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8호 | 2014년 13월 12일 발행 민중의 입과 ≪중국의 장벽≫ 김창화가 옮긴 막스 프리슈(Max Frisch)의 ≪중국의 장벽(Die Chinesische Mauer)≫ 민꿔는 누구인가? 백성의 소리가 이름의 뜻이다.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 황제는 용의자를 잡아 심문한다. 그는 자신을 부정한다. 고문이 시작된다. 현대인은 바라만 본다. 폭도가 닥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현대인: 그만하십시오, 각하, …
2353호 | 2014년 12월 11일 발행 찻집에서 일어난 동양의 기적 세계인권선언일 특집 4. 신진호가 옮긴 라오서(老舍)의 <<찻집(茶館)>> 동양의 기적 조정의 부패와 제국주의 침략, 군벌 혼전, 국민당의 썩은 통치와 백성의 고통이 찻집에 등장한다. 세 노인이 세 시대를 살며 중국의 과거와 미래를 연기한다. 동양의 놀라운 함축성에 서양이 놀랐다. 친중이: 주인장 계시오? 창 …
천시샨은 왜 죽었는가? 고찬경이 옮긴 핑루(平路)의 ≪옥수수밭에서의 죽음(玉米田之死)≫ 천시샨은 왜 죽었는가? 고향 타이페이에는 사탕수수밭이 있었다. 미국 집 근처엔 옥수수밭이 있다. 천시샨은 그곳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죽을 이유도 없었고 죽임을 당할 까닭도 없었다. 다만 사탕수수밭 같은 옥수수밭이 있었을 뿐이다. “그때, 천시샨(陳溪山)이라는 이름이 부고란의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셋집 광고처럼 간단한 몇 줄이 …
삶이 멀리 있던 시대 김숙희가 옮긴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마음(こゝろ)≫ 메이지 시대의 외로움 숙부에게 유산을 횡령당하자 인간을 불신한다. 자신은 친구를 배신한다. 친구가 죽자 자신을 불신한다. 메이지 천황이 죽자 목숨을 끊는다. 삶은 이미 멀리 있었다. “또 왔군요.” “네, 왔습니다” 하고 나도 웃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했다면 분명히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
주희가 시를 쓰다 심우영이 옮긴 ≪주자 시선(朱子詩選)≫ 조선 성리학의 문학 감수성 주희는 주자로 알려졌다. 성리학의 원조다. 그가 시를 썼다. 조선 사림의 해석이 갈라진다. 도학의 방편이다, 아니다, 감성의 표현이다. 정조가 대답한다. 무심은 무심이다. 일곡 일곡에서 냇가의 낚싯배에 오르니 만정봉 그림자가 청천에 잠겼네. 무지개다리 한 번 끊어지더니 소식 없고 만학천봉은 푸른 안개에 …
아시아 고전 특집 1. 한국 편 이복규가 현대어로 옮긴 ≪임장군전≫ 네가 자점이더냐? 임경업은 충신, 김자점은 간신이다. 나라를 지키려다 죽임을 당했고 자신을 지키려고 죽임을 꾀했다. 소설 낭독을 듣던 한 사람이 담배 써는 칼을 들어 낭독자를 베어 죽이며 외쳤다. 네가 자점이더냐! “나는 조선국 장수 임경업이러니, 대국에 사신으로 왔다가 청병대장(請兵大將)으로 왔거니와, 너희 아직 …
추석 특집 가족 3. 아들에게 새우튀김을 사 줄 수 있어? 명성룡이 옮긴 ≪가사이 젠조 단편집≫ 생활의 파산과 예술의 성공 예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하겠다고 장담했다. 생활은 파산하고 가족은 파괴된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가정이 그리웠지만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았다. 작품만 남았다. 어느 사이엔가 하찮고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그것을 어떤 숙명적인 암시와 연관 …
추석 특집 가족 2. 아버지가 딸에게 가르쳐 줄 것 윤도중이 옮긴 고트홀트 레싱(Gotthold E. Lessing)의 ≪에밀리아 갈로티(Emilia Galotti)≫ 딸이 아버지를 찾을 때 아버지는 도덕을 가르쳤고 딸은 따른다. 사랑을 느끼게 되고 관능과 맞서지만 계율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가르침을 지킬 수 없는 딸은 아버지를 찾는다. 아버지가 딸을 죽인다. 영주: 아! 아름다운 예술품아, …
