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관계는 가능한가
인간이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왜 죽음을 덜 느끼게 되었는지를 질문한다. 사망자의 말투와 기억을 학습한 챗봇, 고인의 얼굴과 음성을 재현하는 인공지능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디지털 불멸은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존재와 상실을 경험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미디어 환경이다. 이 책은 트랜스휴머니즘이 제시하는 불멸의 상상과 포스트휴머니즘의 비판을 교차시키며, 인간 정체성이 정보로 환원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더 나아가 매클루언의 미디어 이론과 시몽동의 개체화 개념을 통해 디지털 불멸을 하나의 기술적 존재 방식으로 분석한다. 존재가 연장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죽음을 넘어선 것이 아니라, 죽음을 다르게 경험하게 된 것은 아닌가. 디지털 불멸을 기술의 성취가 아닌 인간 경험의 변형이라는 관점에서 끝까지 추적한다.
200자평
디지털 불멸은 인간을 영원히 살게 하는 기술이 아니다. 이 책은 죽음 이후에도 관계가 지속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서 찾는다. 존재가 연장되었는가, 아니면 지각 방식이 바뀌었는가. 디지털 불멸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다시 구성하는지를 묻는다. AI문고.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김연숙
숭실대학교 글로벌미디어학부 겸임교수다. 숭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메타콘텐츠개발원에서 메타브랜딩을 연구 중이며, ㈜상록에스 기획이사로 재직 중이다. 한독사회과학회 상임이사이며, 한국언론학회 평화커뮤니케이션 연구회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미디어 담론》(2025, 공저)이 있다. “창작자 경제 숏폼 문화에 나타난 속도와 놀이 현상 연구”(2023), “불멸과 디지털 불멸:인간과 미디어의 관계를 중심으로”(2025),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의 감정 수행 연구”(2025) 등의 논문을 KCI 등재 학술지에 게재했다.
차례
디지털 불멸, 죽음을 넘어서는 기술인가
01 불멸의 욕망, 인간 상상력의 기원
02 상징적 불멸, 기억과 문화에 남는 존재
03 인스턴트 불멸, 주목과 소비의 존재
04 디지털 불멸, 존재의 지속
05 인간의 확장, 디지털 자신
06 미디어의 확장, 기술적 존재
07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만들어진 자의 시뮬라크르 사회
08 기술적 존재와 의인화 심리
09 불멸의 산업, 새로운 시장
10 사후 존재의 권리와 애도의 윤리
책속으로
이 지점에서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죽음 이후에도 존재가 계속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이 질문은 곧바로 현재로 되돌아온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존재론적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신화와 종교, 철학과 심리학, 그리고 현대 과학 기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더 다양한 방식의 불멸을 상상해 왔다. 불멸을 향한 상상은 단순한 욕망이라 치부하면 안 된다. 인간이 죽음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 온 가장 오래된 이야기이자 지금도 계속 쓰이고 있는 이야기다.
-01_“불멸의 욕망, 인간 상상력의 기원” 중에서
바우만은 이런 환경에서 불멸의 방식 또한 달라졌다고 말한다. 세대를 통과하며 남는 ‘영원한 불멸’, 즉 상징적 불멸은 점차 힘을 잃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대중매체가 만들어 내는 일회성 경험, 순간적 유명세다. 그는 이를 ‘인스턴트 불멸’이라 부른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사라지지 않는 존재감. 즉각적인 주목, 즉각적인 목소리, 즉각적인 가시성이 불멸의 새로운 기준이 된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 자체가 곧 ‘살아 있다’라는 증거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인스턴트 불멸의 핵심이다.
-03_“인스턴트 불멸, 주목과 소비의 존재” 중에서
따라서 가상 인간을 인간의 확장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가상 인간은 인간의 감각과 관계 형식 자체를 재구성한다. 인간의 의도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미디어 효과는 기술적 존재를 대상이 아니라 관계의 조건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인간의 경험 구조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상 인간은 인간을 모방한 시뮬라크르로 환원되기 어렵다. 가상 인간은 인간과 기술, 미디어와 미디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된 기술적 존재이며, 관계 속에서 개체화되며 의미를 획득한다. 이는 미디어의 확장이 인간을 향해 되돌아오는 하나의 국면을 드러낸다. 이 지점에서 가상 인간은 인간의 확장이 아니라 인간을 향해 작동하는 미디어의 확장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
-06_“미디어의 확장, 기술적 존재” 중에서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 AI는 이러한 사후 대화 기술을 가상공간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물리적 신체를 가진 존재로 확장할 가능성을 연다. 만약 고인의 목소리와 말투, 성격과 습관이 로봇 신체에 탑재된다면, 추모는 더 이상 접속의 경험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경험이 된다. 이는 기억을 호출하는 기술에서 관계를 지속시키는 환경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이 경우 데드봇은 대화 상대를 넘어 공간을 점유하는 존재가 된다. 말을 걸지 않아도 곁에 있고, 사용자의 일상에 반복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09_“불멸의 산업, 새로운 시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