여 준다고 이 연구는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이 연구는 챗GPT의 위치는 현시점에서 인간 번역과 기계 번역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챗GPT가 문학 데이터를 꾸준히 학습한다면 오류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06_“AI 번역 결과물의 타당성과 신뢰성” 중에서
AI는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에 텍스트 번역만을 두고 인간과 AI의 차별성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결국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보다는 번역이 중요하게 고려되는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 간 소통을 담당하는 언어 전문가(language specialist)로서 번역사의 직업적 정체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결국 번역의 주체에 대해 논할 때 하나의 번역 프로세스를 누가 수행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행위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번역’이라는 언어적 소통이 포함된 분야 전반에서 텍스트 번역뿐만 아니라 문화 번역까지 책임질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는 바로 인간 번역사라는 인식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주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번역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견지하려는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09_“AI 번역과 인간 번역의 구별 짓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