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부로 구성된 비평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제1부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인생’에서 그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러시아 정신의 두 극으로 대비”한다. 그는 이 비평서에서 전자를 “육의 종교적 관조자”로, 후자를 “영의 관조자”로 본다. 동시에 그는 러시아의 두 거인이자 대문호인 그들이 서로 “모순되지만, 육의 영화에 노력하고 영의 육화에 상대적으로 노력한다면, 결국 합일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보여 준다. 또 그는 “톨스토이는 육체와 자연, 그리고 이성의 순수함을 대표하며, 도스토옙스키는 영혼과 죄, 그리고 초월의 신비를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톨스토이는 ‘하늘 없는 인간’이며, 도스토옙스키는 ‘인간 없는 하늘’이다.” 그는 이 두 세계의 대립 속에서 “‘신인적 인간’, 즉 영과 육이 통합된 새로운 존재 유형”을 찾고자 한다.
이 책에서 그는 단순히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비교 문학적 연구”만 수행한 것이 아니라, “두 인물을 통해 러시아 정신의 근본적 분열과 그 극복 가능성을 탐색”했다. 그의 사유는 “니체의 초인사상,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의 신인동체론, 초기 기독교 영지주의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종교와 예술의 합일’이라는 러시아적 유토피아”로 귀결된다. 특히, “메레시콥스키는 9회에 걸쳐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문학·사상 활동을 “제3 증언(Third Testament)”이라 칭하며, 기독교 전통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신앙과 문화를 꿈꿨다. 문학사적으로 그는 “러시아 상징주의 운동의 ‘이론가 겸 실천가’로서 자리매김”이 되며, 당시 “‘예술을 위한 예술’과 ‘영성의 회복’을 모색했던 지식인 집단과 깊이 연관”돼 있었다.
본 번역 비평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인생》 편은 이러한 사유의 출발점으로, “인간을 단순한 윤리적 존재나 심리적 개체로 보지 않고, 신성(神性)과 육체성의 변증법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가 담긴 책이다. 메레시콥스키는 “톨스토이의 윤리적 ‘선’과 도스토옙스키의 신비적 ‘악’을 종합함으로써, 인간이야말로 신의 진정한 형상임을 주장”한다. 이 사상은 이후 러시아 종교 철학자 베르댜예프나 불가코프 등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 비평서의 제2부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예술’에서는 두 세계의 대립이 미학적 차원에서 논의된다. 톨스토이의 도덕주의적 예술관은 인간의 순결과 절제 속에 머무는 반면, 도스토옙스키의 예술은 죄와 구원, 인간 심연의 비극을 통해 신의 현존을 드러낸다. 그는 이 둘을 통해 예술이 신학과 철학을 잇는 매개체임을 주장하며, 예술을 현대의 성례전으로 간주한다.
200자평
노벨문학상 후보로 아홉 차례나 언급되었을 정도로 러시아 현대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 메레시콥스키의 저작이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비교한 비평서는 많지만 메레시콥스키는 가장 상세하고 철저한 분석을 제시했다. 그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비교 문학적 연구만 수행한 것이 아니라, 두 인물을 통해 러시아 정신의 근본적 분열과 그 극복 가능성을 탐색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톨스토이의 윤리적 ‘선’과 도스토옙스키의 신비적 ‘악’을 종합해 ‘신인적 인간’, 즉 영과 육이 통합된 새로운 존재 유형을 찾고자 한 그의 사상은 이후 러시아 종교 철학자 베르댜예프나 불가코프 등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된 비평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에서 ‘1부 인생’을 번역했다.
지은이
드미트리 메레시콥스키
드미트리 세르게예비치 메레시콥스키(Дмитрий Сергеевич Мережковский, 1865∼1941)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궁정 고위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서 1884년부터 1889년까지 역사·언어학을 공부하며 고전학과 철학적 사상에 몰두하는 등 러시아의 “전통적 교양 교육을 받은 엘리트”였다. “1880년대 후반 상징주의 운동의 선구자로서 시 〈원인 없는 기쁨(Без причины радость)〉 등을 발표했으나, 곧 시적 형식주의보다는 종교적 변혁 사상에 천착”하게 된다. 1892년 그는 비평서 《현대 러시아문학의 쇠퇴 원인과 새로운 흐름에 관하여(О причинах упадка и о новых течениях современной русской литературы)》에서 “유물론과 실증주의 및 전통적 문학 경향에 대항해 예술의 유미적이고 신비적인 사명을 강조했으며, 인간의 영적 활동의 수단으로서 예술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초기 러시아 상징주의 운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삼부작 소설 《그리스도와 반그리스도(Христос и Антихрист)》와 함께 또 하나의 대표작인 비평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Л. Толстой и Достоевский》는 바로 이러한 “신인(神人)론적 사유의 정점”에 해당한다.
