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판타지 고전 오즈 시리즈, 초판본의 모습 그대로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부활하다
프랭크 바움의 오즈 시리즈는 1900년 첫 책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가 출간된 이후 1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독자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은 판타지 고전이다. 이 시리즈는 본래 평생 어린이를 사랑하고 아껴 온 바움이 어린이를 위해 쓴 이야기임은 틀림없으나, 어린이를 위해 썼다는 점만 지나치게 강조돼 120년 동안 변치 않는 생명력을 이어 온 고전으로서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았다. 어린이는 물론 고전의 가치를 아는 성인 독자들도 향유할 수 있도록 오즈 시리즈 원전의 품격을 살려 새롭게 선보인다.
축약, 발췌, 과장 없는 정확한 번역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오즈 시리즈는 대부분 어린이를 위한 도서로서, 어린이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축약해서 번역했거나 흥미로운 부분 중심으로 발췌해 번역한 것이 많다. 원전을 충실하게 번역한 책도 있으나, 이마저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지나치게 의역을 많이 했거나, 어린이들에게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간결하게 번역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오즈 시리즈는 원저자의 의도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초판본의 표현들을 가감 없이 충실하게 번역했다.
존 R. 닐의 초판본 컬러 삽화 17점, 흑백 삽화 52점, 총 69점 완전 수록
첫 책《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의 삽화가 윌리엄 W. 덴슬로와 결별한 L. 프랭크 바움은 2권 《경이로운 나라 오즈》부터 오즈 시리즈의 모든 삽화를 존 R. 닐에게 맡긴다. 닐은 점점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구축해 “오즈의 삽화가”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이번 책에는 존 닐의 수채화가 실려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즈 시리즈 전 14권 중 수채화가 실린 것은 단 두 권뿐인데 이번 책이 그중 하나다. 이는 흑백 삽화에 알록달록한 채색을 하고 컬러 삽화는 흑백 삽화 컬러 보정의 수준으로 덧칠한 복본과는 크게 대비된다.
표지 안쪽 그림도 초판본의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회오리바람과 풍랑에 이어 이번에는 지진! 땅속나라로 향하는 모험
도로시의 모험은 늘 위기로부터 비롯된다. 1편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에서는 회오리바람에 휩쓸렸고, 3편 《오즈의 오즈마》에서는 풍랑을 만났다. 이번 《도로시와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지진’이다.
도로시가 소년 젭과 함께 마차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발밑의 땅이 굉음을 내며 쩍 갈라진다. 땅속으로 끝없이 곤두박질치는 도로시와 젭. 그렇지만 도로시는 이번에도 매번 그랬던 것처럼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또 다른 모험의 시작이라 여기며 즐거워한다. 이윽고 도로시 일행은 여섯 개의 빛나는 공이 비추는 유리 도시에 도착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갈라진 틈 사이로 커다란 기구가 내려온다. 그 안에 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마법사 오즈다! 이렇게 다시 만난 도로시와 마법사 오즈, 그리고 소년 젭과 그의 마차 끄는 말 짐, 마법사의 아홉 마리 새끼 돼지와 도로시의 새끼 고양이 유레카는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땅속 세상에서 모험을 시작한다.
200자평
첫 출간 이후 1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랭크 바움의 오즈 시리즈 제4권이다. 판타지 고전의 면모를 회복해 1908년도 초판본 모습 그대로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부활했다. 독자들은 바움에게 “도로시가 없으면 진정한 오즈의 이야기가 아니에요”라고 할 만큼 도로시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표현했다. 이에 화답하듯 바움은 다시 도로시를 주인공으로 세우고 1편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사기꾼 마법사 오즈도 다시 등장시켜 도로시와 또 한번 모험을 하게 한다. 고전 독자를 위해 축약, 발췌, 과장 없이 충실하게 번역했으며 존 R. 닐의 삽화 69점을 완전 수록했다. 특히 이번 책은 아름다운 수채화 삽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은이
L. 프랭크 바움
L. 프랭크 바움(Lyman Frank Baum, 1856∼1919)
어린 시절, 약한 심장과 내성적인 성격 탓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서 공상을 즐겼다. 훗날 자신의 책이 120년이 넘도록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어른이 된 바움은 연극배우로 일하는가 하면 가게를 운영하기도 하고 신문기자, 잡지 편집장, 외판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41세가 되어서야 첫 책, 동화집 《엄마 거위 이야기》(1897)를 펴낸다. 이 책이 제법 성공을 거두자 그는 드디어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로부터 몇 년 뒤 펴낸 《아빠 거위, 그의 책》(1899)이 상당한 인기를 모으자 이듬해 새 책을 출간한다.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의 탄생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상상을 초월한 인기를 얻었고 바움은 이후 열세 편의 오즈 시리즈를 더 썼다.
