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간과 AI, 새로운 예술의 동반자
AI와 예술이 만나는 현장을 탐구한다. 동굴벽화 안료에서 카메라 렌즈까지, 예술은 언제나 기술을 받아들여 경계를 넓혀 왔다. 오늘날 생성형 AI 역시 예술가의 협력자로 등장해 창작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이 책은 예술가가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케치와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회화·음악·문학·공연예술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의 감각과 AI의 연산이 어떻게 결합해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 내는지 밝힌다.
더불어 저작권, 데이터 편향, 관객 참여, 예술가 정체성 등 윤리적·사회적 쟁점도 균형 있게 다룬다. 특히 창작의 무게중심이 기술적 숙련에서 비전 설정과 큐레이션 능력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AI 시대 예술가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한다. 두려움이나 맹신을 넘어, 인간과 AI가 함께 열어갈 창조적 가능성의 지도를 제시한다.
200자평
인간과 AI의 협업이 창작의 의미를 어떻게 바꾸는지 탐구한다. 다양한 예술 현장의 사례와 윤리적 쟁점을 통해 기술과 예술이 함께 열어 갈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총서.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서은선
인공지능 기반 디자인 회사 Philoart 대표다. 학사와 석사에서 순수예술과 디자인을 전공하고, 박사에서 디자인&아트테크놀로지를 전공했다. 삼성과 코오롱에서 마케팅 및 기획 업무를 수행했고, 현재는 인공지능을 예술적 재료로 활용해 인간의 감성과 기계의 생성 능력을 결합하는 창작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관련 강의·기획·마케팅 업무를 병행하며 디지털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AI 예술의 예술적 가치 연구: 보리스 엘닥슨의 AI 생성 작품 중심으로”(2023),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으로 탄생한 새로운 예술의 지평 – OpenAI와 알렉산더 레벤의 협업을 중심으로” (2024) 등이 있다.
차례
왜 AI를 예술에 끌어들였는가
01 생성형 AI, 예술을 다시 그리다
02 협업 개념의 재정립
03 창작 과정의 실험
04 다양한 예술 장르와 확장 가능성
05 프로세스와 방법론
06 협업에 내재된 갈등과 윤리적 쟁점
07 관계성의 미학
08 현대 예술가의 정체성과 관계성 확장
09 창작 실험과 기술적 구현
10 AI와 인간의 지속적 공진화
책속으로
수많은 텍스트ᐨ영상 변환 생성형 AI 모델이 존재하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예술가들은 오픈AI의 소라(Sora)와 구글의 비오(Veo)를 주목한다. 이 두 모델은 각각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강력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합된 생태계는 연구자가 영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복잡한 개념이나 가설을 언어 모델의 도움을 받아 정교하고 다층적인 텍스트 프롬프트로 발전시키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과정을 지원한다. 즉, 초기 아이디어 발상부터 서사의 구체화, 장면의 세부 묘사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이고 심도 있는 수정을 거칠 수 있어, 최종적으로 연구자의 의도에 더욱 정밀하게 부합하는 영상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활용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된다.
-01_“생성형 AI, 예술을 다시 그리다” 중에서
이러한 ‘인간+AI’의 이중 저자성(dual authorship)은 기존 예술계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며, 현재의 저작권법 체계 또한 주로 ‘인간 저작자’를 전제로 하고 있어 AI 예술의 저작권 및 소유권 귀속 문제는 여전히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엘닥슨의 문제 제기는 이처럼 AI 시대에 예술 창작의 주체와 결과물에 대한 사회적, 법적, 그리고 철학적 합의가 시급히 재정립되어야 함을 극적으로 보여 주었다. 그의 도발적인 실험과 수상 거부는 사진 예술계를 넘어 현대 예술 전반이 기술 발전에 따른 예술의 정의와 범주를 어떻게 재검토하고 수용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의 장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03_“창작 과정의 실험” 중에서
공연 예술 단체도 비슷한 흐름이다. 무대에서 AI를 활용할 때, 관객 이미지나 음성이 수집·분석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공연 이후에는 폐기하거나 적법한 절차로 관리해야 한다. 일부 페스티벌에서는 AI가 관객 반응을 실시간 시각화하는 코너를 운영하면서도, 사진 촬영·녹음에 대한 동의를 명확히 구하도록 했다. 결국 예술계가 주도적으로 윤리 관점을 확립한다면, 외부 규제나 사회적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06_“협업에 내재된 갈등과 윤리적 쟁점” 중에서
정교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예술가의 내면에 있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나 복잡한 개념을 AI가 효과적으로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섬세한 언어적·시각적 명령어로 변환하는 핵심적인 과정이다. AI는 인간의 언어를 문맥과 뉘앙스까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입력된 텍스트의 패턴과 핵심 키워드를 기반으로 학습 데이터 속에서 통계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물을 조합하여 제시하므로, 예술가는 자신의 의도를 명확하고 다층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프롬프트를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필자의 〈도자기 인간 시리즈〉에서는 단순히 “도자기 같은 사람”이라는 모호한 프롬프트 대신, “연약하지만 그 안에서 빛을 발하는 백자 피부를 지닌 인간 형상(porcelain-skin humanoid, translucence glaze)”이라는 기본 개념에 더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재료의 특성인 “미세한 균열 질감(subtle crackle)”이나 특정 카메라 렌즈를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매크로 렌즈 특유의 심도 표현(Hasselblad H6D-100c with 120mm macro lens)” 등 원하는 질감, 분위기, 심지어 촬영의 기술적 조건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AI가 보다 정교하고 작가의 의도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생성하도록 유도했다.
-09_“창작 실험과 기술적 구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