20세기 초, 그는 신약성경의 묵시록(요한계시록)의 예언을 바탕으로 영과 육의 합일을 보여 주는 성령의 왕국이 지상에 도래할 것을 꿈꾸며, 새로운 종교의식을 고양하고자 잡지 《새로운 길》(1902∼1904)과 ‘종교 철학회’에서 활동했다.
그의 후기 사상은 ‘신정치’와 ‘종교적 역사철학’으로 확장된다. 그는 《예수의 비밀(Иисус Неизвестный)》(1907), 《황제와 신(Царь и Бог)》(1911), 《십자가와 검(Крест и меч)》(1912)으로 구성된 ‘신과 인간의 역사 3부작’에서 종교의 내적 진화와 문명의 종말론을 탐구했다.
1917년 10월에 일어난 러시아 혁명은 그의 사상에 “결정적인 전환”을 가져온다. 그는 10월 러시아 혁명을 “신 없는 종교”로 규정하고, “볼셰비즘을 반(反)그리스도의 현상”으로 비판한다. 결국, 1920년에 소비에트 볼셰비키 정권에 반대하여 프랑스 파리로 망명길에 올라 그곳에서 활동하며 《예언자 루시(Пророк Русь)》, 《예언자 표도르 도스토옙스키(Пророк Фёдор Достоевский)》 등을 집필한다. 망명 후에는 “반공의 입장”에 서서 “무솔리니를 찬양”하기도 하고,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에 대한 비판과 나치 독일의 대(對)소련 공격을 지지했다는 평가가 있어, 전후에는 러시아 내에서 그의 문학이 오랫동안 금기시”되기도 했다. 또 그는 “‘러시아의 사도’로서 서유럽 독자에게 러시아 정신의 영적 사명을 전하려 했으며”, 1941년 나치 점령하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옮긴이
이영범
이영범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 학사 및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푸시킨의 《대위의 딸》의 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청주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현재는 같은 대학의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생활러시아와 러시아문학과사상 및 문화 관련 강의 등을 하고 있다. 한국노어노문학회 회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실용 러시아어》(공저), 《비디오 러시아문학 감상과 이해 1, 2》, 《테마 러시아 역사》(편저), 《러시아어 말하기와 듣기》(공저), 《쉽게 익히는 러시아어》(공저), 《한-러 전환기 소설의 근대적 초상》(공저), 《러시아 문화와 예술》(공저), 《러시아 문화와 생활 러시아어》, 《파워 중급 러시아어》, 《표로 보는 러시아어 문법》, 《인간의 가치》(공저), 《시와 노래로 배우는 러시아어》, 《글로벌 이주와 다문화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주요 역서로는 《러시아 제국의 한인들》(공역), 《대위의 딸》, 《인생론》, 《참회록》, 《크로이처 소나타》, 《체호프 유머 단편집》,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인생》 등이 있다.
차례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인생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난 그 4년을 산 채로 관 속에 묻혀 있었던 시간으로 생각해. 이 시간이 얼마나 무서웠는지를 너에게 말할 수 없군. 매시간, 매 순간이 내 영혼에서 돌처럼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끝없는 고통이었지. 온 4년 동안 내가 유형지에 있다고 느끼지 않았던 시간은 한순간도 없었어.
– 192~193쪽
톨스토이에게 죽음의 비밀은 삶의 너머에 있다. 도스토옙스키에게 삶 자체는 죽음과 같은 비밀이다. 톨스토이는 세속적인 눈으로 내부에서 죽음을 바라본다. 도스토옙스키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죽음으로 보이는 내부에서 피안의 눈으로 삶을 바라본다.
– 209쪽
만약 톨스토이의 삶이 지하 샘에서 솟는 자연 그대로의 맑은 물과 같다면, 도스토옙스키의 삶은 같은 원초적 깊이에서 솟아나지만, 용암, 재, 독한 연기, 질식할 듯한 악취와 뒤섞인 불과 같다.
– 275쪽
그리고 그 곁에는 젊은 시절에도 “결코 젊어 보이지 않았던” 도스토옙스키의 얼굴이 있다. 움푹 들어간 뺨에는 고통스러운 그림자와 깊은 주름이 드리워져 있다. 거대한 벌거벗은 이마 위에서 이성의 모든 명료함과 위엄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가엾은 입술은 “성스러운 병”의 경련에 일그러진 것처럼, 마치 “신성한 질병”의 경련으로 일그러진 것 같은 가련한 입술이다. (…)
이 두 얼굴의 모든 상반성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그들은 이상하게 닮아 보이는데, 혹시 그 이유가 도스토옙스키에게도 톨스토이처럼 평범한 농민 같은 얼굴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 290~2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