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독서를 ‘행위’가 아닌 ‘경험’으로 바라보기
우리는 수많은 책을 읽지만, 어떤 책은 내면 깊숙한 곳을 흔들며 삶의 방향을 바꿀 만큼 강한 영향을 준다. 이러한 변화의 순간은 단순한 읽기가 아니라 독서 경험이라는 실존적 사건으로 이해될 수 있다. 독서는 정보 습득에 그치지 않고 텍스트와 독자가 인지·정서적으로 상호교류하며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자신의 가치관·감정·세계 이해를 재정립하며 성장한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경험했는가”다. 독서 경험은 하나의 기능으로 환원될 수 없는 총체적·다층적 성격을 지니며, 독자가 자기 삶을 다시 조망하도록 만든다.
지금, 왜 다시 독서 경험을 말해야 하는가
독서를 통해 우리는 울고 웃으며 내면을 들여다보고,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며 자기 성찰을 경험한다. 이때 독서는 지식 습득을 넘어 실존적 경험이 된다. 책 속 사건과 인물, 가치와 의미는 독자에게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하고, 더 나은 나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다. 독서 경험은 정체된 자아를 깨우고 변화의 흐름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이러한 변화 가능성은 독서 경험이 지닌 교육적 가치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오늘날 디지털 환경은 빠른 정보 소비를 가능하게 하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읽기와 성찰적 독서는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속도와 효율 중심의 읽기가 강조되는 시대일수록, 독서 경험의 본질적 가치—사유, 성찰, 의미 구성—를 되짚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힘은 깊은 독서 경험에서 비롯된다. 독서는 독자가 스스로와 만나고, 세상과 대화하며,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는 내적 기반을 마련한다.
독서 경험이 열어 주는 교육적 의미
이 책은 독서 경험의 교육적 가치를 정체성 발달, 전문성 성장, 정서적 지지, 문제 해결, 공감과 연대 형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한다. 독서 경험은 개인의 감정과 사고, 사회적 관계, 실천적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인간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로 이끈다. 또한 애독자들의 실제 독서 경험 사례를 통해 독서가 어떻게 삶의 사건이 되고 변화의 계기가 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책은 독서 경험의 개념과 교육적 가치를 다각도로 살펴보며, 마지막으로 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독서 경험을 연구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독자는 독서를 통해 무엇을 경험하는가, 그 경험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
200자평
‘독서’는 단순한 읽기 행위를 넘어선 실존적 경험이다. 독자는 다양한 독서 경험을 통해 삶의 결에 변화를 맞이하고, 성장으로 나아간다. 이 책은 독서 경험을 통한 독자의 변화와 성장을 밀도 있게 탐색하면서, 독서 경험의 교육적 가치를 조명한다.
지은이
김효리
한국평생독서교육연구소(협) 이사장으로, 독서 교육을 연구하고 강의한다.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독서 교육 전공으로 교육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초등∼대학), 교육청, 평생학습관, 도서관, 기업 등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전 연령을 대상으로 독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독자들의 독서 경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2017년부터 다양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독서 경험 연구를 이어 오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성인 독자의 독서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성인 애독자를 중심으로”(2024), “성인의 독서 경험 내러티브에 나타난 독서의 즐거움 유형 탐색”(2022), “독서교육 프로그램 경험에 관한 내러티브 탐구”(2018), 저서로는 『카피카피와 소리한글』(다락원, 2024) 등이 있다.
차례
지금, 독서 경험을 말하다
01 ‘독서 경험’의 총체성
02 ‘독서 경험’의 교육적 가치
03 정체성 발달
04 전문성 개발
05 정서적 지지
06 문제 해결
07 긍정 정서 경험
08 공감과 연대 형성
09 성장으로서 독서 경험
10 독서 경험 연구 방법
책속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끊임없는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그럴수록 우리에게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을 지닌 사람은 어떤 시대를 만나더라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 맥락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길을 창조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x쪽
독서 경험은 신체적·인지적·정의적·실천적·사회문화적 측면 등으로 나누어 설명될 수 있지만, 독자에게는 총체적으로 경험된다. 즉, 독서 경험은 다양한 측면에 따라 구분될 수는 있지만, 서로 분리되지는 않는다는 총체적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독서 경험의 총체적 성격은 독서를 단순한 정보 습득 행위가 아니라, 듀이가 말한 ‘하나의 경험’으로서,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통합된 총체적 경험으로 이해해야 함을 시사한다.
– 7~8쪽
그간의 독자 발달 연구들은 아동 초기부터 고등학생까지의 학령기 독자들에 주목했고, 그 이후의 독자 발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이것은 마치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독자는 더 이상 발달할 필요가 없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제도권 교육을 마치고 난 이후에 오히려 더 수준 높은 독서 역량이 요구되며, 이에 상응하는 독자 발달이 절실하다. 따라서 독자의 발달은 삶의 시기마다 자신을 새롭게 구성하고 확장해 가는 지속적 성장의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독서 경험은 인간이 평생에 걸쳐 스스로를 교육하고 성숙하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학습의 장이라 할 수 있다.
– 17~18쪽
타자와 함께하는 독서는 단절과 고립의 반대편에 있는 경험이다. 책은 독자에게 타자와 연결될 수 있는 다리를 놓아 주며, 사적이고 내밀한 경험이었을 독서를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경험으로 확장한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나’만의 세계를 넘어 ‘우리’의 세계로 향하게 되고, 이는 곧 더 깊이 있고 넓은 삶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준다.
– 80쪽
독서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은 독서를 인간 실존의 일부로 바라보게 하며, 독자의 삶을 구성하는 의미 있는 실천으로 독서를 자리매김하게 한다. 다시 말해, 독서를 단순한 행위나 기능이 아닌, 인간이 ‘살아낸 경험’으로 이해하게 하는 철학적 기반이라 할 수 있다. 현상학은 독서가 삶의 굴곡, 감정, 관계, 정체성과 얽혀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탐색하게 하는 관점으로서, 독서 연구와 교육 실천에 깊이 있는 통찰을 가능하게 해 준다.
– 97~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