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박효선은 5·18 때 광주 시민군 홍보부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이후 ‘토박이’란 지역 극단을 이끌면서 광주항쟁을 다룬 작품들을 여러 편 발표했다. <금희의 오월> 역시 그러한 작품 중 하나로 1980년 5월 계엄군 진입에 맞서 도청을 사수하다가 전사한 이정연 열사의 실화를 여동생 금희 시각에서 극적으로 재현했다.
작품은 5.18 유가족인 금희가 과거의 일을 관객에게 알려 주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이후 1980년 5월 18일부터 31일까지의 사건이 정연과 그의 가족, 그리고 시장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시위하는 학생들을 제압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공수부대의 폭력은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이어진다.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정연은 시장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집을 뛰쳐나가 시위 대열에 합류한다. 광주 시민들과 학생들의 단합으로 잠시 계엄군이 후퇴하기도 하지만, 결국 계엄군의 총공격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정연 역시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다. 정연의 영정을 든 금희가 오빠를 잊지 않고 이날의 정신을 잇겠다고 다짐하면서 막이 내린다. 작품은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 있었던 광주 민중의 행동과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리얼리티를 획득했다.
200자평
진보 연극 운동에 앞장섰던 박효선의 작품으로, 1988년 제1회 민족극 한마당에서 공연된 이후 지방에서 순회공연되었다.
지은이
박효선은 문화운동 1세대로 1970년대 중반부터 20년간 광주를 지켜 온 문화운동가이며 연극운동가다. 전남대학교 국문과를 다녔고 재학 중 전남대 연극반에서 활동하면서 진보 연극 사회화를 위한 실험을 꾸준히 했다. 1970년대 중반, 작가 황석영 등과 함께 지역문화운동을 시작했으며 윤상원 등과 함께 들불야학 교사로 문화 강학을 하며 노동자들과 연극 작업을 했고 1978년 유명한 <함평 고구마>를 써 공연했다. 1979년 전남대 연극반, 탈춤반 후배들을 이끌고 극회 “광대”를 창단, 당시 주요 사회문제였던 돼지 파동을 소재로 ‘돼지풀이 마당굿’을 공동 창작, 연출해 연극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1980년 4월 황석영 원작 <한씨연대기>를 연습하며 동리소극장을 건립하던 중 5월 광주항쟁을 맞이한 그는 광대단원과 함께 항쟁에 투신, 항쟁 지도부 홍보부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후 몇몇 극단에서 극작, 연출을 하다가 1983년 극단 토박이를 창단해 광주를 근거지로 20여 년 동안 활동했다. 1988년 <금희의 오월>, 1993년 <모란꽃>, 1995년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1997년 <청실홍실> 등은 이러한 작업 가운데서 특별한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우리 역사에서 남도 민중의 저항 정신을 중심으로 5·18 투쟁사와 그 정신을 극화하는 데 주력했다. 1998년 간암 판정을 받은 지 석 달 만에 45세 나이로 별세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서장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막장
<금희의 오월>은
박효선은
책속으로
금희의 소리: 묘지 번호 69번! 역사의 부름에 화살로 날아간 오빠! 온몸이 부풀어 썩어 들고 확인 사살까지 당한 총흔이 이마에 뚫려 있던, 아, 너무나 참혹한 모습을 남기고 간 오빠! 망월동에 오빠를 묻고 돌아온 엄마는 몸져누우셨고 찢겨진 가슴의 피멍을 날이면 날마다 눈물로 씻어 내셨지요. 아빠는 오빠 생각이 날 때마다 오빠 방에서 혼자서 소리 죽여 우셨어요. 하지만 오빠,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슬픔에 젖어 있지만은 않았어요. 엄마와 아빠는 다른 유가족과 함께 5·18 광주의거유족회를 결성하여 민주화투쟁에 참여하셨지요. 그 핏빛 오월에 산화하신 영령들의 정신을 잇는 것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란 걸 깨달았던 거예요. 오빠는 돌아가신 게 아니에요. 지금은 망월동 차디찬 땅에 누워 있지만 오빠는 우리 가슴마다에 진달래 꽃불이 되어 살아 계세요. 사랑하는 오빠, 한 줌 흙과 나뭇잎, 풀벌레 울음소리도 이 땅에서는 모두 오빠와 한 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