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본 신화의 원류를 밝히다! 34년의 집념, 모토오리 노리나가의 《고사기전》
《고사기》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로, 712년 덴무 천황의 명으로 편찬되었다고 전해진다. 신대(神代)부터 스이코 천황 시대까지의 신화, 전설, 역사를 기전체 형식으로 담고 있어 일본 고대 정신의 원형을 간직한 문헌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며 난해한 고대 일본어와 표기법으로 인해 그 의미가 잊히고 왜곡되어 왔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에도 시대의 국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가 34년이라는 긴 세월을 바쳐 완성한 역작이 바로 《고사기전(古事記傳)》이다.
모토오리 노리나가는 당시 주류였던 유교나 불교적 해석을 배제하고, 문헌학적 철저함을 바탕으로 고대 일본어의 소리와 의미를 복원해 냈다. 그는 《고사기》를 통해 일본 고유의 정신인 '고도(古道)'를 재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국학 사상을 정립했다. 특히 《고사기전》 제1권 총론은 《고사기》 해석의 기초가 되는 문체, 문자, 훈독법 등을 상세히 다루고 있어 일본어학사 연구의 기념비적인 자료로 평가받는다. 현대 일본어학의 중요한 주제인 '상대 특수 가나 표기법'의 단초를 제공한 것도 바로 이 책이다.
이번에 국내에 번역 출간되는 《고사기전-제1권 총론》은 총 44권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1권 '총론'을 완역한 것이다. 저자의 꼼꼼한 문헌 고증과 독창적인 언어학적 견해를 원문에 충실하게 옮기면서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풍부한 주석과 해설을 덧붙였다.
이 책은 단순한 주석서를 넘어, 일본 고대 사상의 뿌리와 국학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열쇠다. 유교적 시각과는 다른 일본 고유의 '신도(神道)' 사상이 어떻게 체계화되었는지, 그리고 일본인들의 정신적 기저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지적 충격과 깊은 통찰을 선사할 것이다. 일본 문화와 역사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200자평
일본 최고의 역사서 《고사기》를 34년에 걸쳐 주석한 모토오리 노리나가의 역작 《고사기전-제1권 총론》이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는 유교적 해석을 배제하고 철저한 문헌 고증을 통해 고대 일본어의 소리와 의미를 복원하며, 일본 고유의 정신인 ‘고도(古道)’와 국학 사상을 정립했다.
이 책은 《고사기》 해석의 기초가 되는 총론을 담아 일본어학 연구의 보고로 평가받는다. 일본의 건국 신화와 신도 사상, 그리고 그들의 정신적 원류를 학술적으로 탐구하려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고전이다.
지은이
모토오리 노리나가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 1730∼1801)는 일본 근세(에도 시대) 일본 국학자이자 문헌학자이며 의사였다. 이세(伊勢) 마쓰자카(松坂) 출신으로 이름은 에이테이(榮貞). 호는 지란(芝蘭), 순암(瞬庵), 춘암(春庵) 등으로 부르다가 자택인 스즈노야(鈴屋)에서 문인들을 모아 강의를 한 것을 계기로 스즈노야노 우시(鈴屋大人)라 칭했다. 노리나가는 《고사기(古事記)》를 주석하는 가운데 고대인들의 삶이나 사고방식 속에 연면히 흐르고 있는 일관된 정신성, 즉 ‘고도(古道)’의 존재를 깨닫고 도를 정립함으로서 일본의 신대 사상을 국학으로 확립하게 된다. 이러한 연유로 가다 아즈마마로(荷田春滿, かだのあずままろ), 가모 마부치(賀茂眞淵、 かものしんえん), 히라타 아쓰타네(平田篤胤ひらた あつたね)와 함께 일본 ‘국학 4대 인물’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옮긴이
권경애
권경애(權景愛)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일어일문학과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 쓰쿠바대학 문예언어연구과에서 일본어학을 전공해 언어학석사와 언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 논문은 〈상대 일본어의 모음탈락(上代日本語の母音脱落)〉이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본어의 역사 및 음운 관련 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어의 역사》(3인 공저, J&C, 2006), 《고대 일본어의 음 탈락 연구》(J&C, 2014), 《일본어 완벽 이해를 위한 일본어 고전문법》(3인 공저, HU:iNE, 2022), 《일본어 음의 이해》(글아리출판사, 2024)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박사 논문의 토대가 되었던 〈上代日本語における母音脱落−音数律の関連に着目して−〉[《国語学(현재의 《日本語の研究》)》 197, pp. 1∼14, 1999], 〈上代日本語の母音脱落とアクセント−融合標示の手段としての両者の相関性−〉(《日本語と日本文学》 28, pp. 35∼49, 1999) 외에, 〈부정 추량의 조동사 <まじ>에 대한 사적 고찰 −어형 및 용법의 변천 과정을 중심으로−〉(《일어일문학연구》, pp. 47∼67, 2002), 〈母音の対応関係から見た外来語の語源−<メンチ>と<レバ一>を中心に−〉(2009, pp. 334∼350), 〈일본어 <もたげる>의 의미 변화 고찰−단어 형성 과정과 오용 표현을 중심으로−〉(《일어일문학》 89, 2020, pp. 261∼277) 등 일본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다수 있다.
한국 문헌에 보이는 일본어 표기를 대상으로 한 〈《看羊錄》에 보이는 일본지명의 한글 표기 고찰〉(《일어일문학연구》 87, pp. 457∼481, 2013), 〈海東諸國紀 對馬島 지명 연구에 대한 재고찰〉(《일본어문학》 68, pp. 1∼24, 2015), 〈朝鮮資料に見られる日本地名のガ行音の様相−鼻音性の反映された表記を中心に−〉(《일본언어문화》 l49, pp. 7∼22, 2019), 〈《鮮和兩引 모던 조선외래어사전》における日本外来語の《動詞化した語》について〉(《일본연구》 79, pp. 167∼188, 2019) 등이 있다.
