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두껍전》은 조선 후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자, 연대 미상의 동물 우화소설이다. 두꺼비를 의인화하여 주인공으로 삼은 고소설을 통틀어서 ‘두껍전류 고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쟁좌형(爭座形) 두껍전’에 속한다. 노루가 주최하는 잔치에 모인 동물들이 서로 상좌(上座)를 다투며 서로 어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슬기와 연륜을 뽐낸다. 특히 지치지 않고 도전하는 여우를 제압하는 두꺼비의 싸움의 기술이 돋보인다.
‘말의 소설’ 《두껍전》
전체 소설에서 사건은 오직 노루네 잔치에서의 만남이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상좌를 다투다가 시간이 늦자 각자 헤어진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상좌를 다투는 과정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의 양과 범위는 실로 방대하다. 세상의 온갖 분야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박학다식함을 과시하여 백과사전적(百科事典的) 말의 향연(饗宴)이라 할 수 있다. 두꺼비 못지않게 여우도 자신의 지혜를 뽐내지만, 번번이 두꺼비의 말에 제압당하고 만다. 이는 두꺼비가 여우보다 심층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와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경륜을 토대로 반론하기 때문이다. 말로 두꺼비를 제압할 수 없자 여우는 인신공격까지 하는데, 두꺼비는 이도 가볍게 응수한다. 토론이나 논술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지혜를 중시하는 이야기
《두껍전》의 주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선 ‘장유유서’를 꼽을 수 있다. 모임에서 상하를 구분하여 상좌에 어른을 앉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어른은 단순히 물리적 나이가 많은 이가 아니다. 세상의 이치를 더 많이 깨달은 사람이다. 때문에 어른 대접을 받으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권학사상’도 담고 있다. 겉보기에는 힘도 없고 어리석어 보이지만 슬기와 지혜를 갖춘 두꺼비를 통해 겉모습보다는 속에 든 것이 중요하다는 가치관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두꺼비는 말로 겨룬다. 폭력보다는 대화로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도 볼 수 있다. 결국 신분이나 힘 등이 아닌 오로지 말로 지식의 경륜과 지혜를 겨루는데, 이는 당시 사회에서 통용되던 가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새로운 가치관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200자평
상좌(上座)를 차지하기 위해 증명해야 한다. 누가 더 아는 것이 많은지.
천상천하 구경담은 물론이고 천문지리(天文地理), 인도(人道), 육도삼략(六韜三略), 의약(醫藥), 복술(卜術) 등 갖가지 지혜를 뽐내며 진행되는 그들의 승부는 과연 누구의 승리로 돌아갈는지. 동물들의 상좌 다툼에 끼어 두루 세상 구경을 하다 보면 싸움의 기술은 덤으로 얻게 될 것이다.
지은이
작자미상
미상.
옮긴이
김창진
김창진(金昌辰)은 서울교대와 국제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거쳐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이 〈‘흥부전’의 이본과 구성 연구〉이며, 그 뒤에도 《흥부전》 관련 논문을 20여 편 써서 우리나라에서 《흥부전》 관련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학자가 되었다. 그밖에도 판소리계 소설과 관념적 시공, 한국어문 정상화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초당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와 한국한자·한문교육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현재는 사단법인 전통문화연구회 이사와 《남악신문》 논설위원이다. 수필가로서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2006년에 종문화사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흥부전》 풀이본을,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2008년에 《박타령》과 《배비장전》 교주본을, 2009년에는 《변강쇠가》와 《두껍전》 교주본을 내놓았다. 그밖에도 《작문의 정석》, 《수필 이론 바로 세우기》 등을 내놓았다. 제1회 청다 이유식 문학상을 받았다.
차례
두껍전
장 선생(獐先生)이 잔치를 베풀다
상좌(上座) 다툼 끝에 두꺼비가 상좌를 차지하다
여우와 두꺼비가 천하(天下) 구경한 바를 겨루다
여우와 두꺼비가 천상(天上) 구경한 바를 겨루다
여우가 두꺼비를 모욕하려다 오히려 모욕당하다
두꺼비가 여우에게 천문지리(天文地理)를 가르치다
두꺼비가 여우에게 지리(地理)를 가르치다
두꺼비가 여우에게 인도(人道)를 가르치다
두꺼비가 여우에게 육도삼략(六韜三略)을 가르치다
두꺼비가 여우에게 의약(醫藥)을 가르치다
두꺼비가 여우에게 복술(卜術)을 가르치다
두꺼비가 잔치를 마치게 하다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두꺼비 답 왈,
“저 건너 고향나무를 보니 자연 비창하여 그리하노라.”
여우 왈,
“고향나무 빈틈으로 네 고조(高祖)할아버지가 나오던 구멍이냐? 어찌 설워하느냐?”
두꺼비 정색 대(對) 왈,
“네 주둥이만 살아 어른을 모르고 말을 함부로 하거니와, 네 귀가 있거든 내 설워하는 바를 들어보라. 내 소년 때에 저 나무 세 주(株)를 심었더니, 한 주는 맏아들이 별 박는 방망이로 베고, 한 주는 둘째아들이 황하수 칠 때에 준천부사하여 가래장부 하려고 베었더니, 그 나무 벤 동티로 두 아들이 다 죽고, 다만 저 나무 한 주와 내 목숨만 살았으니, 내 그때에 죽고만 싶으되 천명(天命)인 고(故)로 이때까지 살아 있다가, 오늘날 저 나무를 다시 보니 자연 비감하도다.”
_〈상좌(上座) 다툼 끝에 두꺼비가 상좌를 차지하다〉 중에서
여우 왈,
“존장의 문학이 심상(尋常)치 아니하거니와, 실없이 묻잡느니 존장의 껍질이 어찌 우둘투둘하시나이까?”
섬 동지 답 왈,
“소년에 오입(誤入)하여, 장안 팔십 명 사나이를 밤낮으로 데리고 지내다가, 남의 몸에서 옴이 올라 그리하도다.”
여우 또 문(問) 왈,
“그리하면 눈은 왜 그리 노르시나이까?”
섬 동지 답 왈,
“눈은 보은현감 갔을 때에 대추 찰떡과 고욤을 많이 먹었더니, 열(熱)이 성하여 눈이 노르도다.”
또 물어 왈,
“그리하면 등이 굽고 목정이 움츠러졌으니, 그는 어찌한 연고(緣故)입니까?”
두꺼비 답 왈,
“평양감사로 갔을 때에 마침 중추(中秋) 팔월(八月)이라. 연광정(練光亭)에 노름을 배설(排設)하고, 여러 기생(妓生)을 녹의홍상(綠衣紅裳)에 초립을 씌워 좌우에 앉히고, 육방 하인을 대하(臺下)에 세우고, 풍악(風樂)을 갖추고 술에 대취(大醉)하여 노닐다가, 술김에 정하에 떨어지며 곱사등이 되고 길던 목이 움츠러졌음에, 지금까지 한탄(恨歎)하되 후회막급이라. 술을 먹다가 종신을 잘못할 듯하기로 지금은 밀밭 가에도 가지 않노라. 이른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또 문 왈,
“존장의 턱 밑이 왜 벌떡벌떡하시나이까?”
두꺼비 답 왈,
“너희 놈들이 어른을 몰라보고 말을 함부로 하기로 분을 참노라고 자연 그러하도다.”
_〈두꺼비가 잔치를 마치게 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