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미디어는 어디에나 있지만, 정의하기 어렵고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우리 삶에 완전히 엉겨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갈수록 자동화하고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여겨지던 영역들이 잠식되면서 미디어는 점점 더 보이지 않고, 막연한 불안감만이 엄습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미디어에 대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새로이 등장한 미디어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다른 분야들과 엮는 작업은 인간 자유의 공간을 열 유일한 방법입니다. 미디어와 인간의 뒤얽힘을 사유하는 커뮤니케이션북스의 책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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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철학으로 자유를 재발명하라 《사진의 철학을 위하여》
기계가 생각마저 대신 해 주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첨단 기술이라는 블랙박스, 속이 보이지 않는 상자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릅니다. 그저 그 ‘자동성’의 편리에 도취될 뿐입니다. 자동화한 기술이 잠식한 세계에 인간의 자유는 없습니다. 어떻게 인간은 다시 자유의 공간을 열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자동화한 기술의 출발점, 사진 촬영 기술에 주목합니다. 기술 프로그램에 잠식당하는 삶의 원초적 풍경을 포착하고, 인간에게 남아 있는 자유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다가올 인간 현존재에 몰두하는 모든 철학의 시발점”, 사진의 철학이 26년 만에 새 번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빌렘 플루서 지음, 이진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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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철학은 이러한 사진적 실천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에 탈산업적 맥락 속 자유의 모델이 등장하기 때문에 사진철학이 필요하다. 결국 사진철학은 자유를 위한 공간을 여는 것이 여전히 가능함을 보여 주기 위해 인간의 자유가 자동화하고 프로그래밍된 그리고 프로그래밍하는 기구들의 영역에는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야 한다. 사진철학의 과제는 이러한 자유의 가능성(아울러 의미 부여의 가능성)을 숙고하는 것이다. 사진철학은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우연한 죽음의 필연성에 직면한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숙고한다. 이러한 철학은 우리에게 여전히 열려 있는 혁명의 유일한 형식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_ “사진철학의 필연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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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의 새 지평을 탐사하다 《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인간과 기계 사이 경계가 더욱 흐려졌습니다. 챗GPT를 시작점으로 생성형 인공지능들이 소위 ‘인간의 영역’에 긴밀히 뒤얽힌 결과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언어와 컴퓨터의 코드, 전통적 인쇄 문학과 현대의 전자 문학,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복잡한 상호 관계를 섬세하게 포착, 오늘날 인간이 지능형 기계들과 어떻게 뒤얽히며 포스트휴먼 주체성을 띠게 되는지에 대해 정밀한 해석을 제시합니다. ‘인간 대 기계’라는, 우리에게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가짜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인간과 기계의 공존 관계를 적확히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선사할 것입니다.
캐서린 헤일스 지음, 이경란·송은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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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언어에 대해서는 그간 방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서도 그보다는 적지만 상당한 양의 연구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두 종류의 언어를 연결하는 피드백 루프를 탐색하는 비평은 극소수다. 문제는 코드와 언어가 다른 맥락에서 출현하고 발전할 뿐 아니라, 기호학적으로 혹은 물질적으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에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차이들을 이해하는 작업이 여러 다양한 전문가 집단들이 관련된 탓에 지체되고 있다. 전문가 집단의 한쪽에는 인문학자와 언어학자가, 다른 한쪽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있다. 이들 공동체 간에 전반적으로 소통이 부족한데도 프로그래밍 코드와 언어는 매일 수없이 만나며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교섭은 범위 면에서는 전 지구적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며, 일상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컴퓨터에 의존하는 환경이라면 거의 모든 곳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이제 기술적으로 발전된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은 언어만이 아니라 ‘언어 더하기 코드’에서 비롯한다.”
_ “01 상호매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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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전에, 비사고가 작동한다 《비사고, 인지적 비의식의 힘》
오래된 질문이 있습니다. 기계도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내 질의에 대답하고 심지어 공감과 위로까지 건네는 지금, 질문은 근본적으로 뒤집힙니다. 왜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만 사고할 수 있다고 당연시해 왔을까요? ‘인간 대 기계’라는 이분법을 넘어 그 둘의 뒤얽힘과 공진화를 사유해 온 세계적 포스트휴머니즘 이론가 캐서린 헤일스가 사고에 대한 인간중심적 관점을 벗어나 인간의 의식과 기계의 작동을 아울러 사유할 수 있는 통합적 틀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인지에 대해 그리고 우리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 인지가 지닌 중요성에 대해 대화를 촉발하고, 우리로 하여금 모든 살아 있는 존재와 비인간 타자들을 위해 더 지속 가능하고 오래가며 번성하는 환경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캐서린 헤일스 지음, 송은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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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고는 의식적 자기성찰(conscious introspection)로는 접근할 수 없지만 의식이 기능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비의식적 인지 프로세스(nonconsicous cognitive process)의 존재를 확증하는 신경과학의 최근 발견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 비의식적 인지 프로세스의 힘을 전부 다 이해하려면 인지를 근본에서부터 뒤집어 다시 사고해야 한다. 더 나아가 비의식적 인지 프로세스의 존재 자체가 인문학에 잘 알려져 있지 않으므로, 비사고는 의식이 작용하는 방식에 관해 널리 받아들여진 관념들 너머에서 손짓하는 미지의 영역을 시사한다. 비사고는 비의식적 인지를 고려할 때 열리는 풍요로운 가능성을 가리키는 한편, 인간과 기술적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을 개념화하는 강력한 힘 또한 지칭한다. 이는 현대 선진 사회 삶의 정치적·문화적·윤리적 지주들을 더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_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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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네틱스의 역사를 추적하다 《마음은 어떻게 기계가 되었나》
인지과학은 인간의 마음이나 컴퓨터와 같은 지능적 체계에서의 정보처리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오늘날 인공지능 탄생의 지적 배경입니다. 인지과학은 인공지능의 성공에 힘입어 스스로를 마음을 기계로 만드는 ‘마음의 과학’으로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21세기를 지배 중인 이 마음의 과학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이 책은 ‘사이버네틱스’에서 인지과학의 기원을 찾습니다. 사이버네틱스의 역사, 그리고 옮긴이의 풍부한 해설을 통해 ‘인간의 진보를 위해 인간을 격하하는’ 인지과학의 모순적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장피에르 뒤피 지음, 배문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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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가 “인간의 인간적 활용”을 말했다면, 21세기의 우리는 ‘인간의 지구적 활용’을 생각해야 한다. 아직 인간을 대신할 윤리적이고 주체적인 기계는 등장하지 않았다. 인간이 기계를 이기적 욕망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 그 기계는 반란과 혁명의 기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문제는 인간이다.
_5장 안내의 글 “혼돈의 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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