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희곡 ≪단지 세상의 끝(Juste la fin du monde)≫ 그렇다고 끝나는 건 아니야 프랑스에서 2007년은 장뤼크 라가르스의 해였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임혜경은 독특한 독백체 희곡 ≪단지 세상의 끝≫을 한국 독자에게 소개한다. 죽으면 그의 세상은 끝나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루이: 정확히 이렇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되었다, 하루가 …
벚나무가 눈을 뿌린다 벚나무가 눈을 뿌린다. 초목이 이슬에 젖어 활짝 피었다. 들판에서는 어린줄기에 몸을 기울이며 갈까마귀들이 고랑을 오간다. 비단 같은 풀들이 고개를 숙이고, 소나무는 송진 냄새를 풍긴다. 오 너, 풀밭이여 짙푸른 숲이여, 나는 봄에 취해 넋이 나갔다. 비밀스런 소식들이 내 마음에, 기쁨과 빛을 준다. 나는 약혼녀를 생각하며, 오직 그녀만을 노래한다. …
커뮤니케이션 연구 현장 7. 광둥외국어무역대학교 허궈핑과 광둥의 봄 허궈핑(何國平)은 김일억이 번역한 ≪중국 대외보도 연구≫ 저자다. 한국 연구자들과 인터넷 여론 분야의 공동 연구를 기대한다는 소식을 꽃의 도시 광둥에서 전한다. 안녕하세요! 광둥외국어무역대학교 허궈핑입니다. 저희 학교는 중국 3대 외국어대학교 중 하나로 국제도시 광저우에 있습니다. 광저우는 설부터 지금까지 날씨가 따뜻하여 꽃들이 만개하고 녹음이 짙푸릅니다. …
커뮤니케이션 연구 현장 1.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임태섭과 위스콘신의 봄 2003년 한국을 떠난 임태섭이 미국 위스콘신밀워키대학교의 봄소식을 알려 왔다. 스테디셀러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은 미국 이론을 한국 소통 문화에 접목시킨 역작이다. 요즘 그의 관심은 자녀 교육이다. 위스콘신은 봄이 늦게 옵니다. 3월 말인데도 눈으로 하얗습니다. 늘그막에 향학열에 불타 다시 도미한 지 10년입니다. 돌아보면 북미와 …
독립 만세 7. 강경애의 <소곰> 식민지 여성의 리얼리즘 강경애가 그리는 장면은 섬뜩하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었다. 다른 여성 작가들이 일상에 번민하고 사랑에 탐닉할 때 그는 여러 겹 질곡에 묶여 살던 식민지 여성의 참혹한 현실을 치열하게 증언한다. 그때 빈농의 딸이란 운명이 안겨준 계급의식과 젠더의식은 그의 리얼리즘이 부패하지 않게 하는 소금이었다. 그들은 정신없이 …
독립 만세 6. 조용만의 <허희歔欷> 한숨짓다 조용만은 유약한 인텔리의 우울한 시선으로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의 표정을 읽어낸다. 회색의 식민지 지식인들. 그들은 댄디하지만 추레했다. 현실의 모순이 드러나는 순간에도 쓸쓸히 한숨만 지으며 자기 합리화를 위한 내면으로 들어갔다. 제목 ‘허희(歔欷)’는 ‘한숨짓다’란 뜻. 자연스레 ‘충량한 국민’이 되었고, 세월이 흘러 작가의 이름은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내게는 재즈밖에 …
러시아 고전 소설 신간 <<리곱스카야 공작부인 (Княгиня Лиговская)>> 27세의 러시아 문학 레르몬토프는 푸시킨 다음으로 사랑받는 러시아 작가다. 대학을 자퇴하고 군인이 된다. 한 여자를 유혹해 사교계의 문을 연 뒤 버린다. 상류층을 비난해 유배를 살고 전투에 승리했으나 황제의 미움을 산다. 27세 때 주위로부터 질시받다가 사소한 시비에 휩싸여 결투를 감행, 죽는다. 이미 천재 …
