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물질의 이면에 내재하는 본질을 파악하는 시를 써 ‘인식의 시인’으로 불리는 김춘수 시인의 육필 시집.
표제시 <꽃>을 비롯해 88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쓴 육필 원고로 실었다.
지은이
김춘수
1922/ 경남 충무 출생, 일본 니혼대학 중퇴
1946/ ≪해방 1주년기념 시화집≫에 시 <애가>를 발표하면서 등단
1958/ 제2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1982/ ≪김춘수전집≫ 발간
2004/ 작고
수상
1958/ 한국시인협회상
1959/ 자유아세아문학상
1992/ 은관문화훈장
1997/ 제5회 대산문학상
1998/ 제12회 인촌상
2000/ 제1회 청마문학상
2004/ 제19회 소월시문학상 특별상
주요 저서 목록
시집 ≪구름과 장미(薔薇)≫(행문사, 1948)
시집 ≪늪≫(문예사, 1950)
시집 ≪기(旗)≫(문예사, 1951)
시집 ≪인인(隣人)≫(문예사, 1953)
시집 ≪제일시집(第一詩集)≫(문예사, 1954)
시집 ≪꽃의 소묘(素描)≫(백자사, 1959)
시집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少女)의 죽음≫(춘조사, 1959)
시집 ≪타령조(打令調), 기타(其他)≫(문화출판사, 1969)
시집 ≪처용(處容)≫(민음사, 1974)
시집 ≪김춘수시선(金春洙詩選)≫(정음사, 1976)
시집 ≪남천(南天)≫(근역서재, 1977)
시집 ≪비에 젖은 달≫(근역서재, 1980)
시집 ≪김춘수전집(金春洙全集)1≫, ≪시(詩)≫(문장사, 1982)
시집 ≪처용이후(處容以後)≫(민음사, 1982)
시집 ≪김춘수(金春洙)≫[한국현대시문학대계(韓國現代詩文學大系)25](지식산업사, 1983)
시집 ≪김춘수시집≫(서문당, 1986)
시집 ≪꽃을 위한 서시≫(자유문학사, 1987)
시집 ≪너를 향하여 나는≫(문학사상사, 1988)
차례
분수
소년 10
모른다고 한다 12
서풍부(西風賦) 14
부재(不在) 16
길바닥 18
꽃 I 20
어둠 22
꽃 II 24
바람 26
꽃 28
분수 30
꽃의 소묘 34
꽃을 위한 서시(序詩) 40
나목과 시
나목과 시 서장(序章) 44
나목과 시 46
동국(冬菊) 54
낙엽이 지고 56
부두에서 58
봄 바다 60
인동(忍冬) 잎 62
처용 삼장(三章) 64
보름달 68
눈물 70
개 두 마리 72
물또래 74
하늘수박 76
잠자는 처용 78
두 개의 꽃잎 80
수박 86
남천(南天) 88
석류꽃 대낮 90
처서 지나고 92
은종이 94
봄 안개 96
호도(胡桃) 98
안료(顔料) 100
흉노 102
나귀도 없이 104
고뿔 106
라틴 점묘(點描)
이베리아 탑승 110
Blue 112
마드리드의 공항 대합실 114
토레도 외곽 116
토레도 소견 118
엄마야 누나야 120
마드리드의 어린 창부 122
안다르시아 124
토레도 대성당 126
콜럼버스의 어깨 128
세르반데스 동상 130
우나무노의 안경 132
아테네행 탑승 134
아클로폴리스 점경(點景) 136
처용단장(處容斷章)
처용단장(處容斷章) 제1부 142
산보길
첫눈 174
빈혈 176
게 178
양등(洋燈) 180
순명(順命) 182
비렁뱅이 거렁뱅이 184
산보길 186
노부부 188
겨울 에게해 190
무위귀인(無爲貴人) 192
혼 194
인(仁) 196
선(善) 198
사양(斜陽) 200
고추잠자리 202
쓸쓸한 완구 204
리용에서 206
낮잠 208
소냐에게
소냐에게 212
아로샤에게 216
이반에게 218
드미트리에게 222
소피야에게 226
치혼 승정(僧正)님께 228
어둠에게 들려준 이야기 232
와르와라 234
티모파이 노인이 노래하며 이승을 떠났다 236
허리가 긴 238
우박 240
변두리 작은 승원(僧院) 242
자리 244
1880년 페테르부르크 246
혁명 248
옴스크 250
시인 연보 253
책속으로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