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유희는 사물이 해당 명칭을 얻게 된 유래를 논의하면서 어휘 간의 음성적 연계를 실마리로 삼았다. 이러한 방법은 훈고학에서 말하는 ‘성훈(聲訓)’법이다. ‘성훈’은 달리 ‘음훈(音訓)’이라고도 불리는데, 진나라 이전의 저작에서 이미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컨대 ≪역≫ <설괘(說卦)>에서 “건(乾)은 건(健)과 같아 튼튼하다는 뜻이고, 곤(坤)은 순(順)과 같아 거스르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했고,
그러나 유희는 기존의 연구가 성훈 관계를 단순히 나열한 데 그친 것에 불만을 느껴, 해석자와 피해석자 간의 관계에 대해 진일보한 해석을 했다. 예컨대, “성(星)은 산(散)과 같아 ‘흩어지다’라는 뜻이다. 열을 지어 흩어져 분포함을 말한다”나 “피(皮)는 피(被)와 같아 ‘덮다’라는 뜻이다. 몸체를 덮은 것을 말한다” 등이 그러하다. ≪석명≫의 해석은 대부분 일리가 있어 해당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를 주지만, 몇몇 해설은 지나치게 주관적이어서 실제 증거가 부족하다. 하지만, 1700년 전에 어원학 연구에서 이러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은 대단하다 하겠으며, 이는 이후 학자들이 ‘소리에 근거해 의미를 찾는[因聲求義]’ 언어학적 연구 방법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도 ≪석명≫에는 한나라 때의 어휘가 많이 보존되어 있으며, ≪석명≫에서 운용한 성훈에도 한나라 말기의 음운 현상을 반영하고 있어, 후세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자는 형체 속에 뜻을 담고 있으며, 글자 대부분이 3300년 전의 갑골문 시대부터 지금까지 쓰이는 ‘특이한’ 문자 체계다. 따라서 해당 글자가 원래는 어떤 모습을 했고, 원래 어떤 의미였는지를 밝히는 것은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기초 작업이다. 따라서 고대 자형에 근거하고, 해당 글자의 의미를 어원적으로 파헤친 최초의 저작이라 평가되는 ≪석명≫의 해석을 충분히 참고한다면, 초기 단계의 문헌에서의 해당 한자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석명(釋名)≫은 중국 최초로 독음에 근거해 어원을 파헤친 사전으로, 한자의 최초 용례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헌이다. ≪석명≫을 국내 최초로 번역 소개하는 이 책은 전체 27부류 1501자 중 제12편 <언어에 대한 글자 풀이(釋言語)>에 실린 172자를 번역 대상으로 삼았다.
지은이
동한 때의 북해[지금의 산둥성 창러현(昌樂縣)] 사람으로, 자가 성국이다. ≪후한서≫에는 그에 대한 기록이 없으나, ≪삼국지≫·≪세설신어주≫·≪책부원귀≫ 등에 의하면, 한나라 말 때의 유명인사로 오경에 두루 통달했으며, 영제 때에는 남안 태수를 역임했고, 건안 초기 때에는 교지로 피난을 가기도 했다.
≪석명≫ 20편(금본 27편, 8권)을 지었는데, ≪이아≫의 체제를 모방한 것으로 알려졌고, 독음이 같거나 비슷한 글자에 근거해 뜻을 해석한 성훈법(聲訓法)을 활용해 해당 명칭이 붙게 된 연유를 파헤쳐, 중국 고대 어휘의 자원 연구에 큰 도움을 준다.
옮긴이
경남 의령 출생으로, 경성대학교 중문과 교수, 한국한자연구소 소장, 중국 화동사범대학 “중국문자연구와 응용센터” 겸임 교수, 한국중국언어학회 부회장으로 있다. 한자학이 주 전공이며, 한자에 반영된 문화 특징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1983년 부산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1987년과 1994년 대만 정치대학(政治大學)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자와 에크리튀르≫, ≪한자야 미안해≫(부수편, 어휘편), ≪연상 한자≫, ≪한자의 세계: 기원에서 미래까지≫ 등의 저서와 ≪갑골학 일백 년≫(5책), ≪한어문자학사≫, ≪한자 왕국≫, ≪언어와 문화≫, ≪언어지리유형학≫, ≪수사고신록≫(공역), ≪상주 금문≫, ≪관당집림≫, ≪석명: 언어에 대한 글자 풀이≫ 등의 역서가 있다.
차례
001. 道, 導也, 所以通導萬物也.
002. 德, 得也, 得事宜也.
003. 文者, 會集眾綵以成錦繡, 會集眾字以成詞誼, 如文繡然也.
004. 武, 舞也, 征伐動行, 如物鼓舞也. 故樂記曰: 發揚蹈厲, 太公之志也.
005. 仁, 忍也, 好生惡殺, 善含忍也.
006. 義, 宜也, 裁制事物, 使合宜也.
007. 禮, 體也, 得事體也.
008. 智, 知也, 無所不知也.
009. 信, 申也, 言以相申束, 使不相違也.
010. 孝, 好也, 愛好父母, 如所悅好也. 孝經說曰: “孝, 也, 畜養也.”
011. 慈, 字也, 字愛物也.
012. 友, 有也, 相保有也.
013. 恭, 拱也, 自拱持也, 亦言供給事人也.
