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 시대, 불교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생성형 AI의 급격한 발전은 인간 존재와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제기하게 만든다. 이 책은 초기 불교부터 유식, 아비담마, 선불교까지 불교 사상의 전개를 조망하면서, AI 시대에 불교가 제기할 수 있는 물음과 통찰을 살핀다. 연기와 무아, 삼법인, 사성제 등의 교리를 통해 AI의 인식 구조와 존재론을 비교하고, 디지털 수행과 AI 명상, 로봇 설법자와 디지털 포교의 가능성까지 폭넓게 고찰한다.
불교는 기술과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행과 사유의 전통 속에서 AI라는 새로운 존재와의 공존을 꾀한다. 기술적 진보와 내면의 탐구가 만나는 지점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삶과 수행을 다시 묻는다.
200자평
AI의 인식 구조는 불교의 연기 사상과 닮아 있다. 초기 불교부터 유식까지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AI 시대의 존재와 수행을 사유한다. 디지털 포교와 AI 수행법도 함께 제시한다.
지은이
고은진
제주대학교 철학과 학술 연구 교수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제주대학교, 한라대학교,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강의했고, 도서관 지혜학교 전담 교수(2021∼2023)를 지냈다. 주요 저서로 『원효의 번뇌론』(대한민국학술원 2022 추천도서 선정), 『도덕경 산책』(2022)이 있다. 논문으로 “원효 『이장의』번뇌론에 대한 유식학적 연구”, “원효 『이장의』 소지장에 대한 유식적 고찰”, “원효의 대승 사상과 말나식 고찰”, “아뢰야식과 眞如의 관계성에 대한 유식적 고찰”, “원효 『이장의』 현료문에 나타난 業과 緣起 고찰”, “『성유식론』의 四緣說에 나타난 존재 인식과 타자 윤리”, “상좌부와 유식의 인식론과 수행의 현대적 적용 고찰”, “원효 『이장의』 은밀문에 나타난 대승 사상 고찰”, “중광의 예술 세계에 나타난 제주 정신 고찰”, “원효 『이장의』 은밀문에 나타난 대승 사상 고찰”, “분황 원효 『대승기신론이장의』의 중심 내용과 특징” 등이 있다.
차례
AI 시대, 불교 사상과 수행
01 AI와 초기 불교
02 AI와 아비담마 불교
03 6문 인식 과정과 AI
04 아비담마 불교와 인지 치료
05 유식과 대승 불교
06 유식 불교와 정신 분석
07 요가 수행과 AI의 활용
08 AI와 사띠 명상
09 AI와 대승 염불선 수행
10 AI와 간화선 수행
책속으로
싯다르타의 깨달음을 시스템적으로 본다면 그는 I를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 등 여섯 가지로 정의했다. O는 신(身), 구(口), 의(意)가 그것이다. 먼저 여섯 가지 입력 요소들은 혼자서는 절대 작동할 수 없으며, 외부의 대상들, 즉 색깔, 소리, 냄새, 맛, 감촉, 기타 일체의 현상과 마주쳤을 때 비로소 입력으로 받아들여져서 작용하게 된다. 아울러 경계에 부딪힐 때 비로소 마음이라는 중요한 현상이 발생한다. 이 마음이 (S)다. 이것은 대상을 알고 보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출력으로 이끌고 경계 조건이 닿으면 곧 소멸한다. 따라서 마음은 인간 시스템의 그 어떤 것(S) 요소의 핵심이며 전부라고 볼 수 있다.
-01_“AI와 초기 불교” 중에서
이렇게 모델은 이 세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틀이 되어 이 세계를 인식한다. 이렇게 모델을 통한 상호 작용은 과학뿐만 아니라 학문, 예술 등 인간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난다. 이처럼 대상체와 모델 간의 유사성 관계를 내가 지니게 되면 엔도모피즘(endomorphism)이 된다. 즉 이 세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모델이 대상과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들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엔도모피즘의 일치일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열망들이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인류의 다양한 학문과 예술에도 많은 발전을 가져왔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03_“6문 인식 과정과 AI” 중에서
그래서 아비담마에서는 사띠를 통해 무가치한 인식에 마음을 두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을 고안하였고, 유식에서는 식(識) 내부로 대상을 전환하여 이미지나 언어를 수행 대상으로 하여 대상으로의 식과 주체로서의 식 모두가 사라지는 경식구민(境識俱泯)의 깨달음을 언급한다. 유식의 이 수행으로 인한 심리 치료의 효능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정신 의학자와 일반인에게까지 명상 심리 치료법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 정보들이 실체가 아니고 오로지 식(識)일 뿐임을 깨닫는 유식의 깨달음은 과도한 저장으로 용량이 초과된 컴퓨터의 모든 저장들을 포맷하여 초기화하고 새롭게 컴퓨터의 기능을 설계하는 것과 유사하다.
-06_“유식 불교와 정신 분석” 중에서
선정과 삼매는 호흡과 깊은 관계가 있다. 우리가 호흡을 할 때 차분하게 호흡을 관하면서 깊이 길게 호흡하게 되면 호흡의 능률을 향상해 적은 산소를 소비하게 된다. 혈압이 높은 피실험자들 경우 길게 호흡을 하게 되면 혈압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인다. 피부 또한 저항력이 높아져 불안과 긴장의 상태를 감소시키고 심장 박동이 느려져 교감 신경계의 과잉 활동이 감소된다. 이처럼 염불 삼매 또한 개인과 사회의 심리적 집착이나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 등의 병증으로부터 약의 처방 대신 스스로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편이 될 것이다.
-09_“AI와 대승 염불선 수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