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선 동화선집
오디오북 특집 5. 우리는 얼마나 길들여진 것일까?
김학선이 짓고 김현숙이 해설한 ≪김학선 동화선집≫
문명, 그리고 자유의 조건
인간이란 무엇인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질문이다. 지나치게 용감하고 과다하게 겸손하다. 날 것의 실존, 생명력을 잊었기 때문이다.
“얘들아, 너희들 아까 ‘꺼꺼’ 하던 소리는 뭐니?”
우리는 그 친구들이 앉은 가지 옆에 앉으며 물었습니다.
“뭐 말이야?”
“아까 기분 좋다고 힘차게 소리 지르던 것 말이야.”
“아, ‘까아 까까까까’, 이것 말이야?”
“그래, 그래.”
우리는 일제히 대답했습니다.
“까치 소리지 뭐니? 너희들은 할 줄 모르니?”
그 친구들은 이상하다는 듯 물었습니다. 우리는 창피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이상하다. 까치가 까치 소리를 몰라?”
<까치 소리>, ≪김학선 동화선집≫, 김학선 지음, 김현숙 해설, 11쪽
까치가 까치 소리를 모르는 이유가 뭔가?
사람 손에 자랐기 때문이다. 열다섯 까치 형제는 부화기에서 깼다. 시청 옥상에서 사육사의 보살핌을 받았다.
이들과 이야기하는 또 다른 까치는 누구인가?
야생 까치다. 쳇바퀴 도는 도시 생활에 싫증이 날 무렵 도시 끝 숲에 갔다가 그들을 만났다.
까치가 까치를 만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먹이를 구하고 까치 소리 내는 방법을 배운다. 까치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도시로 돌아간다.
까치가 도시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길들여졌다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이다. 자유로운 삶도 아니고 안전한 삶도 아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안한 삶,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의 삶이다.
우리 자신을 가리키는 것인가?
물질문명에 길들여진 인간이 그러하지 않은가?
우리 현실의 반영인가?
반영에서 그치지 않는다. 까치들은 회색 건물 사이에서 “깟깟” 있는 힘을 다해 외친다. 길들여진 까치지만 노력하여 본연의 모습을 찾은 것이다. 그 소리에 빌딩 조그만 창문 틈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비친다. 까치 소리는 시민들이 노력해 깨어나기를 바라는 울림이다.
당신의 작품에 새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뭔가?
도시는 인간의 욕심이 숲을 파괴하면서 만든 문명의 산물이다. 그곳에서는 인간의 교만과 욕심이 독버섯처럼 자란다. 숲에서 살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새는 인간의 잘못된 모습을 상기한다.
이 작품에서 새는 무엇을 하는가?
평론가 김현숙은 “물질문명권 내 우리의 좌표를 드러내는 상징물”이라 했다. “때로는 자유를 상실한 우리의 자화상이며, 때로는 물질문명이라는 생활환경이 지닌 불온성이나 각박함을 드러내는 장치”, “물질문명을 누리는 동안 이에 얽매여 자유를 잃고 만 현대인을 드러내는 기호”인 것 같다는 것이다. 잘 봤다.
당신의 다른 새들은 어떤가?
<말하는 새>와 <하늘새>에 등장하는 로봇새는 숲으로 돌아가 자유를 찾는다. 인간 역시 그렇게 창조주가 허락한 조화와 순응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자유의 조건은 무엇인가?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며 하나님의 도움이다. 인간 스스로 물질문명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렵다.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 무릎 꿇고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손길을 기다리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도시 아니면 숲, 양자택일뿐인가?
도시와 숲은 대비의 장치일 뿐이다. ‘도시-최악, 숲-최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도시 중심의 이기적인 문명 생활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삶의 조화는 필요하다.
조화로운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까치와 아파트>에서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여 아파트 옥상 안테나에서 살던 까치 가족의 터전을 무사히 숲으로 옮긴다. <아파트에 사는 수탉>에서 살 곳을 잃고 아파트에서 돌아다니던 병아리는 심성 고운 할머니의 손길에 의해 자란다. 수탉이 되어 새벽녘 꼬끼오 소리로 아파트 사람들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조화로운 삶은 그렇게 행복을 부른다.
이 책을 직접 오디오북으로 녹음했는가?
생소한 경험이었다. 작자의 목소리를 담는다는 면에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전문가라면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조심스럽다.
당신의 목소리가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원하는가?
목소리가 어떻게 활자를 대신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작자를 염두에 두고 들으면서 작품을 더 진솔하게 대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학선이다.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