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와 OTT 드라마, 작법의 새로운 지형
OTT 플랫폼의 급부상과 생성형 AI의 등장이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다룬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산된 OTT는 분량과 형식의 제약을 무너뜨리고, 시즌제·사전 제작·데이터 기반 기획을 일상화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작가들이 어떻게 새롭게 적응하고, 창작법을 바꾸고 있는지를 면밀히 짚는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기존의 보조 작가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며, 아이디어 발상·플롯 구성·대사 초안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AI가 만든 초안을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은 여전히 인간 작가의 몫이다. 기획과 설계, 판단과 해석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작가의 책임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작가성’이 드러난다. 이 책은 데이터로 감정선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프롬프트를 통해 구조를 잡는 새로운 창작 환경을 소개하면서도, 마지막을 책임지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OTT와 AI가 뒤흔드는 시대, 드라마 작가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더 이상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기획과 큐레이션 능력이다. 작가와 창작자들이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통찰과 전략을 제시한다.
200자평
OTT 플랫폼과 생성형 AI가 만들어 낸 새로운 제작 환경을 분석한다. 자유로운 형식, 데이터 기반 기획, AI 보조 작법의 등장 속에서 여전히 인간 작가의 기획력과 책임이 핵심임을 강조한다. 인공지능총서.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정시영
위티즈 미디어랩의 대표이자 대경대학교 연기예술과 겸임교수다.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영화영상제작학과에서 연출 석사학위를 받고, 시나리오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영화박물관 에듀케이터로 재직했고, 단편영화 〈모델〉, 〈케인〉, 〈흰둥이〉, 〈골고다의 방〉, 〈선수끼리 왜이래〉의 기획·각본·연출을 맡아 미장센단편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피렌체한국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한 바 있으며, 대종상단편영화제 기획상, 고양한백시나리오공모전 최우수작품상, 서울노인영화제 우수상, 충주단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창작 역량을 입증해 왔다.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글앤그림미디어에서 보조 작가로 활동하며 챗GPT를 활용한 OTT 드라마 집필 작업에도 참여했고, KCI 등재 논문인 “OTT 시즌제 드라마의 서사 전략 연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 중심으로”를 《영상문화콘텐츠연구》 학술지에 게재했다. 현재 AI 유튜브 채널 ‘할파고’를 운영하며, 숭실사이버대학교에서 생성형 AI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인덕대학교 혁신지원사업 ‘AI X 언리얼엔진 첨단 영상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에서는 AI 시나리오 슈퍼바이저이자 지도교수로 활동 중이다. 특히 ‘제33회 젊은 연극제’의 영상 총괄을 맡아 고전 작가들과의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독창적인 AI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저서로는 《AI 콘텐츠 크리에이터》, 《AI 유튜버 되기》가 있으며 이 외에도 직접 운영하는 위티즈 미디어랩을 통해 서울시 내 초·중·고교 및 20개 자치구 진로센터와 협력해 AI, 유튜브, 미디어 리터러시, 영화·영상 제작 관련 수업을 연간 300회 이상 진행하고 있다.
차례
OTT 플랫폼의 등장
01 AI와 OTT 드라마 작법
02 AI와 스토리텔링의 통합
03 기획안 작성
04 캐릭터 개발과 AI
05 드라마의 플롯 포인트
06 시놉시스 작성
07 AI를 통한 대본 작성
08 AI 리딩
09 작가의 역할과 AI 사용 시 주의점
10 AI의 미래와 드라마 제작
책속으로
시즌제의 가장 큰 전략은 ‘중간 감정의 포기’다. 기존 드라마는 회차마다 갈등과 해소가 반복되며 감정의 파고가 비교적 일정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즌제는 ‘1화에서 4화까지 고조, 5화에서 전환, 6화에서 폭발’ 같은 장기 리듬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회차별 감정의 기복이 적은 대신 시즌 후반부의 몰입이 강해진다. 이 구조는 작가에게 감정 설계에 대한 인내와 집중을 요구한다. 한 회차의 재미보다 전체 시즌의 긴장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즌제는 캐릭터 아크의 분할 구조를 필요로 한다. 시즌 1에서는 ‘변화의 출발점’까지만 보여 주고, 시즌 2에서 ‘새로운 자아’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성장 서사를 쓰는 작가라면 시즌 1의 끝에 반드시 ‘잃음’ 혹은 ‘깨달음’을 배치해야 한다. 감정의 완결이 아닌 감정의 전환을 남겨야 다음 시즌으로 연결된다. 이 방식은 감정의 구조를 전제로 한 이야기 구성이고, 단발 드라마보다 훨씬 정교한 감정 계획을 필요로 한다.
-01_“AI와 OTT 드라마 작법” 중에서
AI는 톤의 실험에도 유용하다. 동일한 사건을 두 가지 정서로 표현하게 하면 어떤 감정이 더 설득력 있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작가는 감각으로 판단하지 않고, 구조와 표현을 실험해 선택한다. 이 과정은 기획안을 단단하게 만들며, 드라마의 중심 정서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해 준다.
기획안은 기획 그 자체이며, AI는 이를 반복적으로 실험해 주는 엔진이다. 작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톤을 결정하며, AI는 설계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지금까지의 드라마 작가가 직감과 경험으로 기획안을 설계했다면, 이제는 구조와 프롬프트로 설계하는 시대다. AI는 글을 대신 쓰는 존재가 아니라 기획의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동료다. 서사의 구조, 정서, 회차 분기점, 톤의 설계까지 모두 프롬프트 기반 설계로 연결된다.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둔 기획안이 플랫폼을 설득할 수 있다.
-03_“기획안 작성” 중에서
AI는 이 후킹 포인트를 중심으로 극을 재배열하는 데 탁월하다. 작가는 프롬프트에서 “독자의 시선을 잡는 인상적인 반전 요소” 혹은 “서사의 중심에 갈등과 아이러니를 배치해 줘” 같은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시놉시스 전반에 긴장감을 심을 수 있다.
또한 후킹 포인트는 단지 ‘소재의 기발함’에 그치지 않는다. 정서와 주제, 캐릭터의 목표가 유기적으로 엮일 때 후킹은 실제 몰입으로 이어진다. AI는 수많은 서사를 분석해 왔기 때문에 이 포인트가 클리셰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며, ‘덜 알려졌지만 강력한 갈등 구조’를 제안할 수 있다.
-06_“시놉시스 작성” 중에서
AI는 데이터로 학습한다. 그 데이터는 특정 문화, 성별, 계층, 인종에 대한 고정 관념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 ‘리더’라는 단어에 남성형 인물의 대사만 반복되거나 ‘사랑’이라는 테마에 특정 연령대나 외모의 인물만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의 결과가 아니라 서사를 통해 사회를 구성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작가는 이 편향을 인식하고, 무비판적으로 AI의 출력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것은 가능한 수많은 옵션 중 하나일 뿐이며, 윤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표현, 인물 설정, 정서 구조는 작가가 능동적으로 제거하거나 재해석해야 한다. 특히 AI가 생성한 설정이 타인을 비하하거나 희화화하는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작가에게 귀속된다. AI는 책임지지 않는다. 제작자와 작가만이 결과물의 윤리적 함의를 감당해야 한다.
-09_“작가의 역할과 AI 사용 시 주의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