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정치권력으로서 AI와 오픈소스
오픈소스의 자유와 공유 철학은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전략 속에서 점점 제약되고 있다.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은 오픈소스를 표방하면서도 API·클라우드·데이터를 통해 사용자를 종속시키며, 이는 기술 민주주의가 아니라 플랫폼 자본주의의 포장일 수 있다. 따라서 오픈소스는 단순한 개발 방식이 아닌 권한 분배와 거버넌스, 정치경제적 결정체로 이해되어야 하며, 공공성·책임성·안전성 기준에 따라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도 오픈소스는 기술 주권과 공공재 확보의 전략적 수단으로 다뤄지고 있다.
책은 세 가지 분석 축을 따른다. 첫째, 정치철학적으로 기술 민주주의와 자유·자율성을 점검한다. 둘째, 기술경제학적으로 데이터·플랫폼·라이선스 구조와 디지털 무상노동 문제를 추적한다. 셋째, 법제도적으로 특허·저작권·공공 AI 정책의 충돌과 공백을 살핀다. 또한 미국·EU·중국 등 주요 국가의 전략을 비교하며 글로벌 질서 속 오픈소스의 지정학적 의미를 조망한다. 저자는 오픈소스를 단순한 라이선스가 아니라 정치철학으로 해석하며, 이를 통해 기술 중립성 신화를 벗기고 숨겨진 권력 관계를 드러내려 한다. 나아가 AI 오픈소스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강조하며, 시민사회 참여와 새로운 배분 메커니즘, 공공 정책을 통해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기술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가 더 나은 질문을 통해 미래 기술 사회의 조건을 재구성하도록 이끈다.
200자평
AI와 오픈소스를 둘러싼 기술 정치경제적 갈등을 조명하며 기술 민주주의라는 오래된 이상이 AI 시대에 어떻게 재구성되고 왜곡되는지 분석한다. ‘기술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업 중심의 ‘개방’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오픈소스를 넘어 ‘AI 공공선’과 ‘디지털 사회계약’이라는 미래의 대안을 탐색한다.
지은이
김윤명
디지털정책연구소(DPI) 소장이다. 남도의 니르바나, 땅끝 해남에서 태어났다. 광주 인성고등학교와 전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에서 지식재산법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 정보보호학을 공부하고 있다. 네이버 정책수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법제 연구를 맡았으며, 국회에서는 보좌관으로 입법과 정책을 다루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와 인수위인 새로운경기위원회에서,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후보(20대, 21대) 캠프에서 활동했다.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AI-IP 특위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변화하는 지식 재산의 지형을 함께 그렸다.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에서 ‘인공지능법’을, 전남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데이터사이언스 법과 윤리’를 강의하며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사유하고 질문하고 기록하는 일은 일상이다. 《블랙박스를 열기 위한 인공지능법》은 교육부 우수학술도서로, 《게임법》, 《게임서비스와 법》, 《인터넷서비스와 저작권법》은 문화체육관광부 세종도서(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차례
정치권력으로서 AI와 오픈소스
01 기술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AI 시대의 오픈소스 정치 철학
02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오픈소스 모델의 경제적 기반
03 모델 개방인가, 플랫폼 독점인가: 오픈소스의 경계 전략
04 AI 오픈소스와 무상 노동: 기여자의 권리와 자본의 수익화
05 기술 주권과 오픈소스: 공공 AI 개발의 조건과 한계
06 AI 특허와 오픈소스의 충돌: 폐쇄적 권리 대 개방적 이용
07 거버넌스 없는 개방: AI 오픈소스와 안전 문제
08 글로벌 기술 패권과 오픈소스 전략: 미국, 유럽연합, 중국의 AI 질서
09 공유에서 통제로: 오픈소스 라이선스의 전략화
10 오픈소스 이후의 질서: 디지털 공공성과 기술 계약의 재구성
책속으로
AI 시대의 자유 소프트웨어 정신은 기술 인프라와 자원의 분배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단순히 코드 접근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해서 기술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코드 이전에 자원과 참여의 평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AI 오픈소스는 보다 정치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01_“기술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AI 시대의 오픈소스 정치 철학” 중에서
AI 모델은 하나의 기여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수의 코드 수정, 모델 파인튜닝, 데이터 정제 등의 집합적 행위가 최종 성능을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많은 커뮤니티 구성원이 참여한다. 하지만 상업적 결과물은 대부분 단일 기업 명의로 등록되며, 수익도 독점된다. 기여자는 실질적으로 상품 개발에 참여했음에도 어떤 권리도 인정받지 못한다.
-04_“AI 오픈소스와 무상 노동: 기여자의 권리와 자본의 수익화” 중에서
오픈소스 라이선스는 코드의 사용을 허용하면서도 특정한 제한을 부과할 수 있다. 예컨대 일반 공중 사용 허가서(GPL)는 소프트웨어의 자유로운 사용 ·수정 ·배포를 허용하되, 파생 저작물에도 동일한 일반 공중 사용 허가서를 적용하도록 요구한다. 크리에이티브엠엘 라이선스(CreativeML License)는 스태빌리티 에이아이(Stability AI)가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에서 사용한 라이선스로, 모델의 활용을 허용하면서도 음란물, 폭력, 차별 선동과 같은 불법적 ·유해한 목적에 대한 사용을 금지하는 조건을 포함한다.
-06_“AI 특허와 오픈소스의 충돌: 폐쇄적 권리 대 개방적 이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