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보글보글은 왜 사라지는가, AI 번역이 놓친 언어의 감각
AI 번역은 언어의 장벽을 빠르게 허물었지만, 동시에 언어의 ‘감각’을 지워가고 있다. 보글보글, 두근두근 같은 말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몸과 감각, 문화가 결합된 언어적 장치다. 그러나 AI 번역은 통계적 대응과 미시적 맥락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러한 감각의 층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그 결과 번역은 정확해지지만, 말맛과 정서, 문화적 맥락은 점점 희미해진다. 이 책은 의성어·의태어라는 감각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번역이 놓치고 있는 한국어 고유의 표현 세계를 탐구한다. 특히 남북한 언어를 비교하며 감각어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북한 문학에서 풍부하게 사용되는 의성어·의태어는 민족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는 언어 자산이며, 이를 AI 번역에 접목함으로써 한국어의 표현력을 되살릴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동시에 영어 중심의 다중 언어 모델이 만들어 내는 언어의 위계와 획일화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또한 번역을 단순한 치환이 아닌 선택과 해석의 과정으로 재정의하며, 인간 번역자의 역할을 다시 부각한다. AI가 제공하는 편의성 뒤에서 사라지는 언어의 고유성과 감각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AI 시대 번역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빠르고 정확한 번역을 넘어, 감각과 문화, 인간 경험을 담아내는 언어의 가능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다.
200자평
의성어·의태어를 통해 AI 번역의 한계를 분석한다. 남북한 감각어를 활용해 한국어 고유의 표현력을 복원하고, 영어 중심 번역 구조의 문제를 비판한다. 번역을 기술이 아닌 감각과 선택의 문제로 다시 정의하는 통찰을 담았다. AI문고.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이은정
세종대학교 언어연구소 연구원이다. 동서지행포럼 내 융복합인문연구 및 시민인문학팀에서 학문의 사회적 실천에 참여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번역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앙대학교 교양대학 및 안양대학교 영미언어문화학부에서 시간강사로 활동했다(2020∼2024). 2023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학술교수 B유형에 선정, “남북한 감각 언어 번역 전략과 A.I.번역활용가능성 연구: 의성어/의태어를 중심으로”를 수행하였다. 2024년 “북한의 교육주체와 문학번역 담론의 재생산: 《베니스의 상인》을 중심으로”, 2025년 “북한의 관용어구 번역에 나타난 종교 담론의 리프레이밍” 선정 과제를 수행 중이다. 주요 저서에는 Routledge Handbook of East Asian Translation(2024 공저), 《청소년의 마음을 키우는 인문학 선물》(2024 공저), 《우니쉬로 읽는 성경: 디모데전후서·디도서》(2025 공역), 《우니쉬로 읽는 성경: 고린도전후서》(2025 공역), 《우니쉬로 읽는 성경: 사도행전》(2025 공역), 《올해 나는 소설 쓴다》(2020 번역) 등이 있다. “Resolving Pronoun Ambiguity: Comparing Bible translation in English and an Artificial Auxiliary Language, Journal of Universal Language”(2025) 등의 논문을 등재학술지에 게재했다.
차례
AI 시대 감각어를 다시 보다
01 AI 번역 역사와 특성
02 남북한 내 AI 번역 담론
03 사라지는 감각 언어: 인간 vs AI 번역
04 남북한 의성어 의태어의 언어적 특징
05 의성어 의태어 번역의 남북한 담론
06 본딴말이 활성화된 북한 번역
07 AI 번역에서 의성어 의태어 구현
08 생성형 AI 번역과 사용자 개입
09 딥러닝과 감각어 활성화
10 AI 시대, 몸의 언어가 갖는 의미
책속으로
CAT 번역은 2015년 이후 딥러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신경망 기계 번역(Neural machine translation, NMT)으로 확장된다. 신경망 기계 번역은 각 원본 문장에 대한 정보 벡터를 구축하여 각 단어와 주변 단어 관련 정보를 연결한다. 단어당 수백 개의 정보가 제공되기도 하며, 자료를 받은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데이터에 관한 모든 정보를 학습한다. 이는 번역의 문맥을 개선하고 컴퓨터에서 생성한 번역문을 점점 더 자연스럽게 만든다. 구글과 파파고를 비롯해 인공지능 번역이 생산하는 번역 품질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01_“AI 번역 역사와 특성” 중에서
서구 언어권에서 의성어 의태어는 주변적이거나 하위적인 언어 범주로 인식되어 왔으며, 이러한 인식은 타 언어에 대한 번역 과정에서도 그대로 투영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어와 일본어처럼 의성어 의태어가 풍부하게 발달한 언어의 감각적·문화적 특성이 번역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못하는 한계가 발생한다. 의성어 의태어는 단순한 수식적 요소가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과 감각적 사고를 반영하는 핵심 어휘 범주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서구 중심 번역 이론이나 현재의 인공지능 번역 작동 원리만으로는 이를 온전히 포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03_“사라지는 감각 언어: 인간 vs AI 번역” 중에서
북한에서 본딴말의 활용이 비록 정치적·교화적 의도 속에 발달했다 하더라도, 의성어와 의태어가 우리말 고유의 맛과 멋을 살리는 핵심 자산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영한 번역 과정에서 이들 어휘를 적절히 살려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언어적 귀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대화(2015)는 백석이 보여준 역동적인 본딴말의 활용이 남한의 러시아 문학 번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현상은 남한의 번역 담론이 오랫동안 원천 텍스트에 대한 충실성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06_“본딴말이 활성화된 북한 번역” 중에서
챗지피티의 번역문과 응답은 그동안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통해 의성어와 의태어와 관련된 정의 및 사용 용례 등 관련 자료를 찾거나 번역을 행했던 데이터가 쌓이며 사용자를 학습하고 분석한 결과다. 추측건대 해당 지문을 1년여 전에 번역하면서 의성어 의태어 활용을 요구했던 브리프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정보가 없는 게스트 아이디로 동일 문장을 번역했을 경우에는 의성어 활용 없이 “개구리들은 물보라에 놀라 바닥으로 뛰어들었다”로 번역문이 생산됐기 때문이다. 이전에 사용자가 개입하여 의성어 의태어 활용을 요구했을 때, 2023년 4월에는 ‘개구리 퐁당 소리에 놀라 바닥으로 다이빙했습니다’로 번역했고, 2024년도 11월에는 ‘개구리들이 ‘탁!’ 하고 튀는 물소리에 ‘퐁!’ 하고 바닥으로 다이빙했다’로 번역을 한 바 있다.
-09_“딥러닝과 감각어 활성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