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추천이 아닌 선택, 여행의 주체를 다시 묻다
여행은 출발하는 순간이 아니라, 선택하는 순간 시작된다. AI 여행 플랫폼이 보편화된 시대에 여행의 주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일정과 동선을 제안하는 AI는 여행을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점점 선택의 일부를 기술에 위임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스스로 여행을 결정하고 있는가. 아니면 알고리즘이 설계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는가. 저자는 실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추천과 만족, 반복되는 선택 패턴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여행 방식을 분석한다. 특히 계획되지 않은 우연의 순간, 설명되지 않는 감각의 경험이 어떻게 여행을 개인의 것으로 만드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여행은 경험재이며, 그 가치는 사전에 완전히 예측될 수 없다. 이 책은 기술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기술과 인간 사이에서 이동해 온 ‘선택의 자리’를 성찰한다. AI 시대, 여행은 더 쉬워졌지만 질문은 더 깊어졌다. 그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며, 독자가 자신의 여행을 다시 설계하도록 이끈다. 그리고 결국 묻게 된다. 나는 무엇을 보고 싶은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 그리고 이 선택은 정말 나의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독자를 되돌려 놓는다.
200자평
AI가 여행을 설계하는 시대, 우리는 여전히 선택하는가. 추천과 알고리즘 속에서 흔들리는 여행의 주체성을 묻는다. 그리고 여행을 다시 나의 것으로 되찾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효율을 넘어 경험의 진정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유의 안내서다. AI문고.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배정은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이자 가온 컨설팅 대표다.
부산대학교에서 경영컨설팅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AI, 관광, 의료·웰니스 분야를 중심으로 소비자 경험과 체험마케팅, 팝업스토어, AI 기반 추천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학문적 탐구와 함께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청년정책위원회 위원장, 지방시대위원회와 고향사랑기금 심의위원회 위원으로서 지역 발전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이론과 실천, 학계와 현장을 넘나들며 기술 시대 인간 경험의 변화를 탐구한다. 주요 저서로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체험마케팅》(2025)이 있으며, KCI 및 SCOPUS, SSCI 학술지와 국제학술대회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고 발표했다.
차례
여행을 결정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인가
01 여행이라는 선택
02 AI 여행 추천의 등장
03 추천의 질과 신뢰
04 사용 경험의 형성
05 쓸모의 인식과 선택의 피로
06 기대의 형성과 알고리즘의 개입
07 기대의 충족과 데이터화된 경험
08 만족의 감각과 진정성의 흔들림
09 반복되는 선택과 플랫폼 위의 여행자
10 다시 묻는 여행의 주체성
책속으로
여행의 본래적 의미는 장소의 수집이 아니라 존재 방식의 변화에 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당황하고, 예상치 못한 풍경 앞에서 멈춰 서는 것. 이 통제 불가능한 순간들이야말로 여행을 여행답게 만든다. 왜냐하면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일상적 자아의 견고함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열린 가능성으로서의 존재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여행 담론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려 한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경험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며, 모든 순간을 계획 가능한 것으로 환원하려 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론적 차원에서 여행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01_“여행이라는 선택” 중에서
신뢰에는 단계가 있다. 첫째, 시도. 나는 AI를 사용해봤다. 둘째, 검증. 추천이 맞았다. 셋째, 반복. 다음에도 쓸 것이다. 넷째, 의존. 이것 없이는 불안하다. LA 여행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를 완료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루만이 통찰했듯, 신뢰는 복잡성을 축소한다. 그런데 이 축소는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삶을 단순하게 만든다. 결정이 쉬워진다. 불안이 감소한다. 효율이 증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가능성을 제한한다. 신뢰하는 순간, 나는 다른 옵션을 탐색하지 않는다. 검증하지 않는다. 질문하지 않는다. 그냥 따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신뢰의 권력이다. 신뢰받는 자는 더 이상 자신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다.
-03_“추천의 질과 신뢰” 중에서
사진을 찍었다. 수십 장. 같은 구도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비슷한 각도에서 찍고 있었다. 계단 아래에서 위를 향해, 혹은 계단 중간에서 뒤를 돌아보며. 왜 다들 같은 구도일까?
AI가 보여 준 사진이 그랬기 때문이다. 혹은 인스타그램에서 본 사진들이 그랬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템플릿을 공유하고 있었다. 어떻게 찍어야 “제대로 된” 사진인지에 대한 암묵적 합의. 그리고 이 합의는 알고리즘에 의해 강화된다. 가장 많이 클릭된 사진이 상위에 노출되고, 상위 노출된 사진이 더 많이 모방되며, 모방된 사진이 다시 데이터가 되어 추천 알고리즘에 입력된다.
-06_“기대의 형성과 알고리즘의 개입” 중에서
돌이켜보면, 나는 패턴을 깨는 데 실패했다. 왜? 패턴이 편하니까. 검증됐으니까. 안전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패턴이 이미 나의 일부가 되었으니까. 버틀러가 말했듯, 정체성은 수행의 반복을 통해 고정된다. 세 번의 박물관 방문, 세 번의 유명 맛집, 세 번의 전망대. 이 반복이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만들어진 나는 다시 같은 것을 선택한다. 벗어나기 어렵다. 왜냐하면 벗어나는 것은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더 흥미로운 것은, 나의 일탈 시도조차 데이터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안 삼림공원 30분 체류. 그 다음 박물관으로 이동. AI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까? “자연/휴식 관심도 낮음. 30분 후 다른 활동 추구. 문화 체험 선호 재확인.”
-09_“반복되는 선택과 플랫폼 위의 여행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