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LLM 시대, 상담은 어디로 가는가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은 상담 및 심리 치료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언어 기반 AI인 LLM의 등장으로 인간 상담자만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정서적 민감성과 관계 중심적 상호작용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해졌다.
이 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변화한 비대면 상담 환경에서 출발해, LLM이 상담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인지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시선으로 살핀다. 단순히 기술을 수용하거나 배척하기보다는, 상담의 본질을 지키며 기술과 조화롭게 협력하기 위한 ‘전문가의 자세’에 주목한다. 상담 접근성 확대, 반복 업무의 자동화, 교육·수련 도구로서의 가능성 등 LLM의 기회 요소와 함께, 감정 이해의 한계, 데이터 편향, 윤리적 쟁점 등 위협 요소도 구체적으로 짚는다.
200자평
LLM 기반 AI는 상담과 심리 치료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생성형 AI의 활용 가능성과 윤리적 과제를 균형 있게 분석하며, 상담자가 기술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모색한다. 인공지능총서.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강수정
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 전공 조교수다. 가톨릭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상담심리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한국심리학회·(사)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급 자격을 보유한 상담심리 전문가이자 주 수련 감독자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대학교, 연세대학교, 한신대학교에서 상담 및 심리 치료, 상담자 윤리를 비롯한 상담 관련 교과목을 가르쳤고, 다문화 사회정의 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사그룹 서로오롯’을 뜻이 맞는 동료들과 운영했다. 상담자 윤리와 전문가 정체성, 다문화 사회 정의 상담, 다문화 지향이 연구 분야이며, 현대 사회를 민감하게 성찰하고 유연하게 적응하는 상담자 교육에 관심이 있다. 상담자의 디지털 윤리에 관한 연구로 “상담자의 온라인 윤리: 내담자 정보 검색 및 활용과 상담자 자기개방”(2018), “상담자의 비대면 상담 및 디지털 미디어의 윤리적 활용 연구”(2024), “상담 및 심리치료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의 적용”(2024) 등이 있다. 박사학위 논문에서는 “한국 다문화 사회정의 상담 슈퍼비전 연구: 다문화 지향을 중심으로”(2022)를 연구했으며, 후속 연구를 KCI 및 SSCI 등재 학술지에 게재했다.
차례
LLM, 기회 또는 위협
01 LLM의 원리와 상담 및 심리 치료
02 LLM 기반 상담 및 심리 치료 활용 사례
03 LLM과 인간 상담자의 협력 모델
04 LLM의 효과와 한계
05 LLM과 상담 및 심리 치료 이론별 적용
06 LLM 기반 상담 및 심리 치료의 문화적 민감성
07 LLM과 상담자 교육 및 수련
08 LLM과 평가 및 진단
09 LLM과 상담자 윤리
10 변화하는 시대, 상담자 정체성과 핵심 역량
책속으로
상담 및 심리 치료의 정의와 핵심 특성을 고려할 때, LLM이 이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며, 그 정도와 범위는 어떨까? LLM은 맥락을 반영한 언어적 상호 작용의 생성과 예측에 특화되어 있고, 상담 및 심리 치료는 언어적 상호 작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챗지피티의 도입과 더불어, 많은 연구자가 LLM은 심리학을 비롯한 정신 건강 전 영역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구체적으로, LLM의 도입은 상담 및 심리 치료 실무의 치료적 개입 향상, 관련 행정 업무의 자동화, 수련 방식 변화, 연구방법론 혁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한다.
-01_“LLM의 원리와 상담 및 심리 치료” 중에서
LLM이 상담 및 심리 치료에 활용될 때, 인간 상담자의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상담 성과를 보장하는 핵심 요소는 다름 아닌, 내담자의 특성과 맥락에 맞게 개입을 조율하고 상담 이론에 숙련된 인간 상담자의 전문성이다. 상담의 효과성에는 다양한 공통 요인이 존재하며, 그중 하나가 바로 ‘상담자 효과’다. 실제로 어떤 이론과 기법을 쓰느냐보다, ‘누가’ 그 이론과 기법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내담자와 작업 동맹을 잘 맺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내담자의 문제가 심각한 경우, 상담자 효과는 두 배 더 크게 나타나며, 내담자의 어려움이 극심할수록 상담자의 특성에 기반을 둔 인격적이고 치유적인 접촉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03_“LLM과 인간 상담자의 협력 모델” 중에서
그러나 AI 상담 도구의 확산이 곧바로 사회 정의 실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접근성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술은 오히려 구조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거나 인터넷 인프라 접근이 어려운 고령자, 저소득층, 농어촌 거주자, 장애인 등 소외 계층은 기술 발전의 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언어 간 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의 LLM이 영어 중심으로 훈련된 점을 예로 들면, 메타(Meta)의 라마(Llama) 2는 훈련 데이터의 89.7%가 영어지만 베트남어는 0.08%에 불과하다.
-06_“LLM 기반 상담 및 심리 치료의 문화적 민감성” 중에서
LLM이 위기 상황에 관여하는 경우, 내담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명확한 대응 프로토콜이 요구된다. 예컨대, LLM 상담 챗봇이 자살 위험을 감지한 상황에서 단순히 긴급 전화번호를 안내하거나, 반대로 실제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비밀을 침해하는 과잉 개입은 모두 내담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 상담자는 주 호소 문제, 심리적 상태, 성격 및 적응 수준 등을 바탕으로 초기 사례 개념화를 수립하고, LLM 챗봇이 개입할 수 있는 사례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LLM을 보조 수단으로 제한하더라도, 협력 수준과 관련 없이 최종 판단과 개입은 인간 전문가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09_“LLM과 상담자 윤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