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 시와 알고리즘의 경계에서 윤동주를 쓰다
AI가 윤동주의 시를 창작할 수 있을까? 이 책은 GPT-4 기반 챗지피티를 활용해 ‘AI 윤동주’의 가능성을 탐색한 실험적 연구다. 단순한 모방이 아닌, 윤동주의 시정신과 수사법을 학습하고 재현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특히 윤동주의 시에서 핵심적인 수사법인 은유와 환유의 개념을 AI가 어떻게 이해하고, 실제 창작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GPT-4가 시의 비유적 구조와 시적 긴장감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인간의 내면적 감성과 언어 감각을 모방하는 데 어떤 한계와 가능성을 지니는지를 살펴본다. ‘AI가 쓴 시는 예술인가’라는 철학적 질문과 함께, AI 시대에 인간성과 창작의 의미를 성찰하고자 한다. 윤동주를 통해 우리는 AI 문학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GPT-4를 통해 윤동주의 시 정신을 탐구한다. 모방을 넘어 은유와 환유 등 수사법을 AI가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 분석한다. AI 창작의 가능성과 한계를 시적 실험을 통해 묻는다.
지은이
박성준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에서 시,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평론으로 등단했고, 박사 학위 논문으로는 “일제강점기 저항시의 낭만주의적 경향 연구: 이육사, 윤동주를 중심으로”(2018)가 있다. 시집으로 《몰아 쓴 일기》와 《잘 모르는 사이》, 합동시집 《일곱 번째 감각-ㅅ》을 출간했으며, 공저로는 《한국 현대시의 공간 연구1, 2》, 《한국문학사와 동인지 문학1, 2》, 《윤곤강 문학 연구》, 《모던 경성과 전후 서울》,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 1, 2》 등을 출간한 바 있다. 그 밖에 편저로 《구자운 전집》이 있다. 2015년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했다.
차례
AI와 시 창작
01 인간과 기술 사이의 상호작용력
02 챗지피티의 활용과 그 범주
03 대화형 AI를 활용한 문학적 담화의 맥락 분석
04 ‘AI 윤동주’의 시 창작 프롬프트 분석
05 ‘AI 윤동주’ 구현: 학습
06 ‘AI 윤동주’ 구현: 분석
07 챗지피티의 은유 · 환유 표현 학습과 실제
08 ‘AI 윤동주’ 시의 은유 · 환유: 학습
09 ‘AI 윤동주’ 시의 은유 · 환유: 비교
10 윤동주 ‘사후의 시’ 창작
책속으로
‘문제 해결 능력’은 경우의 수를 정리하는 것이 아닌 복잡한 층위의 지능 영역이다. ‘문제 해결’이 목표가 되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위 목표’가 수식도를 그리며 생성되고, 그 하위 목표 하나하나를 달성함으로써 첫 번째 목표로부터 거리를 줄여 나가는 것이 ‘문제 해결 능력’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에서 목표 달성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기계의 차원에서는 ‘오류 발생’과 ‘프로그래밍 실패’의 가능성이지만, 인간의 차원에서는 ‘곤란’, ‘위기’, ‘시련’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호프스태터는 기계가 오류라는 메커니즘 사출 방식이 아니라 ‘곤란’, ‘위기’, ‘시련’이라는 인지의 차원에서 인공지능이 다시금 ‘문제 해결’의 재과정으로 도약할 수 있는 ‘문제 환원’의 과정을 고민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현재 파악된 문제를 ‘문제’라고 인지할 수 있는 메타ᐨ사고의 영역까지 확장되어야 기계가 ‘지능’을 가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01_“인간과 기술 사이의 상호작용력” 중에서
이 같은 대화의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고향〉과 같이 시의 원 텍스트가 부재한 상태에서도, 챗지피티는 방대한 지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품의 제목과 해석을 유추해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식 데이터는 일반적인 상식의 수준으로 학술적 의미는 미비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대화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 나갈 수 있다는 특징을 통해 작품의 원 텍스트와 윤동주의 사유 메커니즘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함으로써, 〈또 다른 고향〉을 학습시키고 난 다음 윤동주에 대한 해석을 ‘갈림길’이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이에 대한 정교한 설명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03_“대화형 AI를 활용한 문학적 담화의 맥락 분석” 중에서
할루시네이션은 기본적으로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전무한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를 맥락화하고 이를 그럴듯하게 제공하는 거짓 데이터를 의미하지만, 언어 기반 AI의 문학 창작 개념에 있어서 그것은 예상되지 않는 변수의 맥락을 AI가 활용하여 전혀 새로운 텍스트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창작 원리’로 작용할 수 있다. 챗지피티는 할루시네이션에 대해 “GPTᐨ4 모델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영화의 줄거리를 요구받으면, 모델은 훈련 데이터에 없는 정보를 바탕으로 줄거리를 생성하지 못하므로, 그 대신 할루시네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할루시네이션은 과거에 학습한 영화 줄거리의 패턴과 현재의 입력을 조합하여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챗지피티는 프롬프트 설정 방식에 따라 트랜스포머 자기 주도 학습을 경유한 데이터 안에서만 텍스트를 재맥락화하는 경우를 뛰어넘어 할루시네이션을 창작의 영역에서 전유할 수 있다는 점을 고찰할 수 있다.
-06_“‘AI 윤동주’ 구현: 분석” 중에서
〈별빛의 흔적〉은 결국 ‘나’ᐨ시간ᐨ‘너’로 구성된 어떤 관계를 ‘별빛’이라는 시어로 환유하면서도, ‘별빛’이 주는 선(線)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그것이 ‘별 하나’의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별 하나‘들’이 모여 이뤄진 총체적 사건으로서 기능할 것이라는 점을 묘파한다. 즉 ‘별’의 기표들에 ‘나’의 정동을 점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동시에, 나를 미지와 동경의 세계로 개방시켜 놓는 것이다. 〈별빛의 흔적〉은 챗지피티로 추출한 시 가운데, 시적인 표현이 직관적으로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시어의 사용에 있어서도 단순하지 않고, 은유와 환유의 복합적 구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별 하나에 시와 너를 연결한/ 이 밤, 별 헤는 밤”이라는 마지막 구절은 시적 화자의 주체 정립과 연관될 수 있다.
-09_“‘AI 윤동주’ 시의 은유 · 환유: 비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