무서운 책 6. 1933년 단두 유아 사건의 전모 성기웅이 쓴 ≪조선 형사 홍윤식≫ 대한민국 서울의 거의 모든 문제 봉건 왕조의 몰락, 제국의 침탈, 식민의 정착, 도시의 출발, 모더니즘의 도래 그리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주술과 아직 나타나지 않은 이성이 혼재된다. 80년 전,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이 자리를 잡아 간다. 고학생: 호외요−호외−! 조선중앙일보 …
7월 신간 8. 중국 무협 소설은 이 책에서 시작되었다 우강식이 옮긴 ≪검협전(劍俠傳)≫ 협객의 조건 사마천이 말한다. 말에 믿음이 있고 행동에 결과가 있으며 약속에 성실하고 생사존망에 흔들리지 않는다. 능력을 자랑하지 않고 공덕을 부끄러워하며 옳은 일에 주저함이 없다. 술잔이 돌자 나그네가 말했다. “내게 술안주가 조금 있는데, 이랑이 같이 드실 수 있겠소?” 이정이 …
7월 신간 1. 사람의 운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박인희가 현대어로 옮긴 ≪명사십리(明沙十里)≫ 인간관계의 원근법 사랑하면 가까워지고 시기하면 멀어진다. 대가 없는 사랑은 은혜가 되고 감동은 보은을 낳는다. 시혜와 보은은 사랑의 이름이다. 인간의 멀고 가까움이 여기서 비롯된다. 이때 북두칠성(北斗七星)은 중천에 빗기어 명랑한 서기(瑞氣)가 왕 씨가 누운 옥창(獄窓)으로 전기 광선을 쏘듯 하는데, 왕 …
제헌절 특집 4. 헤겔마저 반해 버린 여자 김종환이 옮긴 소포클레스(Sophocles)의 ≪안티고네(Antigone)≫ 인간의 법과 신의 법 헤겔은 안티고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녀는 지상에 나타난 가장 고결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법이 이긴 것인가? 당대 그리스 사람들은 육신의 죽음과 인생의 파멸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한다. 안티고네 당신 명은 신의 명령과는 다릅니다. 이 땅의 인간들을 …
여름 한시 4. 1813년, 조선의 페르소나 김갑기가 옮긴 신위(申緯)의 ≪신자하 시선(申紫霞 詩選)≫ 소식을 배워 두보에 들다 시로써 도를 구하였으니 엄정하나 흥이 없었다. 옹방강을 만난 뒤 신세계가 열린다. 시에서 페르소나의 영적 감흥이 피어올랐다. 두보의 신운을 터득하였다. 청수부용각에서 계유년(1813)에 청수부용각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홀로 주화모록지란 연못에서 시를 읊었다. 이곳 생각만 해도 더위를 …
625 특집. 북으로 간 문학 8. 임정연이 엮은 ≪지하련 단편집≫ 프티 부르주아를 위한 변명 식민지에서 사회주의 운동가는 투옥되고 전향한다. 해방이 되었으나 기쁨은 없다. 우와 좌,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에서 헤매는 자신을 볼 뿐이다. 세상은 컸고 인간은 작았다. 그는 기철이 주는 붓을 받어, 먼저 주소와 씨명을 쓴 후, 직업을 썻다. 이젠 …
국가와 미디어 특집 1. 대한민국을 만든 매체 김영희가 쓴 <<한국사회의 미디어 출현과 수용: 1880~1980>> 전국이 하나가 되었다 집집마다 라디오가 들어섰다. 서울과 부산과 광주와 춘천이 같은 시간,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듣는 것은 보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비로소 순간경험공동체가 되었다. 라디오는 전혀 다른 새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형성하며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유형과 문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