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반문화로 읽는 실리콘밸리 인공지능의 얼굴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로만 인공지능을 보는 시각으로는 지금의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인공 신경망, 데이터 시스템의 엔진, 범용 기술, 플랫폼, 고숙련 노동을 지원하는 도구까지 인공지능은 서로 다른 얼굴로 등장해 왔다. 여기에 경제학은 점, 경영학은 선, 사회학은 면으로 기술을 바라보며 해석을 달리한다. 이 책은 이러한 복잡한 기술적·사회적 모습을 넘어,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와 그 의지를 길러 낸 실리콘밸리의 반문화에 주목한다.
동부에서 온 개척자 문화, 아시아 이민자 문화, 기술자와 기업가 문화, 주류에 저항하는 반문화가 어떻게 뒤섞여 사유의 토양을 이루었는지 비트 세대, 사과 농장 공동체, 홈브루 컴퓨터 동호회, 선불교적 감수성 등 구체적 사례로 추적한다. 스티브 잡스와 백남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시적 과학을 통해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이 어떤 기술 문명을 불러왔는지 보여 준다. 나아가 래리 페이지, 일론 머스크, 프랭클린 포어, 피트 데이비스의 주장에 담긴 욕망과 금욕, 사색과 전념의 윤리를 분석하며, 인공지능이 생각과 제도, 사회를 만들어 가는 미래를 비판적으로 구상할 수 있는 시각을 제안한다.
200자평
인공지능을 둘러싼 기술 논쟁을 넘어, 그것을 만든 사람들과 실리콘밸리 반문화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점·선·면으로 설명되는 인공지능의 다양한 얼굴, 비트 세대와 히피 문화, 선불교와 예술·기술의 결합을 따라가며, 인공지능이 어떤 상상력과 가치관 위에서 탄생했는지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AI총서.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김욱진
강릉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졸업하고도 사회를 알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여 산다. 세계를 떠돌 수 있는 직업을 찾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들어갔다. 2013년부터 5년간 이란 테헤란무역관에서 일했다. 학업을 병행해 이란 국제관계대학교에서 이란학을, 테헤란대학교에서 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2021년부터는 3년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에서 근무했다. 일하면서 미주한국일보에 ‘실리콘밸리 스케치’를, 내일신문에 ‘미국 현장 리포트’를 정기 기고했다. 현재 내일신문에 ‘글로벌 포커스’를 매달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 《일상이 산티아고》, 《실리콘밸리 마음산책》이 있다. 2024년부터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AI정책전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김기배
광주과학기술원 AI정책전략대학원 조교수다. 200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2010년 서울대학교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TEMEP)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티맥스그룹(주)의 연구본부장을 역임했다. 또한 KAIST의 제4차 산업혁명 지능센터에서 수석 연구원을 지냈고, 세계경제포럼의 제4차 산업혁명 센터의 펠로우를 역임했다. 또한 KAIST와 서울대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고,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역임했다. 연구 관심사는 정보 시스템에서 집단 지능의 경험 및 수치적 네트워크 분석, 특히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AI 플랫폼을 사용하는 기업 생태계이다. 네트워크 시장의 효율적인 설계를 위한 전략과 정책을 제안한다.
차례
실리콘밸리, 반문화에서 인공지능까지
01 비트 세대가 바라본 인간과 기계
02 사과 농장 히피 공동체와 기술 기업 ‘애플’
03 언론 자유 운동에서 비롯한 홈브루 컴퓨터 클럽
04 실리콘밸리 기업의 불교적 화두
05 1984년, 백남준과 스티브 잡스의 대결
06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 선 테크놀로지
07 시적 과학과 문학적 기술
08 AI에 대한 일론 머스크와 래리 페이지의 관점
09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색 가능성
10 AI 시대의 의미 찾기, 전념의 반문화
책속으로
비트 세대에게 냉전 사회는 도식적인 삶의 방식과 사고로 인해 병들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긴즈버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감각의 둔화가 시작되었고, 머리는 신체 전체로부터 단절되었으며, 정신은 로봇처럼 기계화되었다”고 말이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긴즈버그를 비롯한 비트 운동의 주창자들은 개인적이고 체화된 경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질적 세계와 사회적 세계 모두가 의미로 충만하다고 여겼으며 그 의미는 깨달음의 상태로 지속 가능하다고 보았다.
-01_“비트 세대가 바라본 인간과 기계” 중에서
2023년 5월, 홈브루 컴퓨터 클럽과 같이 기술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던 이들에게 예술로 자극을 준 조앤 바에즈를 만난다는 필자의 설렘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버클리의 ‘화물과 구조(Freight and Salvage)’ 공연장을 찾았지만 표는 매진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한 채 매표소를 나와 버클리 시내를 정처 없이 걸었다. 집에 와서 아쉬움을 달래려 반문화 인물의 흔적이 담긴 영상을 찾았다. 2013년 베이 지역 ‘메이커 페어(Maker Faire)’의 기조 연설자로 나선 펠젠스타인을 발견했다. 1960년대의 혁명가이자 컴퓨터광인 그는 반세기가 지나고도 자신의 기원을 또렷한 목소리로 밝히고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의 뿌리는 1964년 버클리에서 일어난 언론 자유 운동과 DIY의 이상이 담긴 〈홀 어스 카탈로그〉에 있습니다”라고 말이다.
-03_“언론 자유 운동에서 비롯한 홈브루 컴퓨터 클럽” 중에서
픽사의 비약적 성장 비결은 한마디로 사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레비의 임무는 훌륭한 예술가 집단이 사업적 가치를 확보해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살아남도록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동시에 레비는 픽사가 상업적 이윤에만 골몰해 예술가 집단이 보유한 창의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06_“기술과 예술의 경계에 선 테크놀로지” 중에서
이미 인공지능은 실시간으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율주행차를 운전하고 사람들이 무슨 의료 서비스를 받을지까지 결정한다. 앞으로는 전쟁터에서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을 가질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보다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가정할 때 결국 우리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인공지능을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쉽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은 아직도 인간의 영역이다. 르모인의 주장과 달리 현재 인공지능은 지각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09_“인공지능과 인간의 사색 가능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