옮긴이
강석주
강석주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크리스토퍼 말로−정치, 종교, 그리고 탈신비화》, 《셰익스피어의 문학세계》, 《전통 비극 담론의 보수성과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 《무대 위의 삶 사랑 그리고 죽음》, 《영문학으로 문화읽기》(공저), 《21세기 영미희곡 어디로 가는가》(공저)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탬벌레인 대왕 / 몰타의 유대인 / 파우스투스 박사》, 《말로 선집−에드워드 2세 / 파리의 대학살 / 디도, 카르타고의 여왕》과 《오셀로》, 《베니스의 상인》, 《여우 볼포네》, 《말피 공작부인》 등이 있다.
오즈 시리즈를 번역하려고 처음 마음먹은 것은 “영미 동화 읽기와 스토리텔링”이라는 과목에서 학생들과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를 함께 읽고 강의하면서부터다. 오즈 시리즈의 고전으로서의 진가를 다시 깨닫자 원문을 제대로 번역하고 싶어졌다. 2024년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를 펴낸 이후 오즈 시리즈를 계속 번역하고 있다.
차례
들어가기 전에
지진
유리 도시
마법사의 도착
식물 왕국
도로시가 공주를 따다
망가부 사람들의 위험성
검은 구덩이 속으로 그리고 다시 밖으로
목소리의 계곡
보이지 않는 곰들과 싸우다
피라미드 산의 머리를 땋은 남자
나무 가고일들을 만나다
멋진 탈출
새끼 용들의 동굴
오즈마가 마법 벨트를 사용하다
옛 친구들이 다시 만나다
마차 끄는 말, 짐
아홉 마리 새끼 돼지들
새끼 고양이, 유레카의 재판
마법사의 또 다른 속임수
젭이 목장으로 돌아가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되었는지 도로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너무 많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윽고 뛰는 가슴으로 시커먼 갈라진 틈을 응시하자, 짐의 형태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공중으로 쳐들고, 귀는 꼿꼿이 세우고, 허공으로 떨어지면서 긴 다리를 사방으로 벌리고 있었다. 또 도로시가 고개를 돌리자 옆의 소년이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 도로시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말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도로시는 한숨을 내쉬고 좀 더 편안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는 자신에게 죽음이 닥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또 다른 모험이 시작됐을 뿐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모험은 자신이 전에 겪었던 모험들처럼 이상하고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도 생겼다.
2.
이윽고 한 작은 남자가 바구니에서 뛰어나와, 챙 높은 모자를 벗고, 주변에 있는 망가부 군중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는 매우 늙고 키가 작은 사람이었고, 머리통은 길었으며 완전히 대머리였다.
“어머나,” 도로시가 놀라서 소리쳤다. “오즈잖아!”
작은 남자는 도로시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만큼 많이 놀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곧 미소를 지으며 절을 했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얘야. 나는 그 위대하고 무서운 오즈란다. 그리고 넌 캔자스에서 온 어린 도로시구나. 난 너를 아주 잘 기억하지.”
3.
“조심해요!” 도로시가 소리쳤다. 그 아름다운 남자가 길을 보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떨어질 거예요!”
하지만 그는 도로시의 경고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높은 지붕의 끝에 도달해서 한쪽 발을 공중에 내딛었다. 그리고 침착하게 허공으로 걸어갔다. 그는 마치 단단한 땅에 있는 것 같았다.
크게 놀란 도로시는 달려가 지붕 끝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남자가 공중을 통과해 땅을 향해 빠르게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곧 그는 거리에 도달해서 유리 현관을 통해 유리 건물 중 하나 안으로 사라졌다.
“정말 이상해!” 도로시가 긴 숨을 들이마시며 놀라워했다.
“맞아. 하지만 이상하긴 해도 굉장히 재밌어.” 새끼 고양이가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 거들었는데, 도로시가 고개를 돌려 보니 지붕 끝에서 한 걸음 정도 떨어진 허공에서 새끼 고양이가 걷고 있었다.
“돌아와, 유레카!” 도로시가 걱정되어 소리 질렀다. “조심하지 않으면 죽을 거야.”
“난 목숨이 아홉 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