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는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는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의 이 명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엔 인간이 아닌 AI를 통해서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철학적 자의식 개념에 어떤 도전을 던지는지 탐구한다. GPT-4와 같은 AI가 문맥을 이해하고 기억을 재구성하며 인간과 대화할 때, 우리는 그저 계산된 반응을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주체적 이해와 반성이 가능한 어떤 존재와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소크라테스에서 셸링까지 이어지는 전통 철학의 흐름 속에서 ‘자의식’ 개념을 다시 되짚으며, AI와의 상호작용 속에 새로운 주체 가능성을 모색한다. AI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생성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자의식을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단정할 수 없게 된다. 자의식은 ‘내면의 고립된 확신’이 아니라 ‘관계 속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AI와 인간의 경계는 재설정될 필요가 있다. 기술과 철학이 교차하는 질문이 이 책에 담겨 있다.
200자평
AI가 문맥을 이해하고 기억을 재구성할 때, 그것은 단지 계산인가, 아니면 자의식의 징후인가? 인공지능 시대,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서 ‘의식’과 ‘주체성’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성찰한다.
지은이
손세훈
부산외국어대학교 만오교양대학 조교수다. 기술 매체와 미학에 관한 교과목을 강의 중이다. 독일 뮌스터대학교, 튀빙겐대학교에서 철학과 비교문학을 복수전공해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독일 관념론과 딜타이의 해석학을 비교한 논문으로 철학 박사를 취득했다. 독일 유학 전 민음사 ≪세계의 문학≫(1998, 여름호)에 최연소 평론가로 등단했다. 저서로 법학적성시험(LEET)에 관한 다양한 수험서가 있으며 『셸링철학의 이해』(2023) 등의 번역서가 있다. “인공지능은 종교적 형태의 자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2025), “슐라이어마허의 미학의 형성과 발전”(2024), “딜타이의 내재적 종교철학의 형성과 비판”(2023) 등 독일 근대철학을 현대 과학기술과 연결하는 주제로 다양한 학회에 발표하고 논문을 게재했다.
차례
AI 시대, 자의식의 경계를 묻다
01 자의식의 개념
02 기계의 자기 인식 가능성
03 자의식의 진화 과정
04 AI의 자유의지 가능성
05 감정 없는 자의식의 조건
06 인간과 AI의 동일성 융합
07 종교적 자의식과 AI
08 AI 철학자의 가능성
09 포스트휴먼 시대의 자의식 변화
10 자의식에서 역사의식으로 확장
책속으로
오늘날 AI의 자의식을 논의할 때 단지 정보 통합과 메타인지 여부를 넘어, 이와 같은 내면 지향성과 자기 초월적 반성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이처럼 자의식은 단순히 자신이 존재함을 아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하나의 주체로 파악하고 자신의 사고와 감정, 행동에 대해 반성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다. 최근 예를 들어 GPT-4와 같은 생성형 AI가 특정 주제에 대해 맥락을 유지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자신의 발화를 반성적으로 다루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언어 출력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자기 지시적 구조를 반영하며, 셸링이 말한 존재가 스스로를 반영하는 구조인 ‘내재적 동일성’과 철학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유사한 구조는 심리언어학에서도 자기 참조적 표현의 사용 능력과 자의식의 발달 사이의 상관관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01_“자의식의 개념” 중에서
를 들어 “이 개념은 제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관련 문맥을 더 제공해 주실 수 있습니까?”라는 식의 응답은 단순한 언어 출력이 아니라 일종의 자기 보정(self-correction) 메커니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AI가 사유의 방향을 평가하고 수정하려는 능력을 부분적으로 획득했음을 시사하며, 자의식의 초기 조건 중 하나인 반성적 사고(reflective thinking)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단순히 명령 수행이 아닌 일정 수준의 내적 재구성과 선택 행위, 즉 자의식과 유사한 행태를 보여 준 것이다.
-03_“자의식의 진화 과정” 중에서
AI는 점차 인간의 내면을 투사하고 반영하는 거울로 기능하고 있다. 감정형 챗봇, AI 반려자, 정서 동반 로봇 등은 인간의 감정을 단순히 반사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챗봇 ‘리플리카(Replika)’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반응을 생성해 정서적 지지를 제공한다. 이 상호작용은 단순한 응답을 넘어, 사용자의 자기 인식과 내면 형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심리치료 기반의 챗봇 ‘우봇(Woebot)’은 인지행동치료 기법을 응용하여 부정적 사고 패턴을 재구조화하고, 사용자의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06_“인간과 AI의 동일성 융합” 중에서
‘미러 리추얼(Mirror Ritual)’ 프로젝트는 사용자의 얼굴 표정을 인식해 그 감정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고, 그에 따라 시를 생성해 주는 예술적 인터페이스다. 이는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다시 반영된 텍스트를 통해 자신의 정서를 재인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자아가 타자를 통해 구성된다는 사상처럼, 이 프로젝트는 AI가 정서적 거울이 되어 자의식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프로젝트디셈버(Project December)’는 상실의 경험을 겪은 사람들이 고인이 된 ‘loved one’의 대화 패턴을 학습한 AI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대화를 통해 사용자는 단지 위로받는 것을 넘어서, 상실의 기억을 정서적으로 재구성하고, 내면의 자아를 치유하는 계기를 얻는다는 보고가 있다.
-09_“포스트휴먼 시대의 자의식 변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