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전쟁의 폐허에서 길어 올린 인간의 양심과 기억
20년 역사의 한일 연극 교류, 열한 번째 결실
2002년 발족 이래 한일 연극의 가교 역할을 해 온 한일연극교류협의회가 선보이는 ‘현대 일본 희곡집’ 시리즈 열한 번째 권이 출간되었다. 이번 희곡집에는 지금 시점 가장 뜨거운 화두인 “전쟁”을 관통하는 다섯 편의 희곡이 수록되어 있다. 긴 기다림과 우여곡절 끝에 출간되는 사정을 고려하면 순전히 우연이다.
기쿠치 간의 〈아버지 돌아오다〉는 1차 세계 대전 당시에 집필된 고전으로, 작가의 행적을 통해 전쟁과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을 되묻는다.
기노시타 준지의 〈오토라고 불리는 일본인〉 은 2차 세계 대전 동안 국가 정체성과 개인의 양심 사이에서 고뇌해야 했던 지식인의 초상을 그린 역사극이다.
기타무라 소의 〈호기우타〉는 핵전쟁 이후 폐허를 배경으로 부조리극 문법을 통해 원폭 트라우마를 독창적으로 드러낸 수작이다.
나이토 유코의 〈가타부이, 1972〉는 미군정 치하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되기 직전, 주민들의 기대와 불안을 치밀한 리서치로 재구성한 사실주의 희곡이다.
스즈키 아쓰토의 〈조지 오웰-침묵의 소리〉는 작가 조지 오웰의 삶을 빌려 언론과 권력 그리고 진실 문제를 탐구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이번 희곡집이 ‘전쟁’이라는 하나의 테마를 갖게 된 것은 우연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가자 지구 등 전 세계가 여전히 포화 속인 오늘, 이 작품들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한일 연극계의 치열한 고민과 번역가들의 정성이 담긴 이 책은 연극인뿐만 아니라 일본 현대 문학과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에게 깊은 통찰을 선사할 것이다.
200자평
한일연극교류협의회가 20년 역사를 담아 선보이는 《현대 일본 희곡집 11권》. ‘전쟁’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인 다섯 편의 희곡은 포화가 끊이지 않는 오늘날 독자에게 묵직한 통찰을 선사한다.
엮은이
한일연극교류협의회
한국과 일본 연극계의 상호 이해를 높이고 동시대적 예술 담론을 나누기 위해 설립된 민간 기구다. 2002년 양국 연극인들이 뜻을 모아 발족한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양국 연극계를 잇는 튼튼한 가교 역할을 해 왔다.
차례
《현대 일본 희곡집 11》을 펴내며
아버지 돌아오다 / 기쿠치 간·추민주 번역
오토라고 불리는 일본인 / 기노시타 준지·이홍이 번역
호기우타 / 기타무라 소·김유빈 번역
가타부이, 1972 / 나이토 유코·심지연 번역
조지 오웰−침묵의 소리 / 스즈키 아쓰토·정상미 번역
한일연극교류협의회의 발자취
책속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그리고 미국과 이란 사이에 끔찍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은 예술 작품의 모티프나 소재라기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희곡집에 실린 작품들이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하나의 주제로 독해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다.
이 《현대 일본 희곡집 11》 발간으로 지금까지 모두 55편의 현대 일본 희곡을 소개하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출판을 거듭할수록 소개해야 할 작품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한일연극교류협의회가 만들어지면서 10년을 기약했던 사업이 20년을 넘겼고, 지금은 다시 새로운 20년을 설계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하고 새로운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희곡들을 많이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현대 일본 희곡집 11》을 펴내며 중에서, ix-x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