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디지털 플랫폼 시대, 비평의 주인은 누구인가
예술의 권위주의를 깨는 디지털 공론장, 당신의 댓글이 비평이 된다
플랫폼·네트워크·예술 사회학까지, 디지털 시대 비평의 구조 변동을 한 권에 담은 분석서
이 책은 팬데믹 이후 디지털 공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예술 담론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미술관과 극장이 닫힌 자리에는 온라인 전시와 스트리밍 공연, 그리고 그에 대한 수많은 리뷰와 감상평이 등장했다. 주목할 점은 말하는 주체가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예술 비평은 전문 비평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대학생, 인스타그램에 전시 후기를 올리는 직장인, 블로그에서 영화를 분석하는 주부까지, 누구나 자신의 감각과 언어로 예술을 해석하고 공유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예술의 유통 방식을 넘어 예술과 사회의 관계, 담론의 위계, 문화적 권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그 결과 접근권은 넓어졌지만 전문성의 기준은 흔들리고, 참여는 늘었지만 담론은 파편화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긴장을 찬반의 논리로 재단하지 않고, 그 복합적인 역학을 차분히 추적한다.
유튜브·SNS·블로그·온라인 커뮤니티 등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비평 활동을 폭넓게 수집·분석하는 한편, 부르디외의 ‘문화자본론’과 ‘장이론’, 젠킨스의 ‘참여적 문화론’, 매클루언의 ‘미디어론’, 단토의 예술철학 등을 종합해 디지털 시대 예술 비평의 구조를 해명한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디지털-현실 복합체 속에서 예술 경험과 비평 행위가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섬세하게 짚는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한국적 맥락에 대한 집중이다. 높은 인터넷 보급률, 활발한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 그리고 전통적 위계질서가 디지털 참여 문화와 충돌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문학의 등단 제도, 미술의 화랑 시스템, 음악 산업의 기획사 구조가 플랫폼 환경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도 살핀다. 동시에 OTT와 유튜브 산업이 만들어낸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관리 부재·윤리 문제·책임의 공백이라는 과제도 정면으로 다룬다.
이를 통해 예술 비평의 변화가 문화 민주화의 한 국면임을 보여 준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성찰이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에 예술의 가치와 비평의 책임을 함께 사유하려는 독자들에게 단단한 이론적 틀과 현실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200자평
팬데믹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확장된 예술 담론을 분석한다. 유튜브·SNS·블로그를 중심으로 누구나 비평에 참여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접근성 확대와 전문성 약화라는 긴장도 함께 나타났다. 이 책은 현장 분석과 문화·미디어 이론을 결합해 한국적 맥락에서 예술 비평의 구조적 변화를 짚고, 디지털 시대 예술의 가치와 비평의 책임을 함께 묻는다.
지은이
천미림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철학과에서 미학과 도덕철학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석사 학위 주제는 “아담 스미스, 공감의 미학: 도덕 철학과 미학을 중심으로”다. 이후 동대학원에서 미학과 기술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주제는 “과학예술 융복합의 실천유형: 초학제적 특성을 중심으로”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과학철학위원회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며 예술철학과 과학기술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동시에 독립 큐레이터 및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예술의 초학제적 시도와 관련하여 인간과 과학기술의 상호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의식을 조형적으로 탐구하고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관심이 있다. 또한 여러 매체와 전시를 통해 과학예술 융복합 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김홍규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과학철학교육위원회 강사 및 HYᐨ과학기술윤리·법·정책센터 전문연구원이다. 한양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주제는 “플로리디의 정보철학과 인공지능 윤리”다. 현재 한양대학교와 한양사이버대학교에서 과학기술 철학과 인공지능 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적 접근, AI 리터러시, 그리고 AI 윤리 교육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논문은 “PBL을 활용한 AI 리터러시 교육 사례 연구: 한양대학교 ‘인공지능의 철학’ 과목의 주제 구성과 운영”(2024), “이미지 생성 AI 발전에 따른 교양교육의 방향성 연구”(2024) 등이 있다. 저서로는 『AI 리터러시 역량과 미래 대학 교육』(2025, 커뮤니케이션북스)이 있다.
차례
디지털이 바꾼 예술 비평의 풍경
01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 예술의 변화
02 전문가를 벗어난 예술의 민주화
03 아마추어 비평 시대의 개막
04 메시지가 된 미디어: 매클루언의 재해석
05 커뮤니케이션의 혁신: 네트워크 이론
06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경계
07 팬덤과 마니아의 문화적 확장
08 리뷰와 비평의 차이
09 디지털 리터러시와 바람직한 비평
10 새로운 시대의 공존과 비평의 미래
책속으로
기존 연구들이 기술적 측면이나 산업적 측면에 치중한 것과 달리, 이 연구는 문화적·사회적 의미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는 사실보다는, 그것이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갖는 민주주의적 함의는 무엇인지에 더 관심을 두었다.
