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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새해까지 9일이 남았습니다. 내년은 병오(丙午)의 해입니다. 천간 ‘병’은 태양을, 지지 ‘오’는 말을 상징합니다. 강렬하고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과도한 열정으로 일을 벌이거나, 환한 빛으로 나의 약점까지 드러날 수 있습니다. 붉은 말의 기운이 담긴 책 네 권을 소개합니다. 마음가짐을 굳게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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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일은 오직 짐플리치시무스에게 반박하는 거지요.” 《사기꾼 방랑 여인 쿠라셰의 인생기》
쿠라셰는 태양처럼, 어떤 역경이 와도 빛을 잃지 않습니다. 빛은 어두운 곳까지 환히 비추지요. 진실을 밝혀 냅니다. 《돈키호테》와 동급으로 평가되는 《모험가 짐플리치시무스》. 《사기꾼 방랑 여인 쿠라셰의 인생기》는 이 책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쿠라셰는 짐플리치시무스의 위선을 까발려 망신을 주려고 합니다. 그녀는 그와 달리 분명하게 자신의 주장과 도덕적 견해를 고수합니다. 일생을 거의 남장을 하고 전쟁터에서 보냈으며, 남편을 거듭 잃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남습니다.
한스 폰 그리멜스하우젠 지음, 김미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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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들과 함께 유럽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아주 많은 장난질과 도둑질을 꾸며 내고 실행했지요. 그 모든 일을 다 적으려면 종이가 천 장쯤은 있어야 할 텐데, 아마 그만큼 많은 종이를 가진 사람이 없을걸요. (…) 어차피 이제 짐플리치시무스를 영원한 조롱감으로 충분히 만들었고, 그가 자우어브루넨에서 어떤 여자와 동침했고, 그가 온 세상 앞에서 그 여자를 얼마나 찬양했는지 밝혔다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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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공업이 뜬구름이 되었구나. 사해(四海)에 가득했던 이름과 성상의 은총을 누구에게 전하며, 높고 큰 장부의 뜻을 지니고 어찌 차마 세속 여자들처럼 살리오? 예전에는 국가의 원훈(元勳)이요, 백관의 으뜸이었는데 이제 여자의 옷을 입고 거울을 들어 얼굴을 비추게 되었구나. 당당한 장수와 재상의 골격이 어찌 이렇게 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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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큰 갈망은 예술에 있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어느 수도사의 심정 토로》
어둠을 밝히는 지혜를 주고 날것을 가공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불의 힘. 《예술을 사랑하는 어느 수도사의 심정 토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예술가의 “열망”입니다. 18세기 말 독일, 모든 것을 이성으로 해석하려는 계몽주의와 형식 위주의 고전주의에 반발해 새로운 문화가 꽃핍니다. 독일 낭만주의의 시작입니다. 당시 예술계에 종교 붐을 불러올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빌헬름 바켄로더, 루트비히 티크 지음, 임우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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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예술가들이나, 자신을 예술에 바치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지난 시대에 대한 신성한 경외심 때문에 아직도 마음이 부풀지 못해 조용히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 글을 바치고자 합니다. 이들은 내가 이 글을 쓸 때와 똑같은 사랑으로 읽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의미도 없을 내 말에 혹시 많은 감동을 받아 더욱 깊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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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너무 뜨거웠다. 그는 일어섰다.” 《뜨거운 여름》
병오는 한여름에 뜬 태양으로 가장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습니다. 절정에 이른 베트남 전쟁과 반전 운동, 프라하의 봄, 중국의 문화 혁명, 파리의 5월 봉기, 그리고 이와 함께 지구촌에 울려 퍼진 록 음악. 한마디로 1960년대는 질풍노도의 시기였습니다. 이 책은 독일의 68운동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때의 혁명은 사회주의 혁명이 아닌 인간 해방을 추구했습니다. 무엇보다 무감각한 일상생활에서 감수성을 해방시켰습니다.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적인 표현, 그 시절 유행했던 영화와 음악이 그때의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우베 팀 지음, 오용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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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가, 우리 고양이 시위를 벌이면 어때, 밤에 저택가에서, 하고 말했다. 레나테는 무정부 상태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을 들고 앞에 서고 뒤에는 검정, 하양, 밤색, 알록달록한 고양이, 거기에 시민적 특권을 스스로 포기한 샴 고양이까지 형형색색으로 수천 마리가 따르고. 그래서 조용한 저녁의 고급 주택가를 발톱을 감추고 살그머니 행진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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