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길쌈쟁이들은 집에서 짜 온 천을 제조업자 드라이시거의 집에 납품하고 그 대가로 턱없이 적은 돈을 받는다. 하지만 일이 끊기면 그나마도 못 받게 될까 봐 불평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다. 길쌈쟁이들의 불만이 쌓여 가고, 세간에 <드라이시거의 노래>가 유행한다. 이 노래를 통해 길쌈쟁이들 사이에는 “세상이 지금 곧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이 형성된다. 길쌈쟁이들의 동요를 우려한 당국은 이 노래를 금지하고, 이런 조처는 오히려 길쌈쟁이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만다. 무장한 길쌈쟁이들의 항거가 본격화되자 드라이시거의 가족과 그의 종업원들은 도망치기 바쁘다. 한편 역시 길쌈쟁이인 힐제 노인은 이런 상황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경찰의 무력 진압이 시작되고 일제사격이 있은 후 끝까지 베틀에 남아 천을 짜던 힐제 노인이 총에 맞아 쓰러진 채 발견되면서 막이 내린다.
게르하르트 하웁트만은 이 드라마를 통해 경제적 한계상황에 놓여 있던 계급의 누적된 증오가 돌발적인 폭동을 촉발하고, 그 폭동이 전략과 계획을 결여한 채 어떻게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 준다. 당국의 검열과 제재로 오랫동안 상연이 금지되었다. 논란 끝에 작품이 도이체스테아터 무대에 오르자 빌헬름 2세는 황제석 예약을 취소하겠다고 극장에 통고함으로써 공개적으로 상연을 반대했다. 1844년 6월 슐레지엔 지방에서 길쌈쟁이들이 제조업자들에게 무력 항거한 실제 사건이 극의 모티프가 되었다.
200자평
19세기 중반 독일 슐레지엔 지방 길쌈쟁이들의 삶은 비참했다. 1844년 6월 이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웁트만은 이 사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극작품 <길쌈쟁이들>을 완성한다. 이 작품은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하웁트만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지은이
게르하르트 하웁트만(Gerhart Hauptmann)은 1862년 11월 15일 슐레지엔의 오버잘츠부룬에서 태어났다. 1880년 브레슬라우의 왕립 예술직업학교 입학해 드라마, 시 등을 습작하기 시작한다. 1890년 극작가로서,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고 사무엘 피셔 출판사와 관계를 맺는다. 1892년 <길쌈쟁이들> 공연이 베를린의 치안국에 의해 금지된다. 1893년 극단 “프라이에뷔네”가 이 작품을 초연한다. 1896년과 1899년, 1905년 세 차례에 걸쳐 그릴파르처상을 수상한다. 이듬해에는 피셔 출판사에서 작품 전집을 6권으로 출판한다. 1933년 히틀러가 정권 장악하자 하웁트만은 ‘자신의 시대’가 끝났다고 공표한 뒤 공적인 활동에서 거의 은퇴한다. 1942년 80세 생일을 맞아 나치 정부 주최로 간소한 경축 행사 열린다. 1946년 6월 6일 세상을 떠나고, 7월 28일 히덴제에 묻힌다. 하웁트만이 히덴제에 묻힐 때 그의 머리맡에는 <위대한 꿈>이, 그의 두 손에는 신약성서가 놓인다. 1962년 하웁트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프로필렌 출판사에서 전집이 출간된다.
옮긴이
전동열은 연세대학교와 동대학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대학교에서 독일 자연주의와 하웁트만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 <수용이론과 해체이론에 있어서의 미확정성>, <독일 자연주의자들의 언급을 통해 본 독일 자연주의의 성격>, <독일 중세와 근대 카니발의 사회적 기능>, <라캉의 심리분석에서 기표, 의미 작용과 사이버네틱스의 작동방식>, <‘그래머톨로지’에서 ‘다이어그래머톨로지’로? 또는 스테른펠트의 ‘다이어그래머톨로지’와 데리다의 ‘그래머톨로지’의 관계는 “단지 수사학적인” 것인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길쌈쟁이들≫, ≪릴케의 예술론≫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기호학≫이 있다. 현재 홍익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작품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바우메어트 노인: 내 머릿속은 아직도 맑고 깨끗허네. 자네는 이 일에 대해 자네대로 생각을 갖고 있고, 나는 내 생각을 갖고 있는 거지. 나는 베커의 말이 옳다고 생각허네. 사슬과 밧줄에 묶여 끝을 맞게 된다고 혀도, 그려도 감방이 집에 있느니보다는 차라리 낫지. 거그서는 주는 게 더 많응게. 거그서는 굶주릴 필요도 없고 말여. 나도 이 일을 기꺼이 같이헐라고 허지는 않었었네. 허지만 한번 생각혀 봐 구스타프, 사람은 단 한순간만이라도 숨을 돌리고 살 때가 있어야 허는 법 아닌가.
188∼1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