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돌봄은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가?
돌봄은 누구의 몫인가? 가족, 여성, 노동자, 외국인… 그리고 이제는 로봇. 기술이 인간 돌봄을 어떻게 보완하고,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급격한 고령화와 가족 돌봄 기능의 약화로 돌봄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AI 기반 돌봄 로봇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신체적 지원부터 정서적 상호작용, 사회적 연결까지, 로봇은 실제 돌봄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지만, 여전히 “누가 돌보는가”라는 근본 질문을 남긴다. 인간이 기대하는 ‘돌봄’은 단순한 기능 수행이 아니라 관심, 접촉, 공감에 기반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또한 AI 돌봄의 보급이 돌봄 노동의 저평가와 차별을 정당화할 위험성도 함께 제기된다.
이 책은 기술 중심의 해법을 넘어, 돌봄을 인간 존엄성과 연결된 사회적 책무로서 사유하며, AI 시대의 돌봄 윤리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기술과 인간의 경계에서 돌봄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200자평
AI 로봇이 신체를 보조하고 정서적 상호작용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돌봄’인가? 기술로 대체된 돌봄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성찰하며, 돌봄의 본질과 윤리를 새롭게 사유한다.
지은이
유경아
옥길중학교 교사, 한국교원대학교 인공지능융합전공 강사다. 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 및 동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공동 번역서로 《시민성 학습》(2020), 《사회적 지식의 발달》(2024)이 있으며, 게재한 논문으로 “인지발달론의 관점에서 본 비극과 카타르시스”(2023), “인공지능 돌봄 로봇의 윤리적 돌봄 가능성 검토”(2024)가 있다.
차례
누가 돌볼 것인가?
01 인간의 신체적 필요와 AI 돌봄
02 인간의 정서적 필요와 AI 돌봄
03 사회의 돌봄 필요와 AI 돌봄
04 돌봄의 신체적 측면
05 돌봄의 정서적 측면
06 돌봄의 사회적 측면
07 AI 돌봄과 신체의 대상화
08 AI 돌봄과 인간 역량의 제한
09 AI 돌봄과 돌봄 부정의 재생산
10 AI 돌봄의 미래
책속으로
간호 업무 보조 로봇의 대표적인 사례로 운송 로봇과 모니터링 로봇을 들 수 있다. 운송 로봇은 환자의 혈액 샘플, 식사, 약물, 의료 폐기물, 수술 도구 등을 운반해 주는 로봇이다. 보통 200병상 규모의 병원에서는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하루 약 85.3km의 물품 이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톤(Aethon)의 로봇 터그(TUG)는 병원 내 물품 이동을 자동화하여 간호 인력을 더욱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모니터링 로봇은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환자 부재와 낙상 같은 응급 상황에 알람을 보내 간호 인력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여러 환자를 동시에 간호해야 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병원의 환경에서 간호 인력이 효율적으로 환자의 안전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01_“인간의 신체적 필요와 AI 돌봄” 중에서
에이지테크란 AI나 로봇 등 디지털 기술과 연계하여 고령자와 돌봄 제공자를 위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술로, 기존의 단순한 돌봄 위주 기술을 넘어 고령자를 위한 혁신 기술과 서비스로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산업의 분야 중 조기 산업화가 가능하고 국내 산업 기반이 갖춰져 있으며 기술·시장 성장성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① 돌봄 로봇, ② 웨어러블(근력 보조)·디지털 의료 기기(건강 모니터링), ③ 노인성 질환(치매, 뇌혈관 질환 등) 치료, ④ 항노화·재생 의료(줄기세포 등), ⑤ 스마트 홈케어 5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할 분야로 선정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돌봄 공백과 높은 간병비 부담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고령자의 웰빙을 지원할 뿐 아니라 에이지테크를 수출 주도형 신성장 동력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03_“사회의 돌봄 필요와 AI 돌봄” 중에서
‘파생된 의존’이나 ‘특권적 무책임’ 같은 돌봄 문제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만 돌봄 책임을 전가하면서, 그들의 입장이나 필요를 고려하거나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데에는 소홀한 사회 구조에서 발생한다. 트론토가 제시한 ‘함께 돌보는(caring with) 사회’의 모습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참고할 만한 지침을 준다. ‘함께 돌보는 사회’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과제가 요청된다. 먼저,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돌봄 노동에 종사하거나 사회에 필요한 돌봄의 총량을 균등하게 나눠 가질 수 없겠지만, 적어도 돌봄에 대한 책임은 모든 이가 평등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돌봄과 관련된 의사 결정에 모든 이가 최대한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트론토의 함께 돌보는 사회는 구성원들이 서로 돌보고 돌봄 받을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보장하는 사회다.
-06_“돌봄의 사회적 측면” 중에서
우리 사회의 돌봄 기술 논의는 어떠한가? 별다른 의구심이나 회의 없이 돌봄 기술의 산업화와 시장화를 논의하는 것은 돌봄의 영역을 선택의 논리가 지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의존인은 고심 끝에 최고의 선택을 내려야 하는 외로운 위치에 놓이며, 의존인의 취약한 상태는 새로운 마케팅의 표적이 된다. 그러나 “좋은 돌봄은 개개인이 정보를 잘 따져 보고 선택을 내리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 돌봄은 아픈 신체와 복잡한 삶에 지식과 기술을 세심하게 적용하고자 하는 지속적이고 협업적인 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돌봄 기술은 단지 의존인의 (표면적) 웰빙이나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돌봄과 관련된 주체들의 협업을 촉진하면서 의존인이 자신의 상태에 적응하고 삶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포함한 폭넓은 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09_“AI 돌봄과 돌봄 부정의 재생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