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등단 30년, 소박한 단어로 사람살이를 노래해 온 고운기 시인. 다섯 권의 ‘문득 쓴 시’ 가운데 표제시 <반쯤>을 비롯한 29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글씨 한 자 글획 한 획에 시인의 숨결과 영혼이 담겼다.
지은이
고운기는 1961년 전남 보성에서 출생했다. 1980년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일본 게이오대 방문연구원,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일본 메이지대학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다.
1985년 <시힘> 동인지 창간호 ≪그렇게 아프고 아름답다≫(청하)를 간행한 이후, 제1시집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청하), 제2시집 ≪섬강 그늘≫(고려원), 제3시집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창비), 제4시집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랜덤하우스), 제5시집 ≪구름의 이동속도≫(문예중앙)를 간행했으며, 기타 대학원에서 전공한 ≪삼국유사≫의 연구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현암사> 등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차례
머리말
어느 날
칠성 시장 무실댁
늦둥이
죄 많은 밤비
좋겠다
비빔밥
익숙해진다는 것
그 극장에서 듣던 배호
끼니
문명
철조망
반쯤
저녁 비 내리는 교정
입김
구름의 이동 속도
스미다가와 강변에 다시 와서
달과 전차
늙은 야쿠자와의 밤
설국(雪國)에서
미스 개
효동일지
연가·1
연가·2
빈산
비받이
몽블랑
입동(立冬)
예수가 우리 마을을 떠나던 날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고운기는
시인 연보
책속으로
반쯤
토요일의 햇살은 반쯤 누워 오는 것 같다
반공일처럼
반쯤 놀다 오는 것 같다
종달새한테도 반쯤 울어라 헤살 부리는 것 같다
반쯤 오다 머문 데
나는 거기부터 햇살을 지고 나르자
반쯤은 내가 채우러 갈 토요일 오후의 외출.
머리말
겨울이 깊기로는 추운 한밤의 소주 한 잔이다.
아무도 따를 수 없는 나와의 독작(獨酌)
강물 위로 나는 어린 갈매기 한 마리 보고 온 밤이면 더욱 그렇다.
홀로 깊어지고 있을 계절 같은 그대여.
밤하늘로 띄우는 안부가 봄 오기 전 닿으려나 행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