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술이 바꾼 성의 풍경, 새로운 윤리를 묻다
기술의 진화는 인간의 성적 경험과 윤리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AI와 성의 경계》는 성적 도구의 역사에서 시작해, AI와 결합한 섹스로봇이 등장한 오늘의 현실까지 이어지는 변화의 흐름을 통찰한다. 과거 사회적 금기 속에서도 지속되었던 성 도구의 발전은 인간의 욕망이 억제될 수 없는 본성이자 문화적 표현임을 보여 준다. 이제 AI는 성적 기호 학습, 대화 능력, 감각 반응 등 인간-기계 간 상호작용을 확대하며 전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성적 관계’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쾌락의 증대에 그치지 않고, 성적 행위의 도덕성, 자율성, 타자와의 관계 방식,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성의 기준까지 다시 묻는 사건임을 강조한다. 섹스로봇과 리얼돌이 촉발하는 논쟁은 기존 윤리 규범의 해체이자, 기술-신체-감정이 결합된 새로운 성의 구조를 향한 도전이다. 저자는 세 편의 주요 논문을 바탕으로, 성적 욕구의 도덕적 해소 방식, 기술이 만든 새로운 성적 객체의 의미,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법적 규제의 방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AI 시대에 성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기술은 인간의 정서적·윤리적 세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는가? 급변하는 성의 풍경을 냉정한 윤리적 사유와 실증적 관찰로 분석하며, 미래 사회가 준비해야 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200자평
AI 섹스로봇과 기술의 발전이 성적 욕구, 윤리, 인간관계의 기준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탐구한다. 전통적 성 규범을 넘어서는 변화 속에서 사회가 마련해야 할 새로운 윤리적·법적 기준을 제시하는 책이다. AI총서.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김태경
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 조교수다. 영국 요크대학교에서 심리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인문교육연구소에서 “지각 경험에 있어서 개념주의 논변”을 연구했다(2019∼2021). 제주대학교 교육과학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부터 야기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가능한가?: 고인석 저, 《인공지능과 로봇의 윤리》에서 인공지능의 자율성과 책임귀속의 문제를 중심으로”(2023), “전통적 성윤리에 기반한 섹스로봇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은 정당한가?”(2023), “리얼돌과 섹스로봇의 상징성 문제”(2020), “섹스로봇(Sex robot)의 상용화가 갖는 윤리적 문제와 윤리적 정당성 확보에 대하여”(2019), “장기기증을 위한 뇌사자의 안락사 문제: 뇌사자의 비자의적 장기기증에 대한 윤리적 정당성 검토”(2019) 등 10편 이상의 논문을 KCI 학술지에 게재했다.
차례
새로운 경계를 탐구하며
01 성 그리고 윤리
02 성윤리의 역사
03 다양한 유형의 섹스와 전통적 성윤리의 한계
04 섹스로봇의 등장과 전통적 성윤리
05 섹스로봇의 진화와 성윤리
06 인공지능 섹스로봇의 현실성과 형상
07 섹스로봇에 대한 성 규범의 상징성과 의미 부여의 주관성 문제
08 섹스로봇 논쟁 해석
09 섹스로봇에 대한 균형 잡힌 논의
10 AI와 성의 경계
책속으로
우리는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거나 그르다고 할 때, 그것이 가지는 물질적 혹은 비물질적 속성이나 사회적·존재론적 지위 및 그것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예측 등을 도덕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도덕적 판단에 대한 이러한 경향성은 단순히 사물에만 그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물과 관련 있는 우리 행위의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데에도 역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인간의 도덕적 판단에 대한 여러 기준 중 시대적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그리고 빠르게 변화해 온 것이 바로 성과 관련된 것이라고 해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01_“성 그리고 윤리” 중에서
전통적 성윤리는 성과 성행위의 본질적 특성이나 역할과 무관하게, 주로 종교적 차원에서의 인간의 존재 목적이나 성의 인격적 측면을 근거로 성행위를 제한해 왔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서로 다른 유형의 성윤리가 각기 다른 근거를 가지고 있더라도 공통적으로 ‘성행위’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들 성윤리는 생물학적 ‘인간’이 가진 비물질적 속성−목적, 합리적 사유 능력, 감정의 교류 능력 등−에 기반해 이뤄지는 성행위만을 도덕적으로 옳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을 ‘인격체(person)’로 지칭할 때 부여되는 비물질적 속성이 성행위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그 도덕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03_“다양한 유형의 섹스와 전통적 성윤리의 한계” 중에서
리얼돌의 수입 허가 및 상용화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성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국가의 사적 영역 개입 문제도 아니다. 이는 인간에 대한 불평등하고 왜곡된 의미의 확대 문제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리얼돌과 섹스로봇과 같은 인공물이 단순한 도구적 지위를 넘어서, 인격의 침해를 구체화하는 장치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 결국, 이러한 인공물의 사회적 영향은 성적 자유와 윤리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재고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성적 인공물이 사회적 가치와 윤리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06_“AI 섹스로봇의 현실성과 형상” 중에서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지만, 우리는 긍정과 부정으로 단정하기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리얼돌과 섹스로봇은 인간의 성적 욕구와 관련이 있지만, 그 이상의 사회적 기능과 삶에 끼칠 변화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공물들이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고려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부분적 대응이 필요하다. 기술은 그 자체로 중립적이며,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사용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기술의 상용화는 그로 인한 이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섹스로봇과 같은 인공물이 사회적·윤리적 측면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기술 발전은 사회적 가치와 윤리적 기준을 재검토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09_“섹스로봇에 대한 균형 잡힌 논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