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할리우드 비판과 K팝에 대한 자부심은 공존 가능할까? 지배와 종속의 인식 틀에 갇힌 문화제국주의론은 글로벌 문화 생산의 탈중심화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디어 지구화를 문화 생산 및 수용의 지리적 집적과 확대로 이해하는 공간적 접근이 새로운 이론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검토한다.
지은이
문상현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텔레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와 정보통신정책학회 이사, TV조선 시청자위원과 공정보도특별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분과 특별위원, ≪언론과 사회≫와 ≪방송통신연구≫ 편집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스마트미디어: 테크놀로지, 시장, 인간』(공저, 2015), 『디지털사회와 커뮤니케이션』(공저, 2014), 『소셜 미디어 시대를 읽다』(공저, 2014), 『인터넷 권력의 해부』(공저, 2008) 등이 있고, 논문으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대응 전략”(2015), “문화산업전문회사제도가 지상파방송의 드라마제작시스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2014), “미디어 산업의 지구화에 대한 통합적 분석틀의 모색: K-Pop의 사례를 중심으로”(2013),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학문적 지형과 이론적 과제”(2009) 외 다수가 있다. 미디어 산업과 거버넌스, 미디어 지구화,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이 주요 연구 분야다.
차례
글로벌 문화 생산,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01 근대화와 미디어 지구화
02 문화 생산과 국제적 불평등의 구조화
03 자본주의 변화와 문화제국주의론의 쇠퇴
04 문화 노동의 신국제 분업
05 문화 생산과 집적의 경제학
06 미디어 클러스터의 지구적 확산
07 미디어 수도와 글로벌 문화 생산의 탈중심화
08 문화 생산과 수용의 탈지역화
09 글로벌 문화 생산과 참여적 사용자
10 기술혁신과 글로벌 문화 생산·수용의 변화: 음악 산업의 사례
책속으로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의 변환은 미디어 상품의 유통 등 국가 간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인식에도 전환을 가져왔다. 국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용어 대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대체 개념이 확산되었다. 이와 함께 미디어 지구화에 대한 학문적 논의 역시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국제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여겨져 오던 문화제국주의론을 비판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과도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해석, 문화이식론적 시각, 문화 수용에 대한 무관심, 자본주의 체제의 복잡성과 기술 변화에 따른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문화제국주의론에 제기된 주요한 비판들이었다. 이런 비판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화제국주의론이 더 이상 이론으로서 현실적합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냉전과 산업화로 특징지어지는 1990년대 이전의 국제 체제를 기반으로 한 문화제국주의론이 지구화라는 정치·경제·문화적 변환을 경험하고 있는 새로운 국제 체제에서 근본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문화 생산,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중에서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미디어 기업들, 정부 및 지자체들과 미디어 노동자들은 새로운 국제 분업 체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이 체제는 일국의 영토를 넘어서며 지리적으로 확장된 지구적 시스템이다. 이런 체제에서 미국 다국적 미디어 기업은 일종의 헤드쿼터이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재정과 기획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 미디어 기업의 영향력은 도전받지 않는다. 문화제국주의론과 마찬가지로 신체제에서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질서는 불평등하고 미국의 이익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새로운 국제 분업 체제는 문화제국주의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만이 존재하며 미국이 지배하고 다른 국가들은 종속되거나 착취되는 구조는 아니다. 그보다는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 미디어 기업들, 미디어 노동자 등 다양한 구성 요소들 간에 불평등한 상호의존성(asymmetrical interdependence)이 존재하는 역동적 체제로 이해된다.
“문화 노동의 신국제 분업” 중에서
마이클 커틴(Michael Curtin, 2007)이 제시한 ‘미디어 수도(media capital)’ 개념은 문화 생산의 지구화를 공간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다. 그는 미디어 수도라는 공간적 은유를 통해 특정 도시나 지역이 어떻게 일정 지역을 아우르는 문화 생산의 중심지로 부상하는지를 설명하려고 했다. 특히 그는 미디어 지구화를 서구 문화의 헤게모니나 전 세계 문화의 동질화로 환원시키는 기존 시각들을 비판했다. 그는 미디어 지구화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왜 특정 지역이 문화 생산의 중심지가 되고, 나아가 글로벌 체제의 형성 과정에서 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지 밝혀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 수도 개념은 미국의 미디어 산업뿐만 아니라 비서구권이나 발전도상국 미디어 산업의 공간적 확장(지역적이든 혹은 지구적이든)을 중심ᐨ주변, 지배ᐨ종속의 이분법적인 틀이 아니라 문화 생산의 탈중심화라는 동등한 맥락에서 논의할 수 있게 한다.
“미디어 수도와 글로벌 문화 생산의 탈중심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