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갈등으로 세우는 ‘세계시민사회’
사회의 갈등과 불안정에서 삶의 기회를 찾다
갈등은 피해야 할 위협이 아니라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다. 민주주의가 자유와 경제적 경쟁력 그리고 시민사회의 결속이라는 세 목표 사이에서 좌초하지 않으려면 갈등이 자아내는 현실 사회의 역동성과 불안정성을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랄프 다렌도르프는 법치국가, 시장경제, 시민사회라는 삼중 기반 위에서 ‘갈등의 제도화’를 꾀한다. 공식 절차와 참여 제도를 통해 갈등을 적극 조정함으로써 삶의 기회를 넓히고 세계시민사회를 정초하려 한다. 이로써 권위주의의 마수에서 벗어나 진정 자유로운 사회로 나아갈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다렌도르프의 갈등이론을 열 가지 키워드로 해설한다. 제도적 기반 위에서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이 어떻게 삶의 기회의 확장으로서 자유를 실현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다렌도르프의 세계시민사회 구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의 법치국가, 시장경제, 시민사회를 그리는지 조망할 수 있다. 독일 통일에 대한 다렌도르프의 생각과 다렌도르프가 발표한 “대외 문화 정책을 위한 주요 원칙”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긴요한 통찰도 얻을 수 있다. 부정적으로만 보이던 갈등을 사회의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할 방법이 여기 있다.
랄프 구스타프 다렌도르프(Ralf Gustav Dahrendorf, 1929∼2009)
영국과 독일을 오가며 활동한 전후 유럽 자유주의의 대표적 사회이론가이자 공적 지식인이다. 청소년기 나치에 저항해 투옥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하며 권위와 자유의 문제에 천착했다. 칼 포퍼의 비판적 합리주의 전통 위에서 계급 갈등과 민주주의,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결합한 갈등이론을 전개했다. ≪산업 사회에서의 계급과 계급 갈등≫(1957)으로 학계에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튀빙겐대학교, 콘스탄츠대학교,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학문과 정치 실천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계 횡단자’로서 유럽 통합, 자유주의, 시민 교육을 위한 공론장을 형성해 나갔다.
200자평
랄프 다렌도르프는 갈등이론을 대표하는 학자다. 갈등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보고 법치국가, 시장경제, 시민사회라는 삼중 기반 위에서 ‘갈등의 제도화’를 꾀했다. 갈등 조정 과정을 통해 삶의 기회를 넓히고 세계시민사회를 정초하려 했다. 갈등을 자유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유용한 자원으로 사용할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지은이
곽정연
서울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트리어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과 교육학 그리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프랑크푸르트 요한볼프강폰괴테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문화관계연구연합(International Cultural Relations Research Alliance, ICRRA)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일 문화 정책과 문화민주주의, 예술 경영과 문화 교류, 독일의 미국 담론 및 비대칭 전쟁의 문화기억을 연구한다. E. T. A. 호프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베르톨트 브레히트, 파트리크 쥐스킨트, 빔 벤더스, 크리스티안 페촐트 등 독일 작가와 영화감독을 다루는 평론을 수행한다. 독일 문화 정책과 문화예술 경영, 유럽 영화와 문학, 한독 문화 교류를 다룬 논문 및 저서로 학계와 대중을 잇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 가고 있다.
차례
창조적 갈등이 여는 시민 삶의 기회
01 기능이론과 갈등이론
02 갈등
03 자유
04 시장경제
05 법치국가
06 시민사회
07 삶의 기회
08 민주주의
09 독일 통일
10 대외 문화 정책
책속으로
다렌도르프는 현대 시민사회의 위기를 불러온 원인을 가치 혼돈과 연대의 결여에서 찾았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들이 합리적 토론과 제도적 절차를 통해 갈등을 평화적으로 조정하고 공통의 규범을 형성해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사회 갈등의 핵심인 권위를 공정하게 조정함으로써 모든 개인에게 실질적인 삶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다렌도르프는 삶의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모든 시민이 자신의 요구와 갈등을 표현하며, 자유·평등·연대가 조화를 이루는 세계시민사회를 지향했다.
_“창조적 갈등이 여는 시민 삶의 기회” 중에서
다렌도르프는 1980년대 이후 확산된 금융자본주의, 이른바 ‘카지노 자본주의(Kasinokapitalismus)’가 글로벌 시장경제의 불균형과 사회적 배제를 구조적으로 심화하는 요인이라고 비판하며 이러한 체제가 민주주의와 시민권을 잠식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위험을 경고한다. 카지노 자본주의는 투기적 자본의 팽창과 금융화로 인해 단기 이익 추구가 지배적인 체제를 가리킨다. 이 체제에서는 실물경제의 가치 창출보다 금융시장의 투기와 불확실성이 경제의 핵심 동력이 된다. 그 결과 소수 금융 엘리트에게 부가 집중되고 다수 시민은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복지 축소, 심화된 불평등 속에 놓이게 된다. 다렌도르프는 전통적 산업자본주의가 일정 수준의 복지와 사회적 조정 메커니즘을 유지한 반면, 카지노 자본주의는 사회적 연대의 붕괴와 윤리적 해이를 초래한다고 비판한다.
_“04 시장경제” 중에서
다렌도르프는 엘리트 중심 정치 구조가 지속되고, 권력과 자원이 불평등하게 분배되며, 시민사회와 공식적 갈등 조정 메커니즘의 기능이 약화될 때 포퓰리즘이 등장한다고 본다. 시민들이 제도권 정치 과정을 통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제도 밖에서 국민의 유일한 대변자를 자처하는 새로운 세력, 지도자, 급진적 대중운동을 요구하는 사회적 기반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다렌도르프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 외부의 이질적 현상이 아니며 민주주의의 내재적 결함이 드러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_“08 민주주의” 중에서
독일 대외 문화 정책의 중심 가치는 교육권과 문화권을 포함한 세계시민권, 시민의 자율적 참여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공공선 추구와 갈등 조정을 위한 법치주의로 요약된다. 독일은 전 지구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보편적 가치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화 교류를 통해 가치 대화를 촉진하는 가치 중심 정책을 펼친다. 이러한 가치는 서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지만, 중개기관이 이를 전면에 내세워 문화 교류를 주도한다는 점은 독일 대외 문화 정책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다. 독일 대외 문화 정책의 이러한 특징은 다렌도르프의 세계시민사회 구상을 반영한다. 독일 대외 문화 정책은 미국의 ‘제국지향적’ 접근이나 신흥국들의 ‘국격 제고’와 달리 상호 교류에 기반한 공동 작업에 중점을 두며, 갈등 예방을 통해 평화 보장에 기여하는 상호 이해와 소통을 강조한다.
_“10 대외 문화 정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