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 시대,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는가
포스트 개념이 광범위하게 쓰이는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 앞의 ‘포스트’는 위기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인공지능은 이 위기를 가속하는 결정적 요소로 등장하며, 기술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는 행위자적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정보 접근 확대와 참여 증대라는 긍정적 전망과 달리 감시와 통제 강화, 여론 조작, 권력 집중, 자율성 약화 등 부정적 효과는 이미 현실적이다.
이 책은 이러한 AI 시대 민주주의의 구조적 위험을 진단하고, 디지털 자본주의와 뉴미디어 환경에서 나타나는 정치·사회적 변화를 분석한다. 대의제의 한계를 직접민주주의, 선거제도, 정보 영역과 연결해 검토하며, 헤테라키 민주주의·유동 민주주의·인공지능 거버넌스·알고리즘 민주주의 등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 모델을 탐색한다. 이어 AI 시대에 적합한 정부와 의회 구성, 정당 정치의 변화, 정치 팬덤 현상, 지역 자치의 재비중 등을 다루며, 각인주의 관점 아래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보장하는 민주주의 질서를 모색한다. 인공지능이 민주주의를 위협할지 혁신할지는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200자평
AI 시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와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감시와 통제, 여론 조작, 권력 집중 위험을 짚고, 헤테라키·유동·알고리즘 민주주의 등 새로운 정치 질서를 제안한다. AI가 만들어 갈 민주주의의 미래를 선제적으로 조망한다. AI총서.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정병기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과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강의교수(2004~2007) 및 연구교수(2007~2009)를 역임했다. 시인 및 영화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인공지능과 새로운 개인주의》(2025), 《포퓰리즘》(2021), 《정당 체제와 선거연합: 유럽과 한국》(2018), 《표준의 통합 효과와 표준화 거버넌스》(2016) 등 50여 권의 정치학 단행본과 《엔딩 크레디트》(2024) 등 5권의 시집, 《사랑과 예술, 아모르파티》(2023) 등 2권의 영화평론·분석집이 있으며, 1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포스트 시대의 인공지능과 민주주의
01 디지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02 AI 시대의 포스트민주주의
03 뉴미디어 AI 시대의 대중 변화와 민주주의
04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
05 선거와 민주주의
06 헤테라키 민주주의와 유동 민주주의
07 인공지능 거버넌스와 알고리즘 민주주의
08 AI 시대의 정부와 의회, 거버넌스 기구
09 AI 시대의 정당 정치와 정치 팬덤
10 AI 시대의 지역 자치
책속으로
디지털 자본주의가 AI 시대로 발전하면서 초개인주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분인(dividuum) 현상이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라 개인은 각종 취향과 성향 등으로 분절되어 데이터화된다. 이 데이터는 디지털 자본이 이윤을 창출하는 핵심 자원으로 기능하며, 개인의 종속을 심화시킨다. 초개인주의는 개인의 과도한 연결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개인이 분인으로 분할되는 현상을 간과한다.
-01_“디지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중에서
대중의 기본 단위가 개인이므로 개인의 변화는 곧 대중의 변화로 연결된다. 개인이 분할된 주체라면 대중도 그러한 주체로 파편화된다. 이때 파편화는 대중이라는 무리가 원자화된 개인으로 흩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무리를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분인으로 분할된 주체를 의미하며, 분할된 주체로서의 개인이 분인에 따라 동원되고 행동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동원과 행동이 사회적으로 이루어질 때, 그 계기가 된 분인은 정동(affect: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면서 사회적 행동을 촉발하는 정서적 충격)으로 수월하게 이어진다. 그러므로 디지털 뉴미디어 자본주의에서 등장한 새로운 대중은 정동적 대중이며, 이를 포스트개인주의 시기에 나타난 ‘정동적 다중’이라 부를 수 있다.
-03_“뉴미디어 AI 시대의 대중 변화와 민주주의” 중에서
선거에서 시민은 대표를 선출해 사실상 전권을 위임한다. 모든 정치적 의사 결정을 대리인에게 맡기는 셈이다. 반면 유동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주요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각 정책·이슈별 개별 투표만 위임한다. 유동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면서 직접 민주주의로 보완한 형태라기보다, 대의 민주주의의 근본을 직접 민주주의로 치환한 형태에 가깝다. 다만 과두제적 포획에 취약하다는 점은 여전히 선거 제도와 다르지 않다. 특히 위임을 많이 받는 전문가가 등장해 새로운 엘리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임 한도 설정, 표 행사 외 권한 금지 등 적절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06_“헤테라키 민주주의와 유동 민주주의” 중에서
정치 팬덤은 대의제의 결함과 정당의 폐해에서 비롯된 대의 민주주의 위기의 징후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다. 그러나 이 징후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사회적 징후는 생물학적 징후와 달리 간접적으로 병리 현상을 치유하는 성격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일정한 변화를 거쳐 순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 최근 정치 팬덤의 변화도 문화 예술·스포츠 팬덤의 변화와 유사하다. 팬덤 대상과 팬덤의 관계가 수직적·일방향적 관계에서 수평적·쌍방향적 관계로 전환됨과 동시에 팬덤 대상도 다중화·다중심화하고 있다. 또한 초기에는 특정 인물에 대한 과도한 충성으로 감성화, 카리스마화, 양극화를 부추겼지만, 2010년대 이후에는 정치 개혁을 추동하는 긍정적 모습도 나타났다. 이는 엘리트주의화한 정당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역할로 볼 수 있다.
-09_“AI 시대의 정당 정치와 정치 팬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