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는 공기가 아니라 자원이다
인공지능을 ‘코드’가 아니라 ‘물질’로 다시 보게 만든다. 챗봇의 가벼운 답변 뒤에서 데이터센터는 전기와 물을 삼키고, 반도체와 배터리를 위한 광산과 공급망은 지구를 재편한다. 이 책은 플로리디의 ‘정보 공간’과 ‘온라이프’가 만든 탈물질화의 환상을 벗기고, 크로퍼드가 말한 광산·노동·행정 권력의 인프라로서 AI를 추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라벨링 노동, 폭증하는 전력과 냉각수, 희토류·구리·리튬을 둘러싼 자원 경쟁과 지정학, 그리고 전자 폐기물과 기후 부담까지, AI의 비용은 현실의 무게로 돌아온다. 더 나아가 한국이 ‘IT 강국’인 이유가 제조와 소재, 금속 정제와 부품 산업이라는 물질의 층위에서 가능했음을 짚으며, 포스코·배터리·석유화학·전자부품 기업들이 어떻게 디지털 세계의 뼈와 혈관을 만드는지도 보여 준다. AI 시대의 혁신을 말하려면, 먼저 그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의 세계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200자평
AI를 비물질적 기술로 소비하는 습관을 뒤집는다. 데이터센터의 전기·물, 반도체와 배터리 광물, 보이지 않는 노동과 공급망이 AI를 움직인다. 혁신의 이면을 ‘물질’의 관점에서 해부하며 지속가능한 선택을 묻는다. AI문고.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손현주
전주대학교 창업경영금융학과 조교수로, 미국 하와이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국의 대안 미래, AI와 미래, 퓨쳐스 리빙랩 등이다. 저서로 《AI 경영론》(공저, 2026), 《AI와 사랑》(2025), 《AI와 트렌드》(2025), 《AI와 미래 사회》(2025), 《인공지능법》(공저, 2024), 《글로컬 시대 지방정부 외교와 공공외교: 전략적 소통과 지역 브랜딩의 방법과 사례》(공저, 2024), 《인공지능과 일상생활》(공저, 2021) 등이 있고, 역서로 《콤무니타스 이코노미》(공역, 2020)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2025), “인공지능과 일상생활의 자유: 스마트홈이 인간 자유에 미치는 영향”(2024), “디지털 디자인씽킹: 디지털 기술이 디자인씽킹 프로세스에 미치는 영향”(2023), “코로나19와 정치의 미래”(2021), “인공지능혁명과 정치의 미래 시나리오”(2020), “인공지능 거버넌스와 민주주의의 미래”(2019), “한국인의 가치관과 미래 선호 가치”(2019) 등이 있다.
차례
AI 시대, 물질이 바꾸는 세상
01 디지털 세상의 뿌리, 반도체와 실리콘
02 AI의 에너지 효율 혁명, 화합물 반도체
03 AI 모빌리티의 동력, 리튬과 코발트
04 도시와 전력, 구리로 연결되는 세상
05 스마트 기기의 숨은 주인, 희토류
06 AI 신경망의 혈관, 광섬유와 빛
07 실리콘의 후계자, 탄소 나노 소재
08 몸과 마음을 잇는 물질, 생체 적합성 소재
09 청정에너지의 동력, 수소 이야기
10 AI 이후의 물질성, 지속 가능한 공존
책속으로
21세기 디지털 문명을 이끄는 AI는 마치 인류가 창조한 거대한 추상적 지성처럼 보이지만, 이 지성은 역설적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취약한 물질적 기반 위에 세워져 있다. (…) AI 시대의 실리콘 칩은 단순한 전자 부품을 넘어 국가의 생존과 전략적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 자원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반도체 산업에 안정적이고 일직선으로 뻗은 공급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구조는 전 세계에 흩어진 핵심 기술과 자본이 소수의 국가와 기업이라는 ‘전략적 급소’로 모여들었다가 다시 퍼져나가는 ‘중심축을 둔 방사형 구조(hub-and- spoke)’에 가깝다. 이는 중앙의 매듭 하나가 끊어지면 전체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는, 극도로 취약한 글로벌 기술 생태계임을 의미한다.
-01_“디지털 세상의 뿌리, 반도체와 실리콘” 중에서
리튬과 코발트는 이제 ‘하얀 석유(white oil)’라 불린다. 20세기 석유가 그렸던 지정학의 지도를, 21세기에는 배터리 광물이 다시 그리고 있음을 뜻한다. 석유 시대에는 중동 산유국이 에너지 패권의 중심이었다면, 전기차와 AI 모빌리티의 시대에는 남미 안데스 고원, 아프리카 콩고, 호주와 중국이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03_“AI 모빌리티의 동력, 리튬과 코발트” 중에서
AI 관점에서 보면, 이 유리 거미줄은 초거대 언어 모델의 ‘장거리 신경 연결’에 비유할 수 있다. 한국에서 어떤 사용자가 미국 서해안 데이터센터에 있는 AI 모델에 질문을 보내면, 그 데이터는 서울과 부산, 일본과 하와이, 캘리포니아를 잇는 해저 케이블을 따라 빛의 속도로 달려간다. 수만 킬로미터를 돌아온 응답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초도 되지 않는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말은 유리 섬유와 희토류 증폭기, 반도체 스위치, 데이터센터의 서버 랙을 거치는 복잡한 여정을 마친다. 사용자로서는 즉시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지구를 가로지르는 장거리 여행의 결과다.
-06_“AI 신경망의 혈관, 광섬유와 빛” 중에서
수소 사회라는 밝은 미래를 말하기 전에, 먼저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그 수소,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라는 수소는 정작 지구에서는 홀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물에서는 산소와 꼭 붙어 있고, 석유·가스·석탄에서는 탄소와 끈질기게 엉겨 있다. 우리가 에너지로 쓰는 수소 기체(H₂)는 자연에서 그냥 줍는 자원이 아니라, 강제로 떼어내서 제조해야 하는 인공적인 연료에 가깝다. 이 말은 곧 수소는 언제나 다른 에너지와 물질을 집어넣어야만 얻을 수 있는, 일종의 2차 에너지라는 뜻이다.
-09_“청정에너지의 동력, 수소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