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능동적 팬덤은 왜 생기고, 산업은 그 에너지를 어떻게 수익화하나
게이미피케이션·체험 마케팅·아우라로 해부한 아이돌 비즈니스
능동성과 포섭, 두 얼굴의 팬덤 원리 해부
아이돌 팬덤은 취향 공동체를 넘어 거대한 생산·유통 시스템의 핵심 노드다. 스밍, 리셀, 버추얼 아이돌, 팬 플랫폼 등 현상은 빠르게 바뀌지만 ‘왜 그런 행동이 나타나는가’라는 질문은 늘 남는다. 이 책은 팬덤을 감정의 집단이 아닌 규칙과 인센티브가 작동하는 문화·산업 메커니즘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팬덤 콘텐츠의 구조를 정리하고, MDA(메카닉스–다이내믹스–에스테틱스)로 2차 창작의 동력을 설명한다. 이어 슈미트의 체험 마케팅으로 팬 플랫폼의 설계를, 베냐민의 아우라/탈아우라로 포토카드의 가치 형성을 분석한다. 유전학의 ‘확장된 표현형’ 개념을 끌어와 자기표현 욕구가 어떻게 지속 생산을 낳는지 입증하고, 버추얼 아이돌 사례로 향유 방식의 최신 변화를 추적했다. 저자에 따르면 팬덤 콘텐츠의 생성은 팬덤의 확장된 표현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는 도킨스가 말하는 물리적 개체 밖으로 유전자를 확장하는 작동 원리와 상통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팬덤은 본래의 자아 표현을 확장하기 위해 자신의 개체를 넘어 팬덤 콘텐츠로 이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팬덤은 자기표현을 위한 도구로서 팬덤 콘텐츠를 생산하며 이 행태는 자신의 존립과 연결된 팬덤 콘텐츠의 생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 책은 K-팝 팬덤을 이해하려는 연구자·기획자·마케터·창작자, 그리고 현상을 넘어 원리를 알고 싶은 일반 독자에게 필요한 실전형 해설서다. 독자는 이 책을 읽고 나면 팬덤 행동을 예측하는 프레임을 얻게 되고, 캠페인·굿즈·플랫폼 UX·데이터 지표 설계까지 작동하는 기획으로 연결하는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200자평
이 책은 아이돌 팬덤을 능동적 생산자이자 산업에 포섭되는 소비자라는 이중 지점에서 해부한다. 팬픽·팬아트 등 2차 창작의 동력을 ‘게이미피케이션과 확장된 표현형’으로 설명하고, 팬 플랫폼·포토카드의 체험 마케팅과 아우라 전략으로 산업의 작동 원리를 밝힌다. 버추얼 아이돌까지 확장해 팬덤–산업–미디어의 상호작용까지 다루고 있다. 독자는 팬덤 현상이 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고, 기획·브랜딩·데이터 운영에서 실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지은이
오윤지
오윤지
가톨릭대학교 예술미디어융합학과 교육전담 초빙교수다. 한양대학교 국악과에서 학부 및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한양대학교 문화 콘텐츠학과에서 “K-Pop 팬덤 콘텐츠 생성 구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콘텐츠전략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2020∼2023)했으며, 한양대학교 ERICA 문화 콘텐츠학과, 순천향대학교 한국문화 콘텐츠학과에서 강의(2023∼2025)했다. 도쿄 메이지대학교 초청학자(2024)로 활동하며 글로벌 K-Pop 팬덤 연구를 수행했으며, 현재 (사)한국애니메이션학회 사무국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AI 기반 버추얼 아이돌의 진정성 문제: 뮈토스와 로고스의 복합적 부재”(2025), “K-Pop 일본 팬덤의 향유 구조와 정체성”(2025), “버추얼 아이돌 팬덤의 향유 문화 연구”(2024), “아우라와 탈아우라의 경계: K-Pop 포토 카드와 팬덤”(2024), “팬 경험을 활용한 팬 플랫폼 전략: 위버스를 중심으로”(2024), “K-Pop 팬덤 콘텐츠의 유형 연구: 유튜브 플랫폼을 중심으로”(2022), “SNS 챌린지 콘텐츠의 게이미피케이션 연구”(2022) 등이 있다.
