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난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가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책을 다룬 이야기다. 자본주의 체제가 시작됨과 동시에 발생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 양극화, 즉 빈부 격차가 급속도로 심해지는 심각한 사회현상인 가난 문제와, 그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 방책에 대해 저자는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접근해 갔다.
4개월간 《오사카 아사히(大阪朝日) 신문》에 연재한 글을 다음 해에 하나의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가와카미 하지메는 일본의 경제학자이며 특히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선구자로서 명성이 높다. 이 글이 집필된 당시 그는 사회주의자는 아니었지만, 1905년에 이미 〈사회주의 평론〉이라는 논문을 통해 사회주의 사상과 관련된 빈부 격차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왔으며, 《가난 이야기》에서 비로소 가난 문제에 대해 사회·경제·정치 등 다양한 각도에서 비교 분석하고 비평하게 된 것이다.
《가난 이야기》가 출간된 직후, 가와카미 하지메는 사회주의에 심취해 마르크스 사회주의 경제학 연구에 집중한 끝에, 저자의 최고의 업적인 《자본론 입문》을 출간하게 된다. 그런데 자타 공인의 최고의 업적인 《자본론 입문》의 견지에서 《가난 이야기》에 드러나는 학설의 오류나 깊이 등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된 그는, 《가난 이야기》가 더 이상 출판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30여 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 측은 유족을 설득해 다시 출간하기에 이르렀고(1947), 이 책은 그 후 약 20여 년간 4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일본 경제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이 이야기는 언뜻 보기에 경제학 전문 서적처럼 어려울 것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연구자나 학자들만 읽을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난해한 전문 서적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집필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놀랍게도 현 시대의 문명국에 가난한 사람이 많이 있다”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로 끝을 맺었다. 결국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게 하려면 ‘수신제가(修身齊家)’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수신제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자는 우선 가난을 분류해서 ‘가난선’을 설정하고 그 선을 기준으로 해서 저자가 주제로 삼고자 하는 ‘가난한 사람’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그 가난을 퇴치하는 방책으로 세 가지를 세우게 된다. 첫째는 사치 폐지, 둘째는 경제조직 정책, 셋째는 국가주의다. 이 중 첫째인 ‘사치 폐지’가 궁극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사치의 기준을 돈에 두었던 것이 종래의 견해인데, 저자가 말하는 사치의 의미는 종래의 의미와는 달리 ‘필요 이상의 소비’를 뜻한다. 사치 대상은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는 사람들로,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그 수입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각 개인인 모든 소비자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로서의 책임 의식에 중심을 두었다. 둘째로, 생산자는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이른바 자력(資力 : 돈) 있는 구매자를 대상으로 물품을 생산하고 있어서, 정작 자력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생활필수품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응해 생산자로서의 책임 의식을 논했다. 셋째로는 그러한 생산자는 모두 개인 영리 사업가이기 때문에 실제 구매자 위주로만 물품을 제조하게 되므로, 개인의 영리사업을 관업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국가의 책임 의식에 대해 물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떻게 하면 잘사는가?’다. 물질적인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물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우리의 바른 마음가짐(정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각박한 경쟁사회와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난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가난을 퇴치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 주는 기본서이며 지침서이며 그 시발점이 되는 저서다.
200자평
가와카미 하지메는 이 책에서 세 가지 질문에 답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가?’, ‘왜 가난한가?’, ‘어떻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나?’ ≪가난 이야기≫가 출간된 지 딱 100년이 지났다. 가난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 예리한 분석과 통찰, 가난한 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은이
가와카미 하지메
가와카미 하지메(河上肇)
가와카미 하지메(河上肇, 1879∼1946)는 일본의 언론인·교수·시인이자 경제학자로서, 가난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다루어 많은 독자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로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
야마구치(山口)현에서 태어나 도쿄(東京)대학을 졸업했고, 같은 대학 농과대학에서 강사로 교편을 잡았다. 또한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에드윈 셀리그먼(Edwin Robert Anderson Seligman)의 《역사의 경제적 해석(Economic Interpretation of History)》을 번역해 변증법적 유물론을 일본에 처음 소개했다. 또한 요미우리(讀賣) 신문사의 기자로 일했고, 1905년 그의 나이 26세에 〈사회주의 평론〉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대호평을 받는다. 가난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주의 사상과 결부한 그는 1913년에는 유럽에서 유학하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을 계기로 귀국한다. 1915년에 교토대학 교수직을 맡아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1917년 《가난 이야기》를 집필하기에 이른다.