한일 대조 연구로는 〈韓日両国語の語中両唇音の変化推移について−<唇軽音ㅸ>と<ハ行転呼音>を中心に−〉(《일본연구》 50,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연구소 pp. 171∼188, 2011), 〈中国語由来漢語オノマトペの韓日両言語での受容と定着〉(《일본연구》 64, pp. 1∼24, 2015)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일본어교육과 관련해 〈일본어 모어화자의 자연스러운 한국어 발음 교육을 위한 연구〉(《외국어교육연구》 25ᐨ1, pp. 1∼24, 2011), 〈현대 일본어 속의 문어 표현에 대한 교육방안 고찰〉(《일본어교육연구》 60, pp. 23∼40, 2022) 등이 있다.
차례
1. 옛 서적들의 문제점
2. 《일본서기(日本書紀)》의 문제점
3. 《구사기(舊事紀)》에 대해 논함
4. ‘고사기(古事記)’라는 책 이름에 대해
5. 여러 사본 및 주석에 대해
6. 문체에 대해
7. 일본 가나 문자에 대해
8. 훈독 방식에 대해
9. 정화(淨化)의 신, 나호비의 신령(直毘靈)
참고문헌
부록−《고사기전》 목차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본디 뜻(마음)과 사실과 말은 서로 일치해야 하는 법일 터인데, 상대(上代)는 뜻도 사실도 말도 다 상대의 것이고, 후대는 뜻도 사실도 말도 후대의 것이다. 중국은 뜻도 사실도 말도 중국의 것인데, 《일본서기》는 후대의 뜻에 근거해 상대의 사실을 기록하고, 중국의 말을 빌려 일본의 뜻을 나타내려고 했기 때문에 일치하지 않는 점이 많다. 하지만 《고사기》는 조금도 꾀를 부려 조작하지 않고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대로 기록한 것이므로 그 뜻과 사실과 말이 멋지게 맞아떨어지고, 모두 상대의 진실을 전하고 있다. 이는 오로지 상대의 말로써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뜻이나 사실도 말로써 전하는 것이므로 ‘글’이란 거기에 기재된 말이 주체가 된다. 《일본서기》는 중국 문장을 의도해서 작성했기 때문에 일본의 옛말이 지닌 멋진 표현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고사기》는 고어 그대로 글을 쓰고 있으므로 문장도 아주 유려하다. 그러므로 설령 《일본서기》에서 언급하는 서적 중 하나로 취급되고, 중요히 여기는 공식 역사서가 아니라 할지라도 존중해야 마땅하다. 하물며 《고사기》는 기요미하라노 미야(淨御原宮) 시절에 통치하셨던 덴무 천황의 뜨거운 마음이 반영되어 편찬이 시작되고 다시 한번 나라 시대에 겐메이 천황의 명령으로 완성된 책이라는 사실을 참작한다면 결코 가볍게 여길 역사서가 아니다. 그러한 점들을 다 고려했을 때 《고사기》는 더욱더 존중하고 숭상할 만한 역사서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한학(漢學)만이 융성해져서 천하의 율령 제도까지도 중국을 모방해 만들었기 때문에 서적도 한결같이 중국 서적처럼 한문체로 쓴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야말로 주류인 양 여기고, 상대에 만들어진 진실한 서적들도 주류에서 벗어난 것이라 해서 마치 사적이고 개인적인 자료처럼 취급해 버렸다. 아마도 그 때문에 《고사기》 편찬 관련 내용도 《속일본기》에 열거하지 않았던 것이리라. 그 이후에는 더욱더 그러한 사고방식이 우세해지고 《고사기》를 구해서 보려 하는 사람도 드물어지고, 세상에서 박식하다고 우쭐대는 사람들은 《고사기》가 올바른 국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해서 등한시해 왔던 것은 아주 유감스러운 일이다.
무릇 일본에 오래된 역사책은 중국 것 이외에는 전해 내려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체나 전례들은 중국 서적에서 배울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역사책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중국 서적과 닮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중국에 아부하는 마음이 없다면 중국 서적과 닮지 않았다고 해서 어떠한 문제가 있겠는가? 모든 일을 중국이라는 나라를 본보기로 삼아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식의 세상 사람들의 습관이야말로 어리석기 그지없다.
내 스승이신 오카베노 우시(岡部大人)【가모 마부치(賀茂眞淵)】께서 관동 쪽에 있는 에도(江戸)에서 고전 학문을 펼치신 이후에 1000년 이상 사람들 마음속에 스며들었던 중국 서적 속의 사상이 가진 이질적인 모습을 조금씩 이해하는 사람들도 생겨나, 《고사기》의 중요함에 대해서 사람들이 알기 시작한 것은 학문의 길에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생긴 이래로 견줄 자 없는 스승님의 공적이라 할 수 있다.
나 노리나가는 스승님 덕분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햇수를 거듭하는 가운데 드디어 중국식 표현 기법에 기반을 둔 중국 사상이 가진 고루함을 알게 되고 옛 시대의 깨끗한 진실을 볼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 《고사기》를 모든 서적 중에서 최상의 역사서라 생각해 《일본서기》를 《고사기》 밑에 두는 것이다. 적어도 일본 국학 학문을 지향하는 자라면 이러한 사실을 결코 착각하면 안 될 것이다.
〈1. 옛 서적들의 문제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