이러한 접근은 예술 비평의 변화를 단순히 미시적 현상으로 보지 않고, 한국 사회의 문화적 민주화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하려는 거시적 관점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기술이 가능하게 한 참여의 확대는 단순히 예술계 내부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권위주의 문화와 수직적 소통 구조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디지털이 바꾼 예술 비평의 풍경” 중에서
플랫폼이 예술에 가져온 가장 뚜렷한 성과는 접근성과 다양성의 확대다. 과거 예술 경험은 특정한 제도적 공간에 제한되었으나, 플랫폼은 물리적·사회적 제약을 약화시켰다.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창작물을 발표할 수 있고, 이는 신진 작가뿐 아니라 소수자·지역 예술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예술의 민주화는 단순한 참여 인구 증가가 아니라, 기존 제도권 바깥에서 활동하던 주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01_디지털 플랫폼의 등장, 예술의 변화 ” 중에서
디지털 시대의 예술 민주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창작자와 수용자 간의 전통적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예술에서는 창작자는 작품을 생산하고, 수용자는 이를 감상하고 평가하는 명확한 역할 구분이 존재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확산은 이러한 경계를 재편하고 있다. 수용자는 더 이상 단순히 작품을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인 창작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팬 픽션(Fan Fiction)’, ‘리믹스(Remix)’, ‘커버(Cover) 영상’, ‘밈(Meme)’ 제작과 같은 활동은 수용자가 직접 창작의 과정에 개입하고, 원작의 의미를 변형하거나 재생산하는 사례를 보여 준다. 이는 수용자가 단순한 피드백 제공자를 넘어, 작품의 생산과 의미 형성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02_전문가를 벗어난 예술의 민주화” 중에서
아마추어 비평의 또 다른 의의는 기존 주류 매체가 다루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와 작품들을 조명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비평은 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작품들, 즉 정전(正典, Canon)에 속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개인 블로거나 유튜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비주류의 장르라도 기꺼이 다룬다.
웹툰, 인디 게임, 거리 예술, 아이돌 뮤직비디오 등 기존 예술 제도권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분야들이 아마추어 비평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것도 예술이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예술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03_아마추어 비평 시대의 개막” 중에서
과거에는 다소 폐쇄적이라고 보였던 애니메이션 팬덤이 확산된 결정적 계기 또한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응원하는 작품들의 방향이나 이차 해석을 더 쉽고 빠르게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마추어의 출현이 콘텐츠 생산자의 역할과 기회를 확대한 것이라면, 팬덤과 마니아의 확장은 콘텐츠 수용자들의 참여 기회를 확장한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문화 예술에 다수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기존 예술이 특정 공동체의 사람들에 의해 작동되던 한계를 디지털 플랫폼이 변화시킨 것이다.
“07_팬덤과 마니아의 문화적 확장” 중에서
디지털 플랫폼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는 리뷰와 비평을 혼동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리뷰를 비평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주관적 의견들이 이차적으로 무작위하게 확산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비평을 가장한 혐오 표현이나 확대 해석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디지털 플랫폼의 장점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론장이 열려 활발한 의견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이지만, 반대로 검증되지 않은 의견이나 해석, 감정적인 대응과 가짜 정보도 함께 양산된다는 단점도 있다. 공적 거름망이 없는 상황에서, 디지털 플랫폼은 문제적 리뷰를 공정한 비평인 양 빠르게 전달한다. 그리고 대중은 수많은 의견을 모두 접하고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한 의견에 쉽게 휩쓸리기도 한다.
“08_리뷰와 비평의 차이” 중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플랫폼 시대 비평의 전제 조건이다. 정보의 신뢰성을 판별하지 못하고,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비평은 결국 피상적 감상에 머무르게 된다. 반대로 디지털 리터러시를 바탕으로 한 비평은 작품의 가치를 다층적으로 드러내며, 건강한 담론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더 이상 선택적 역량이 아니라, 모든 비평 행위의 토대를 이루는 시민적 자질로 간주되어야 한다.
“09_디지털 리터러시와 바람직한 비평” 중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상 비평은 실시간성과 지속성이라는 모순적 요소를 동시에 갖게 되었다. 작품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 공유되는 동시에, 이러한 반응들이 디지털 공간에 축적되어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참조되고 재해석된다. 이는 비평의 시간성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여, 작품과 동시에 혹은 심지어 작품보다 먼저 비평적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현상을 보여 준다.
“10_새로운 시대의 공존과 비평의 미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