그는 1928년에 정치 활동이 문제가 되어 결국 정부의 탄압으로 교토대학을 떠났고, 1932년에는 사회주의 정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게 된다. 그는 교토에 있는 동안 개인잡지인 《샤카이몬다이겐큐(社會問題硏究)》를 창간해, 학생과 노동자들에게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전파했다. 이 시기에 발표된 그의 《경제학 대강》과 《자본론 입문》은 1920∼1930년대 일본의 이론경제학을 발전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20년대에 점차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으나 신노동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1933년 정부의 사회주의 탄압이 더욱 거세지면서 지하운동에 들어갔으나 결국 검거되고 5년형의 선고를 받아 투옥된다. 당시 불법화되어 있던 일본공산당의 비합법 정치 활동을 하다가 체포됨으로써 사실상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끝난 것이다.
1937년 출옥 후 자서전 집필에만 전념했다. 1945년 일본의 패전으로 전쟁이 끝나고 서서히 사회주의 활동을 시도하려 했으나, 다음 해인 1946년에 영양실조와 노쇠로 인해 영면한다. 그해 1946년에 네 권으로 된 시집이 출판되었다.
저서로는 《사회주의 평론》(1905), 《가난 이야기》(1917), 《자본주의 경제학의 사적 발전》(1924), 《경제학 대강》(1928), 《제2 가난 이야기》(1930), 《자본론 입문》(1932) 등 다수가 있다.
옮긴이
전수미
전수미
전수미는 서울 출생으로,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으로 근무했으며, 1982년 도일해 대한항공 후쿠오카(福岡)와 오사카(大阪)에서 근무했다. 1987년 동경외국어대학 일본어학과를 입학하고 졸업해, 귀국 후 NHK방송 서울지국에서 통역·번역·리포터 등의 직무에 종사했다. 한국외국어대학 대학원 일어일문학과에서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문학을 연구해 석사과정을 거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외대, 인하공업전문대학 등 여러 대학에서 일어일문학 강의 외에, 항공사의 객실에서 사용되는 기내 일본어와 방송 일어, 그 외에 서비스에 관련된 학과에서 관광과 호텔 경영 분야에서 사용하는 항공 관광에 관한 전문 일본어를 여러 대학에서 강의해 왔으며, 더불어 면접 실무와 이미지 메이킹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역서로는 기무라 사요(木村小夜)의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와 편지》(일본근대문학 : 연구와 비평 4, 한국일본근대문학회, 월인, 2005)가 있고, 《해설판 20과로 된 진명 일본어 카세트》를 녹음 해설했고, 《해설판 40과로 된 진명 표준일본어교본》을 녹음 해설했다.
차례
들어가는 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가? (상편)
왜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가? (중편)
어떻게 하면 가난을 퇴치할 수 있는가? (하편)
부록 / 하야시 나오미치(林直道)의 해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식비 외에 피복비·주거비·연료비 및 그 외의 잡비를 산출해, 그것으로 한 사람 분의 최저한도의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생활비로 삼고, 이것을 기준으로 ‘가난선’이라 하는 한 선을 긋게 된다. 따라서 이 선이야말로 실제 조사에 있어서 내가 앞서 말한 바 있는 세 번째 의미에 있어서의 빈부의 표준이 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이 선에 의해 세상 사람들을 두 종류로 나누어서 선 이하로 떨어지는 사람, 다시 말하면 최저생계비의 소득조차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을 가리켜 가난한 사람이라 하고, 이에 반해 선 위에 위치하며 그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고 간주한 것이다.
2.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생활필수품이 충분히 생산되지 않는 것은 물품 생산이라는 중요한 사업을 개인 영리사업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한 나라의 군비나 교육을 만약 개인 영리사업에 맡긴다면, 도저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아마도 다방면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끊이질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가난을 퇴치하고자 한다면, 제대로 경제조직의 개혁을 기획하고, 개인 영리사업 중 국민 생활필수품의 생산 조달 관리는 전부 국가사업으로 옮겨야 한다는 사상이 나오는 것이다.
3.
사회조직의 개혁보다 인심의 개혁이 훨씬 근본적인 작업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여러 번 말했다. 생각건대 우리들이 지금 문제 삼고 있는 가난 퇴치라는 것도, 만약 사회의 모든 사람이 그 마음가짐만 바꾼다면, 사회조직을 지금 이 상태로 두어도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