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김관식 시 세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전후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신세대적 전통주의 범주에서 이루어졌다. 첫 시집인 ≪낙화집≫에 시조와 형태가 거의 유사한 단행시들이나, 심지어 한시를 다수 포함한 사실로 김관식의 시 창작이 전통 추구에 대한 당시 보편적인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시인은 향교 제관이었던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아 여러 유학서나 한시를 번역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습득한 한학과 유학에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 이처럼 동양 고전에 두루 능통했던 그는 특히 노장사상을 기반으로 한 서정적 세계관을 작품에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200자평
시인 김관식은 한학을 공부하면서 체득한 꼿꼿한 선비 정신을 문학과 삶의 출발로 삼는 한편, 오만과 기행으로 비쳐질 만큼 현실과 치열하게 대결했다. 시인이 생전에 출간한 ≪낙화집≫(1952)과 ≪김관식 시선≫(1956) 등을 저본으로 삼아 그의 시 대부분을 수록했다.
지은이
시인 김관식(金冠植, 1934∼1970)은 1934년 지금의 논산 지역인 충남 연무읍 소룡리에서 태어났다. 지역 문묘를 지키는 향교 제관이자 당대 윤리와 문화 교육을 담당하는 전교(典校)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시인은 부친에게 한문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학문에 눈을 뜨게 된다. 자라면서 주변에서 신동으로 불리던 김관식은 각지 선생들을 찾아 본격적으로 한학과 유학(儒學)을 공부하는데, 특히 민족의 ‘얼’을 강조한 정인보(鄭寅普, 1893∼1950)에게 배우면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꾸준히 성리학을 연구하던 김관식은 해방 이후에는 대구에 거주하면서 오세창(吳世昌)에게 서(書)를, 최남선에게 동양학을 배운다. 호남 명문이었던 강경상업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김영랑에게 현대시를 배우면서 시 창작에 뜻을 세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52년에 첫 시집 ≪낙화집≫을 출간했다. 등단도 하기 전에 시집을 발간한 셈인데, 스승인 김영랑 시인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1960년 4·19 직후 서울 용산 갑구 민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거물 정치인이었던 장면(張勉)을 상대로 맞아 선거를 치렀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고향 재산을 모두 털어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예상대로 낙선했다. 이후에는 지금의 홍은동 부근 산비탈 국유지를 무단 점거해 ‘육모정’을 짓고 살면서 가난한 문인들을 불러와 살게 하고, 고아, 부랑자들을 모아 문학을 가르쳤다. 가난과 육체적 고통이라는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1970년에 서른여섯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고향 유택과 모교인 강경상고 교정, 대전 보문산 공원에 그를 기리는 시비(詩碑)가 있다.
엮은이
남승원은 문학평론가다. 경희대학교에서 <한국 근대시의 물신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2010년 ≪서울신문≫으로 등단, 현재 문학계간지 ≪시인동네≫와 ≪포지션≫ 편집위원이다.
차례
≪낙화집≫
抒情小曲 1
抒情小曲 2
抒情小曲 3
抒情小曲 4
抒情小曲 5
抒情小曲 6
抒情小曲 7
抒情小曲 8
抒情小曲 9
抒情小曲 10
抒情小曲 11
抒情小曲 12
抒情小曲 13
抒情小曲 14
抒情小曲 15
抒情小曲 16
抒情小曲 17
抒情小曲 18
抒情小曲 19
抒情小曲 20
≪김관식 시선≫
山林經濟
歸去來辭
비 오는 날에
아이가 자다 깨어
흐르는 시냇가에서는
풀버레
≪다시 광야에≫
無題
諷謠調
虎皮 위에서
情·斷章
居山好 I
居山好 II
病床錄
廢家에 부쳐
竹林賦
한강수타령
舐痔莊에게
撫劍의 書
가난 禮讚
자다가 일어나 보니 배추밭에서
守錢奴에게
나의 스승 六堂
長栍賦
擬古風
뱀을 잡는 女人
이 가을에
山길
鹿野苑에서
猗蘭操
紫桃 素描
莊子와 나비
屋漏의 書
孝子傳
夢遊桃源圖
朔風에 기대어 말이 울면
蓮
谿谷에서
紅蓮이에게
隆冬의 書
養生修
이제 天下는
柴桑賦
山中 宰相
歸路
捫腹의 書
游鯤의 書
饔飱志
峨洋曲
古梅
나의 臨終은
琥珀
松鶻매
新羅 素描
洗禮 요한의 비둘기 떼들
賣藥翁
牧羊頌
달에 關한 이야기
創世記艸
養生銘
東洋의 山脈
靈臺에 새겨 놓은 詩
巢父許由傳
紫霞門 밖
無에 對하여
地球 最後의 날에
山
海溢 序章
瀟湘夜雨
痛哭
黃土峴에서
풀 이슬같이
石像의 노래
秋收感謝節의 雅歌
宮娥의 노래
西湖 옛 風流
山念佛
春蠶에게
다시 曠野에
古老의 敍情
귀양 가는
狂亂의 邂逅
해 넘어가기 전의 祈禱
初夜의 祈禱
無題
悲願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居山好 II
오늘, 北窓을 열어,
장거릴 등지고 山을 향하여 앉은 뜻은
사람은 맨날 변해 쌓지만
太古로부터 푸르러 온 山이 아니냐.
고요하고 너그러워 壽하는데다가
寶玉을 갖고도 자랑 않는 겸허한 山.
마음이 본시 山을 사랑해
평생 山을 보고 山을 배우네.
그 품안에서 자라나 거기에 가 또 묻히리니
내 이승의 낮과 저승의 밤에
峨峨라히 뻗쳐 있어 다리 놓는 山.
네 품이 내 고향인 그리운 山아
미역취 한 이파리 상긋한 山 내음새
山에서도 오히려 山을 그리며
꿈같은 山精氣를 그리며 산다.
≪초판본 김관식 시선≫, 남승원 엮음, 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