중국 문학 고전 신간 ≪소동파 산문선(蘇東坡散文選)≫ 도가 나를 찾아올 때 잡으려 뛰어가면 홀연히 사라지는 것, 세상 사람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 목숨을 걸고라도 얻으려 하지만손에 쥘 수도 없이 가벼운 것, 그래서 잡을 수 없는 것이 도라고 한다. 그래도 그것이 필요하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한 대장장이가 불꽃과 쇠의 도를 터득하듯이 마음자리 비워 놓으면 그것이 …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프런티어 8. ≪디지털 사이니지 혁명デジタルサイネージ革命≫ 디지털 사이니지의 정체 새로운 광고 매체인가? 아무래도, 아니다. 몇 년간 각광받을 업계 유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역시 틀렸다. 향후 몇 십 년간 사회와 인간을 바꿀 운동이다. 텔레비전, 컴퓨터, 휴대전화의 뒤를 잇는 미디어 혁명의 주인공이다.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어디서 볼 수 있나? 지하철이나 쇼핑몰에 대형 터치 …
중국고전 신간 << 서경잡기(西京雜記) 천줄읽기>> 기원전 한나라 이야기, 백주 참살극 <<서경잡기>>는 기원전 중국 한나라의 일면이다. 오래 된 이야기지만 사실에 상상을 얹어 싱싱한 인간사를 전달한다. 황제와 후궁, 후궁과 화가, 화가와 황제가 얽힌 짧은 이야기 한 토막에서도 본능과 권력과 돈과 운명 그리고 인생의 덧없음이 남김없이 드러난다. 원제는 후궁이 너무 많아 모두 볼 …
페미니즘, 여성주의, 기독교문학, 민중민족문학, 한국시 신간 <<초판본 고정희 시선>> 여성과 민중, 아픔의 같은 이름. 겨울 숲에 눈이 내리는데, 힘이 끝난 폐차는 철길에 누워있는데, 폭설주의보를 따라 대륙에서는 찬 바람이 불어오는데, 도시에서 지금 돌아온 사람들은 모닥불 지펴놓고 둥글게 깍지낀 손을 놓지 않는다. 이 지상의 추위에 못질을 하며 자기 몫의 봄소식을 간직하는 민중과 …
영문학, 미국 희곡 신간 ≪앨리슨의 집≫ 사랑은 왜 아픈가?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었으므로 시를 쓴다. 그들은 죽고 사랑도 사라지지만 시는 남아 사랑을 계속한다. 사랑하던 시절 세상은 그들의 사랑을 알 수 없다. 죽고 난 뒤 사실을 목격하지만 사랑의 온기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배신감과 연민뿐이다. 사랑은 왜 아픈가? 수전 글래스펠은 …
영화를 바꾼 영화 12/13 미군정기 미국영화 <서스픽션(suspicion)> 미국식으로 말하고 연애하기 해방과 함께 남한에 진주한 미군은 한반도에서 자국의 이익을 영속화하는 데 문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1945년부터 1948년까지 미군정기 동안 무려 422편의 미국 극영화가 상영되었다. 대중은 이 영화들을 통해 근대성을 상상하며 “말하고 연애하고 가정을 꾸미는 법”을 경험하고 배웠다. 근대화는 미국 따라잡기, …
중국시 신간, ≪왕안석 시선≫ 일창이삼탄 시 한 수 잡아 들고 소리 내어 읊다보면 “아!” 소리가 세 번 나온다는 말이 “一唱而三歎”이다. 왕안석이 자연을 묘사한 서정시가 바로 그랬다고 한다. 맘 편히 한 시절 살다 간 인물인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시대를 앞선 정치사상과 실천력으로 소인배, 간신배, 나라 망친 자로 낙인찍혔다. 바로 조선의 …
≪아가멤논≫은 어떤 작품인가?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 ≪오레스테이아≫의 첫 작품이다. 아가멤논의 죽음을 둘러싼 클리타임네스트라, 오레스테스, 엘렉트라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그리스 비극의 정수를 보여 주는 수작이다. 어떤 이야기인가? 그리스군의 승전 소식으로 작품이 시작된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왕비는 왕의 귀환을 반기는 듯하지만 코로스의 대사 곳곳에서 그녀에게 뭔가 비밀이 있음이 암시된다. 트로이의 사제 카산드라를 대동하고 …
이성은 이상이 아니었다 왕과 왕자 사이의 경쟁과 대립, 아버지 펠리페와 아들 카를로스 사이에 왕자의 약혼녀였다 왕비가 된 계모가 있었으므로 갈등은 더욱 복잡하다. 왕은 그런 사람이었고 왕자 또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는데 포사가 나타난다. 이상주의자, 냉정한 논리와 철저한 의지로 무장한 인간주의자, 감성의 유혹을 물리친 합리주의자는 왕과 왕자의 친구가 된다. 목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