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가 재편한 국제 소통: 메시지에서 ‘구조’로의 전환
국제 커뮤니케이션은 오랫동안 국가가 메시지를 생산하고 이를 전달해 여론과 이미지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AI와 디지털 플랫폼 환경의 등장으로 이러한 전통적 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오늘날 국제 여론은 외교 성명이나 뉴스 보도보다 알고리즘 추천, 이용자 반응, 감정 확산, 데이터 축적의 반복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즉, 국제 소통의 중심은 ‘무엇을 말하는가’에서 ‘무엇이 어떻게 보이게 되는가’로 이동했다.
이 책은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국제 커뮤니케이션의 작동 원리를 바꾸는 구조적 요소로 본다. AI는 번역, 추천, 감정 분석 등을 통해 정보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특정 감정과 서사를 증폭시키며 여론 형성에 직접 개입한다. 그 결과 복잡한 국제 이슈는 단순화되고 감정 중심으로 소비되며, 의미는 알고리즘을 거치며 선택적으로 노출된다. 국제 소통은 더 이상 메시지 전달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데이터·알고리즘·플랫폼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이 된다.
기존의 소프트파워나 공공외교 이론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제 영향력은 국가의 매력 자체보다, 그것이 플랫폼과 알고리즘 속에서 얼마나 가시화되고 반복되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여론 형성 역시 설득이 아닌 ‘노출 구조’와 ‘감정 반응의 누적’에 좌우된다.
책은 국제 커뮤니케이션을 감정, 데이터, 알고리즘, 플랫폼, 팬덤, 콘텐츠 등으로 구성된 연쇄적 시스템으로 분석한다. 특히 K-콘텐츠의 확산은 국가 주도의 결과가 아니라 팬덤 참여와 AI 추천이 결합된 사례로 제시된다. 나아가 거버넌스와 인간 중심 AI 논의를 통해 알고리즘 환경 속에서 공공성과 책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결국 AI 시대 국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기술 활용이 아니라 기준과 원칙의 문제다. 우리는 알고리즘에 소통의 주도권을 맡길 것인지, 아니면 인간 중심의 새로운 소통 질서를 구축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200자평
인공지능과 디지털 플랫폼이 재편한 오늘날의 국제 여론 및 국가 이미지 형성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제 AI는 단순한 기술 도구를 넘어,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감정을 연결하고 소통의 흐름을 조정하는 '새로운 중재자'로 부상했다. 이 책은 AI를 기술 혁신의 결과물로만 보지 않고, 감정·데이터·알고리즘·플랫폼·팬덤이 융합되어 작동하는 국제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구조적 변화에 주목하며, 실시간 번역과 추천 시스템이 소통의 장벽을 낮춘 동시에 '감시 자본주의'와 '확증 편향'이라는 새로운 윤리적·정치적 과제를 던졌음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지은이
최성배
경기대학교 한류문화대학원 초빙교수다. 경기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리랑TV 창립 멤버로 약 25년간 재직하며 국제 방송의 제도 설계와 운영 전략을 주도했고, 경영·정책·기획예산 등 핵심 보직을 역임했다. 국제 방송의 공적 가치 정립과 정책 기획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2007)과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2000, 2004)을 받았다.
국제 방송과 국가 브랜드 전략을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기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을 강의했다. 현재는 ICT 융합기업 부사장(COO)으로 재직 중이며, 한국매거진미디어융합학회 대외협력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디지털·AI 전환 시대의 국제 커뮤니케이션과 K-브랜드 전략이다.
주요 저서로는 《전파를 넘어 이야기로: 아리랑TV 30년, 디지털·AI 전환기의 K-브랜드 플랫폼 확장》이 있다.
차례
AI시대 국제 커뮤니케이션의 재구성
01 국제 커뮤니케이션
02 감정
03 데이터
04 알고리즘
05 플랫폼
06 소프트파워
07 팬덤
08 K-콘텐츠
09 거버넌스
10 인간 중심 AI
책속으로
감정의 부상은 소프트파워의 실질적인 작동 동력이 정보 중심에서 정서적 유대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보여 준다. 나이(Nye, 2004)는 소프트파워를 매력과 호감에 기반한 영향력으로 정의했지만,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 매력은 정책 메시지보다 감정적 경험과 정서적 유대를 통해 축적된다. 즉 소프트파워는 설득의 결과라기보다는, 반복되는 감정 경험의 누적으로 형성되는 영향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02_“감정” 중에서
결국 국제 여론은 이성적 논쟁의 결과라기보다, 플랫폼이 선택한 감정의 반복 속에서 구축되는 인식 환경에 가깝다. 알고리즘은 국제 이슈를 직접 해석하지는 않지만, 어떤 감정을 반복 호출할지를 결정함으로써 국제 여론의 정서적 지향점을 구조적으로 조정한다. 이는 알고리즘이 단순한 전달 도구를 넘어, 국제 사회의 감정과 인식이 축적되는 새로운 사회적 조건의 설계자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04_“알고리즘” 중에서
AI 시대 국제 커뮤니케이션의 두드러진 특징은 협업 주체가 다층화되었다는 점이다. 콘텐츠 생산과 유통은 국가 기관의 독점 영역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 미디어 조직, 크리에이터, 팬덤,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동시에 관여하여 복잡한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다각적 생태계 내에서 국제 여론은 특정 행위자의 의도나 통제의 결과라기보다는 다양한 주체의 상호작용이 축적된 결과로 생성된다.
-09_“거버넌스” 중에서
인간 중심 AI에 관한 논의는 추천 시스템과 확산 알고리즘의 영역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두된다. 추천 시스템은 이용자의 기존 선호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선호를 형성하는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페라로 등(Ferraro et al., 2023)은 개인화 중심 추천 시스템이 집단적 문화 경험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사용자 집단 전체가 공유하는 문화적 경험을 측정하는 ‘공통 경험성(commonality)’ 지표를 제안한다. 또한 기존 평가 지표가 문화적 시민권과 관련된 폭넓은 원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통 경험성이 추천 시스템의 사회적·문화적 함의를 분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제시한다.
-10_“인간 중심 AI”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