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 시대, 방송 작가는 무엇을 써야 하는가
유튜브, OTT, AI. 방송 생태계가 빠르게 변하면서 방송 작가의 역할도 본질적인 재정의를 요구받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 방송 작가라는 직업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기술이 쓰기를 대신하는 시대에 작가는 여전히 ‘의미’를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료 조사와 구성, 포맷 설계, 감정의 조율까지 AI가 침투하는 제작 환경 속에서, 작가는 이제 기술의 사용자에서 맥락의 판단자이자 책임지는 존재로 변화해야 한다.
이 책은 예능·다큐·뉴스 등 각 장르별 방송 현장에서 AI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작가들이 어떻게 이 기술을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 구체적인 사례로 풀어낸다. 창의성, 감정 설계, 윤리 판단이라는 작가 고유의 역량은 기술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기술을 넘어 사람을 향한 쓰기, 그것이 이 시대 작가의 과제다.
200자평
생성형 AI 시대, 방송 작가의 일과 정체성을 다시 묻는다. AI가 대본을 쓰고 자료를 요약하는 시대, 작가는 무엇을 써야 하는가. 기술을 넘어 맥락을 구성하는 사람의 길을 안내한다. 인공지능총서.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서가정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KBS부산방송총국 보도국과 KBS창원방송총국 편성제작국에서 방송 작가로 근무하는 동시에, 경성대학교 AI미디어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2007년 라디오 작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방송 현장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왔다. 다큐멘터리, 교양, 시사, 정보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늘 고민이다. 최근 AI 기술이 방송 제작 현장에 빠르게 들어오면서, 작가로서의 일과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기술을 경계하기보다 어떻게 활용하고 함께 작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 스스로를 표현하는 수식어 중 가장 좋아하는 말은 ‘쓰는 사람’이다.
차례
쓰는 사람과 만드는 기계
01 방송가에 등장한 AI
02 AI 시대 방송 작가의 현재
03 콘텐츠 기획
04 콘텐츠 제작
05 미디어 창작자와 AI의 협업
06 방송 작가의 글쓰기
07 창작 윤리
08 한계와 도전 과제
09 AI를 넘어서는 창의성
10 방송 작가와 AI의 공존
책속으로
AI를 제작 도구로 활용한 작업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은 다큐멘터리 영화 〈백산, 의령에서 발해까지〉(2025)다.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맨 처음 자료 조사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백산 선생의 자료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백산 선생은 조선어학회 사건 이후 부산과 만주를 드나들며 기록했던 ‘만몽일기’ 등 주요 기록들을 직접 소각해 버렸고, 남아 있는 사진들도 훼손이 있거나 오래돼 복원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제작진은 영상 제작을 위해 AI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우선 AI로 백산 선생의 남아 있는 사진들을 분석해 훼손된 부분은 복구하고, 다양한 연령대로 나누어 얼굴 이미지를 생성했다. 또 백산 선생이 활동했던 당시의 부산 시내 전경이나 관부연락선이 정박한 부산항 사진 등의 자료를 움직이는 영상처럼 구현하기 위해 이미지 애니메이션 AI를 활용했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로 복원한 백산 선생은 영화 구성에 핵심 요소가 되었다.
-01_“방송가에 등장한 AI” 중에서
검색 기능을 결합한 RAG(Retrieval-Augmented Ge- neration, 검색-증강 생성) 방식은 어떨까? RAG는 답변할 때 과거 학습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외부 데이터베이스에서 실제 자료를 검색해 그것을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한다. 이론적으로 기존 LLM보다 더 정확한 답변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생각으로 RAG 방식을 사용하는 AI 기반 검색 엔진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활용해 학령 인구 감소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퍼플렉시티는 전국 초등학교 중 신입생이 0명인 학교 수, 출산율, 고령화 수치 등에 대해 상세히 답변했다. 그러나 퍼플렉시티는 올해 부산 내 신입생 0명인 초등학교의 위치를 ‘부산진구’라고 답했다. 2025년 기준으로 신입생 0명인 초등학교는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해 있다. AI가 2024년 자료를 가져온 것이다.
퍼플렉시티는 가장 관련성 높은 자료를 가져왔지만 최신성을 고려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오류가 발생했다. 이는 검색 기반 RAG 시스템에서도 오류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AI는 방송 작가에게 자료 조사의 효율성과 폭을 넓혀 주는 좋은 도구가 되고 있다. 그러나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언제나 완전무결하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AI는 사고하지 않는다는 것을 종종 잊곤 한다. AI는 맥락을 잃거나 오류를 포함할 수 있으며, 때로는 사실을 왜곡할 위험도 존재한다.
-03_“콘텐츠 기획” 중에서
AI는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의 언어와 사고가 있다. 언어학자 촘스키(Noam Chomsky)는 《뉴욕타임스(NYT)》의 기고문에서 “AI는 일종의 거대한 통계 엔진”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인간의 정신은 놀라울 정도로 적은 양의 정보로 작동하는 효율적이고 심지어 우아한 시스템”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AI는 과거의 데이터와 확률에 기반을 두고 작동하며, 표면적으로는 문장을 만들지만 그 이면의 의미나 도덕성, 인과관계는 스스로 해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AI는 마치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방송 작가의 글쓰기 역시 AI 기술이 제공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06_“방송 작가의 글쓰기” 중에서
공감을 유도하는 구조는 감정의 리듬과 타이밍을 정확히 계산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아이들이 한데 모여 왁자지껄한 상황을 AI에게 단어로 표현하라고 하면 와글와글이나 북적북적, 시끌벅적 등을 제안한다. 박완서의 소설 속 ‘옥시글옥시글하다’는 찾을 수 없다. 빛이 조금 어두운 ‘어둑시근하다’라는 방언 등은 AI에겐 낯선 단어다. 지역 방언도 인식할 수 있다고 하는 카카오의 LLM ‘카나나-o’ 역시 문학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방언들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단어들은 단지 뜻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를 품고 있다. 전달을 넘어 감각을 불러오는 언어. 언젠가는 AI가 이 단어들을 학습하고, 조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AI는 단어가 발생한 맥락까지 결코 알 수 없다.
-09_“AI를 넘어서는 창의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