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누구를 위한 헌법인가!
우리의 헌법은 신성한가? 헌법은 국민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이 책은 여태껏 헌법을 신성시하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 책의 주요 논지는 1787년 여름에 미국 헌법을 만든 55명의 제헌회의 대표자들과, 헌법이 만들어지고 난 후 이를 비준하던 주 비준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경제적 이익이 어떤 관계를 갖고 있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즉 미국 헌법을, 건국 선조들이 사리사욕을 초월해서 제정한 철학적 원칙을 가진 신성한 문서라고 보는 전통적인 해석에 대항하여, 그는 미국 헌법이 동산 소유자, 채권자와 소농민, 채무자 이익집단들 간 대립의 결과였으며, 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적 문서라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이런 기본적인 논지를 바탕으로 이 책은, 기존 역사 해석의 비판, 제헌회의 대표자 선출에서의 경제적 이익, 소수 대표자 선출을 위한 투표권의 재산 자격 제한,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한 제헌회의 대표자들의 경제적 이익(특히 동산), 경제적 문서로서의 헌법과 비준회의 대표자들의 경제적 이익 등을 차례로 논하고 있다.
실증주의 사관에서 상대주의 사관으로
당시만 해도 역사학의 주된 이론은 랑케식의 실증주의 사관이었다. 하지만 찰스 비어드는 이에 반기를 들고, 상대주의 학파를 만들었다. 이것은 역사 연구에서 절대적인 진리와 완벽한 과거 복원은 불가능하고, 역사가의 주관적인 사관이 필연적으로 개입된다는 사관이었다. 결국 그의 사관이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에드워드 카에게로 이어졌고, 현재 역사학의 대표적 사관이 되었다.
이 책도 그의 상대주의 사관에 의해서 작성된 것이다. 사실 미국 헌법은 미국 법들의 최고법이자 미국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피상적인 헌법의 모습과 달리 미국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는 수많은 변수와 이해관계가 상충되었고, 합의를 찾아야 했다. 그 합의는 거대한 담론과 소소한 구절에 대한 토론과 해석의 길고 긴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일일이 모든 자구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 과정에 대표자들의 수많은 담론과 철학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했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55명의 대표자가 누구도 경제적 이해관계로 헌법을 만들었다고 구두로 고백하거나 글로 남겨둔 경우는 없기 때문에, 비어드의 글은 모두 직설법이 아닌 추정이라 할 수 있다. 그 추정이 애매모호한 철학적 언사가 아닌 분명한 역사적 사실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분명하게 다가온다.
200자평
미국의 건국 선조들이 제정한 신성한 문서라는 미국 헌법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찰스 비어드는 미국 헌법이 동산 소유자·채권자와 소농민·채무자 이익집단들 간 대립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며, 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적 문서라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이 책은 출간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의 확고한 신념에 따른 경제적 분석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미국 헌법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해석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지은이
찰스 비어드는 1874년 미국 인디애나 주의 나이츠타운에서 태어났으며, 1948년 코네티컷의 뉴헤이븐(New Haven)에서 사망했다. 그는 역사에서 사회경제적 갈등과 변화가 가지는 역동성을 강조하고, 미국의 여러 제도가 성립되는 과정에 경제적 동기가 개입되었다는 것을 분석했다. 또한 역사 연구에서 객관적인 해석을 중시하는 19세기와 20세기 초의 레오폴트 폰 랑케식 실증주의에 반기를 들고, 현대 역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학파인 상대주의 학파를 만들었다. 역사 연구에서 절대적인 진리와 완벽한 과거 복원은 불가능하고, 역사가의 주관적인 사관이 필연적으로 개입된다고 했다. 이러한 사관은 20세기의 대표적인 역사관이 되어 20세기 중반 이후 에드워드 카(E. H. Carr)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저서로, ≪미국 문명의 흥기(The Rise of American Civilization)≫, ≪루스벨트 대통령과 1941년 전쟁의 발발(President Roosevelt and the Coming of War 1941)≫가 있다.
옮긴이
양재열은 1956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75년 대구 대륜고등학교를, 1983년 계명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 라번 대학교(University of LaVerne)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1993년 계명대학교 대학원에서 <1840년대 미국 정치와 지역주의>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서양사 중에서 미국사이며 주로 미국 정치와 지역주의에 대해 공부했다. 1997년에서 2004년까지 대구신학교 부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이다. 역서로는 ≪미국 헌법의 경제적 해석≫(찰스 비어드), ≪미국의 정치국가≫(조엘 실비)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로마인 이야기≫, ≪중세인 이야기≫, ≪서양의 역사와 문화기행≫, ≪한국인을 위한 미국사≫, ≪1840년대 미국 정치와 지역주의≫, ≪미국외교사≫(공저)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저자 서문
제1장 미국에서의 역사 해석
제2장 1787년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대한 개관
제3장 헌법 제정 운동
제4장 대표자 선출의 재산 자격
제5장 제헌 회의 대표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
제6장 경제적 문서로서의 헌법
제7장 제헌 회의 구성원들의 정치적 신조
제8장 비준 과정
제9장 헌법에 대한 일반투표
제10장 헌법 비준 투표의 경제적 분석
제11장 동시대인들의 눈에 비친 비준을 둘러싼 경제적 갈등
결론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미국 헌법의 진실한 내면성은, 단순한 법률의 명제로서 그 조항들을 보아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의 방대한 편지 글들을 오랜 기간에 걸쳐 조심스럽게 검토해 봄으로써, 또 당시의 신문이나 팸플릿, 필라델피아 제헌 회의 석상에서의 논쟁 기록 및 각 주 제헌 회의에서의 논쟁 기록, 특별히 헌법 비준을 위한 투쟁 기간 동안 넓게 유포되었던 ≪연방주의론≫이라는 책자 등에 대해 검토해 봄으로써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78~79쪽
헌법은 법학자들이 말하듯이 ‘전 국민’에 의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며, 또한 남부의 연방법 무효화를 주장하는 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주장해 왔듯이 ‘주’에 의해서 창조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이해 범위가 주의 경계를 넘어 진실로 전국적인, 결집력이 강한 한 집단의 작품이었다.
-1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