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랑의 경계를 넘어서
인류가 가장 오래 품어온 감정, ‘사랑’이 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탐구한다. 신화와 문학 속 영원한 사랑이 사라진 자리에서, 오늘날 사랑은 기술과 외로움의 언어로 다시 쓰이고 있다. 피그말리온의 조각상, 호프만의 자동인형, 에디슨의 ‘말하는 인형’, 그리고 영화 〈그녀〉의 인공지능 연인까지. 인간이 비인간 존재에게 느껴온 사랑의 역사와 그 심리적, 철학적 배경을 추적한다. 외로움이 만연한 21세기, 사람들은 감정을 인식하고 대화하는 로봇과 교감하며, 관계의 공허를 메우려 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결핍을 비추는 거울이자 사랑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한다. 저자는 반려 문화, SF 영화, 실제 사례를 오가며 묻는다. “AI와의 사랑은 진실할 수 있는가?” 이 책은 기술이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성찰하게 하는 철학적 여정이다.
200자평
외로움의 시대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결핍을 어떻게 메우는지를 탐구한다. 피그말리온에서 〈그녀〉까지, 인간과 비인간의 사랑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AI와의 관계는 기술이 아닌 감정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AI총서.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천현순
경상국립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부교수다. 독일 쾰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알렉산더 클루게(Alexander Kluge)의 문학작품에 나타난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매체성이라는 주제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에서 HK연구교수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매체, 지각을 흔들다》(2012), 《인간과 포스트휴머니즘》(공저, 2013), 《기억, 서사, 정체성》(공저, 2018)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인간, 인공지능 그리고 사랑-SF 영화에 재현된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중심으로”(2022), “마인드 업로딩과 디지털 영생의 문제-카를 올스베르크의 SF 소설 《막다른 골목에 선 소년》을 중심으로”(2024), “호모 데우스와 포스트휴먼 상상력-사이언스 픽션 문학 속 키메라와 사이보그”(2019) 등이 있다.
차례
인공지능(AI)으로 변해 가는 사랑의 지형도
01 인간과 인공지능의 반려 문화
02 사랑 담론과 사랑의 파트너로서 인공지능
03 인간의 감정과 인공지능의 감정
04 반려종 관계와 소중한 타자성
05 인간의 배타적 사랑과 인공지능의 초월적 사랑
06 결핍형 인간과 완벽형 인공지능의 동거
07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 그리고 결혼
08 사랑 또는 섹스 파트너로서 인공지능 로봇
09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
10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생 가능성
책속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언어 공동체에 속한다. 언어 공동체로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은 주로 ‘언어’를 통해 일어난다. 우리는 인공지능에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또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언어를 통해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의 표현은 정신 작용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생명 공동체로서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이 주로 몸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라면, 언어 공동체로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은 주로 언어를 통해 일어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로 발전하면서 육체보다는 정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01_“인간과 인공지능의 반려 문화” 중에서
그렇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은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또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까? 내가 인공지능과 함께 있을 때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뛰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나는 이러한 느낌을 통해 인공지능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 하지만 인공지능도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는 인공지능의 목소리, 얼굴 표정, 제스처, 나의 말에 반응하는 그의 태도 등을 통해 인공지능의 감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인공지능의 감정 표현이 어떤 사람에게는 ‘진짜’처럼 여겨져서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03_“인간의 감정과 인공지능의 감정” 중에서
인간은 늘 실수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불완전하고 결핍된 존재다. 이 때문에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고 추구한다. 인간은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리워하고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한다. 이에 반해 인공지능은 엉뚱한 짓이나 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결함이 없는 완벽한 존재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갈망을 채워주고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해 모든 욕구와 갈망을 충족하게 된다면, 인간은 결국 그 본질을 잃게 될 것이다.
-06_“결핍형 인간과 완벽형 인공지능의 동거” 중에서
최근 들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인공지능을 이상적인 배우자로 생각하여 결혼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인간과 인공지능의 이러한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애착 관계로 설명한다. 애착이란 특정한 대상과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 현상을 말한다.
-09_“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