차례
지금 여기, 아이돌 팬덤
01 아이돌 팬덤 문화
02 아이돌 팬덤 콘텐츠
03 아이돌 팬덤과 게이미피케이션
04 아이돌 팬덤과 게이미피케이션: 메카닉스
05 아이돌 팬덤과 게이미피케이션: 다이내믹스
06 아이돌 팬덤과 게이미피케이션: 에스테틱스
07 아이돌 팬덤의 확장된 표현형
08 아이돌 팬덤과 산업: 팬 플랫폼
09 아이돌 팬덤과 산업: 포토 카드
10 버추얼 아이돌과 팬덤
책속으로
생산자 창의 기반 생성-지식적 정보는 아이돌과 관련된 지식적 정보 전달이 목적이면서 팬덤이 새롭게 내용을 생성한 콘텐츠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팬덤 콘텐츠로는 ‘굿즈를 이용한 방 꾸미기’, ‘ 언박싱 후기’, ‘팬픽’ 등이 있다. ‘굿즈를 이용한 방 꾸미기’는 콘텐츠 생산자인 팬덤이 방을 꾸미는 방법을 굿즈를 활용해 설명하는 콘텐츠다.
“02_아이돌 팬덤 콘텐츠” 중에서
존 라도프(John Radoff)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순위표, 배지 시스템, 포인트 시스템’과 같은 게임 디자인의 도구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파생되는 플레이어의 경험과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Radoff, 2011). 애런 디그넌(Aaron Dignan)은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할 때 메카닉스뿐만 아니라 경험적 측면인 다이내믹스 부분을 적절히 활용해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Dignan, 2013).
“03_아이돌 팬덤과 게이미피케이션” 중에서
또한 팬덤 콘텐츠는 복수의 미디어 안에서 각자의 지향점을 가지고 참신하고 다양한 형태로 생성된다. 이는 게임적 관점에서 승부를 위한 루두스(ludus)가 아닌, 표현을 목적으로 한 파이디아의 관점에서 콘텐츠가 생성됨을 보여 준다. 이 두 개념은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가 제시한 것으로, 파이디아는 ‘기분 전환’, ‘소란’, ‘자유로운 즉흥’ 등의 원리(Caillois, 2018)가 게임을 지배하는 것을 말하며, 루두스는 어떠한 것을 획득하고자 하는 시합 등에서 경쟁심을 유발하는 게임 구조를 의미한다.
“04_아이돌 팬덤과 게이미피케이션: 메카닉스” 중에서
이러한 콘텐츠 생성 구조 속에서 각 팬덤이 지닌 차별화된 역량은 다양한 장르의 팬덤 콘텐츠가 생성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고, 팬덤 콘텐츠의 다양화는 다시 팬덤의 향유 구조를 세분화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생산자 혹은 수용자 팬덤 모두에게 폭넓은 향유의 스펙트럼을 제공한다. 기존의 팬덤 향유가 어느 대표적인 플랫폼에 정착해 정보를 수용하고 공유하는 과정이었다면, 현재는 공동체에 속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진입점이 되어 팬 실천과 활동을 이어 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팬덤 향유 구조의 세분화는 개인으로 활동하는 팬덤을 가능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06_아이돌 팬덤과 게이미피케이션: 에스테틱스” 중에서
팬덤이 능동적으로 팬덤 콘텐츠를 생성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팬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생산성은 팬덤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 팬덤 콘텐츠는 각 장르마다 모에 요소를 지니는데, 이는 팬덤의 취향과 역량에 따라 콘텐츠가 생산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팬덤은 ‘팬덤으로서’ 팬덤 콘텐츠 생산을 시작하지만 그들의 행동 심층에는 자신의 본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그들의 퍼슨 영역에서의 역량이 팬덤 콘텐츠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07_아이돌 팬덤의 확장된 표현형” 중에서
이렇게 공식 포토 카드는 누구나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유통 구조 전략을 펼치며 아우라를 형성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포토 카드에 희귀성과 거리감을 부여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원본성과 일회성의 속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원본이 중요한 포토 카드 시장의 니즈에 따라 엔터테인먼트는 이를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희귀성과 거리감이 존재하는 포토 카드 판매 전략은 ‘반포자이 포카’, ‘트리마제 포카’ 등의 이슈와 함께 향유자 재거래 현상을 사회적 화두로 떠올리게 했다.
“09_아이돌 팬덤과 산업: 포토 카드” 중에서
점차 팬덤은 표면으로 드러나는 캐릭터와 캐릭터 뒤의 ‘본체’에 경계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팬덤이 혼종적 존재 자체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팬덤은 가상과 실재의 영역을 이분법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버추얼 아이돌의 앞무대와 뒷무대에 존재하는 정체성의 경계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향유한다. 이는 캐릭터와 인간의 조합으로 인위적으로 연출된 결과물이 팬덤의 무의식의 영역으로 옮아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모순적이고 구분되는 성질을 지닌 캐릭터 외형과 인간미가 하나로 작동하면서 팬덤에게 소구되는 현상을 만들어 낸다.
“10_버추얼 아이돌과 팬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