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 음악은 새로운가, 반복된 질문의 현재인가
AI 음악은 갑작스러운 혁명이 아니다. 기계가 만든 소리는 음악인가, 창작자는 누구인가, 기술은 예술의 본질을 바꾸는가라는 질문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이 반복의 역사 속에서 AI 음악을 위치시키며, 지금의 논쟁이 얼마나 오래된 질문의 최신 버전인지를 보여 준다. 크라프트베르크의 기계 선언에서 시작해 구체 음악, 신디사이저, 샘플링, 알고리즘 작곡을 거쳐 오늘날 생성형 AI에 이르기까지 전자 음악의 흐름 속에서 AI를 읽어낸다.
이 책은 기술 결정론을 경계하며, AI가 음악을 파괴하거나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 대신, 기술과 인간 창작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음악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전자 음악의 역사 속 사례들을 통해,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창작의 조건을 바꾸었지만 음악 그 자체를 끝내지는 않았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또한 생성 과잉의 시대에 창작자의 역할이 어떻게 재정의되는지를 탐색한다. AI가 무한히 음악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창작자는 더 이상 ‘무에서 유를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결과를 선택하고 맥락을 부여하는 큐레이터로 이동한다. 동시에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감각, 판단, 의미 부여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 책은 전자 음악의 100년사를 통해 AI 시대의 음악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기술을 넘어서, 인간과 기계가 함께 만드는 음악의 미래를 묻는 작업이다.
200자평
전자 음악의 역사 속에서 AI 음악을 해석한다. 기계와 창작, 저작권과 예술성 논쟁이 어떻게 반복되어 왔는지를 짚으며, 생성형 AI 시대 창작자의 역할 변화를 제시한다. 기술이 아닌 인간의 선택이 음악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통찰을 담았다. AI문고.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권현우
성결대학교 미래인재융합대학 융합학부 교수다.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뮤직테크놀로지학과에서 전자 음악이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중음악콘텐츠학회 부회장, 한국융합기술연구학회 학술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 Live) Cerified Trainer이자 전자 음악 그룹 COR3A의 멤버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되어 〈겹〉(2019), 〈절대적 시간〉(2020)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MUTEK Montreal 2020〉(2020), 〈시나위 일렉트로니카〉(2021), 〈ACC 월드뮤직페스티벌〉(2025) 등의 공연을 통해 전자 음악가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앨범으로는 〈Over & Over〉(2023), 〈The Early Hits of COR3A〉(2020) 등이 있다. 주요 연구로 “생성형 AI가 전자 음악가의 창작 태도와 정체성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2026)”, “Redefining the Creator in the Age of AI: An Art-based Research on Collaborative Music Composition(2025)”, “앰비언트 음악(Ambient Music) 형식 분석: 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루바브(Rhubarb)’를 중심으로(2024)”, “한국 인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형성에 관한 연구(2024)”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앰비언트, 드론, IDM 등 전자 음악의 가치를 학술적으로 규명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차례
전자 음악의 역사로 본 AI
01 전자 음악의 정의와 기술적 지각
02 데이터로서의 소음
03 구체 음악과 전자 음악의 융합
04 신디사이저와 AI 음색 공간의 확장
05 AI와 기계적 반복의 미학
06 라이브 퍼포먼스와 실시간 상호작용
07 앰비언트 음악과 생성 시스템
08 IDM과 실패의 미학
09 큐레이션으로의 창작자
10 청취 문화 변화와 공진화
책속으로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AI가 인간이 명시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롬프트에서 ‘슬픔’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AI가 생성한 음악에서 창작자는 자신이 상상한 ‘슬픔’과는 다른 감정이나 분위기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의도치 않은 결과는 새로운 영감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영감이란 인간 내부에서, 또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지만, AI는 새로운 종류의 타자로서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물론 AI를 통한 확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기본적으로 학습한 데이터 패턴을 재조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AI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AI를 다루는 거의 모든 저작에서 묻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기술의 역사를 감각과 능력의 확장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 AI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다. 녹음이 기억을, 신디사이저가 상상력을 확장했다면, 이제 AI는 창작 과정 자체를 확장시키고 있다.
-01_“전자 음악의 정의와 기술적 지각” 중에서
파리와 쾰른의 철학의 경계가 흐려지며 하나의 통합된 전자 음악의 기초를 제공했다. 파리와 쾰른이 공유한 목표,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여는 것은 AI 시대의 생성 방식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방식이 우위에 있다기보다 어떠한 방식이 더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열 수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소리는 발견되는가, 창조되는가? 작곡가는 선택자인가, 설계자인가?”라는 파리와 쾰른의 질문은 “AI는 데이터에서 패턴을 발견하는가, 패턴을 창조하는가? 생성형 AI는 편집자인가, 작곡가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으로 돌아왔다. 기술은 변화했지만, 음악과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쩌면 이것이 예술과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이 던졌던 오래된 질문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03_“구체 음악과 전자 음악의 융합” 중에서
지난 20년간 컴퓨터 음악의 초점이 고정 매체보다 라이브 퍼포먼스에 집중되어 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모듈러 신디사이저는 이 흐름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단지 소리를 만드는 도구를 넘어 신체와 소리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노브를 돌리고 패치 케이블을 연결하는 연주자의 행위는 소리를 제어하는 것을 넘어 소리와 접촉하는 행위로 확장된다. 하드웨어 라이브의 귀환은 이 촉각적 관계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06_“라이브 퍼포먼스와 실시간 상호작용” 중에서
그렇다면 AI 시대 창작자의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 그것은 AI가 생성한 음악적 파편들에 맥락을 부여하고 내러티브를 구성하며 최종적인 미학적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다. 결과물을 선택하는 행위, 그리고 그 선택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창작자와 단순한 사용자를 구별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수노나 유디오에서 텍스트 몇 줄과 버튼 몇 번으로 수십 개의 곡을 생성할 수 있다. AI는 무한에 가까운 음악적 가능성을 생성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들 중 어떤 것이 의미 있고, 어떤 것이 아름답고, 어떤 것이 자신의 음악적 맥락에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큐레이션’이라는 창작 행위는 단지 수동적인 선별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능동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다.
-09_“큐레이션으로의 창작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