014. 悌, 弟也.
015. 敬, 警也, 恒自肅警也.
016. 慢, 漫也, 漫漫心無所限忌也.
017. 通, 洞也, 無所不貫洞也.
018. 達, 徹也.
019. 敏, 閔也, 進敘無否滯之言也, 故汝穎言敏曰閔也.
020. 篤, 築也, 築, 堅實稱也.
021. 厚, 後也, 有終後也. 故青徐人言厚曰後也.
022. 薄, 迫也, 單薄相逼迫也.
023. 懿, 僾也, 言奧僾也.
024. 良, 量也, 量力而動, 不敢越限也.
025. 言, 宣也, 宣彼此之意也.
026. 語, 敘也, 敘己所欲說也.
027. 說, 述也, 序述之也.
028. 序, 抒也, 抴抒其實也.
029. 抴, 泄也, 發泄出之也.
030. 發, 撥也, 撥使開也.
031. 撥, 播也, 播使移散也.
032. 導, 陶也, 陶演己意也.
033. 演, 延也, 言蔓延而廣也.
034. 頌, 容也, 敘說其成功之形容也.
035. 讚, 錄也, 省錄之也.
036. 銘, 名也, 記名其功也.
037. 勒, 刻也, 刻識之也.
038. 紀, 記也. 記識之也.
039. 識, 幟也, 有章幟可按視也.
040. 視, 是也, 察其是非也.
041. 是, 嗜也, 人嗜樂之也.
042. 非, 排也, 人所惡排去也.
043. 基, 據也, 在下, 物所依據也.
044. 業, 捷也, 事捷乃有功業也.
045. 事, 倳也, 倳立也, 凡所立之功也, 故青徐人言立曰倳也.
046. 功, 攻也, 攻治之乃成也.
047. 取, 趣也.
048. 名, 明也, 名實事使公明也.
049. 號, 呼也, 以其善惡呼名之也.
050. 善, 演也, 演盡物理也.
051. 惡, 㧖也, 㧖困物也.
052. 好, 巧也, 如巧者之造物, 無不皆善, 人好之也.
053. 醜, 臭也, 如物臭穢也.
054. 遲, 穨也, 不進之言也.
055. 疾, 截也, 有所越截也.
056. 緩, 浣也, 斷也. 持之不急則動搖浣斷, 自放縱也.
057. 急, 及也, 操切之, 使相逮及也.
058. 巧, 考也, 考合異類, 共成一體也.
059. 拙, 屈也, 使物否屈不為用也.
060. 燥, 燋也.
061. 溼, 浥也.
062. 彊, 畺也.
063. 弱, 衄也, 又言委也.
064. 能, 該也, 無物不兼該也.
065. 否, 鄙也, 鄙劣不能有所堪成也.
066. 躁, 燥也, 物燥乃動而飛揚也.
067. 靜, 整也.
068. 逆, 遌也. 遌不從其理, 則生殿遌不順也.
069. 順, 循也, 循其理也.
070. 清, 青也, 去濁遠穢, 色如青也.
071. 濁, 瀆也, 汁滓演瀆也.
072. 貴, 歸也, 物所歸仰也. 汝穎言貴, 聲如歸往之歸也.
073. 賤, 踐也, 卑下見踐履也.
074. 榮, 猶熒也, 熒熒, 照明貌也.
075. 辱, 衄也, 言折衄也.
076. 禍, 毀也, 言毀滅也.
077. 福, 富也, 其中多品, 如富者也.
078. 進, 引也, 引而前也.
079. 退, 墜也.
080. 羸, 累也, 恒累於人也.
081. 健, 建也, 能有所建為也.
082. 哀, 愛也, 愛乃思念之也.
083. 樂, 樂也, 使人好樂之也.
084. 委, 萎也, 萎蕤就之也.
085. 曲, 局也, 相近局也.
086. 蹤, 從也, 人形從之也.
087. 跡, 積也, 積累而前也.
088. 扶, 傅也, 傅近之也.
089. 將, 救護之也.
090. 縛, 薄也, 使相薄著也.
091. 束, 促也, 相促近也.
092. 覆, 孚也, 如孚甲之在物外也.
093. 蓋, 加也, 加物上也.
094. 威, 畏也, 可畏懼也.
095. 嚴, 儼也, 儼然人憚之也.
096. 政, 正也, 下所取正也.
097. 教, 傚也, 下所法傚也.
098. 侍, 時也, 尊者不言, 常於時供所當進者也.
099. 御, 語也, 尊者將有所欲, 先語之也. 亦言其職卑下, 尊者所勒御, 如御牛馬然也.
100. 雅, 雒也, 為之難, 人將為之, 雒雒然憚之也.
101. 俗, 欲也, 俗人所欲也.
102. 艱, 根也, 如物根也.
103. 難, 憚也, 人所忌憚也.
104. 吉, 實也, 有善實也.
105. 凶, 空也, 就空亡也.
106. 停, 定也, 定於所在也.
107. 起, 啟也, 啟, 一舉體也.
108. 翱, 敖也, 言敖遊也.
109. 翔, 佯也, 言仿佯也.
110. 出, 推也, 推而前也.
111. 入, 納也, 納使還也.
112. 候, 護也, 司護諸事也.
113. 望, 惘也, 視遠惘惘也.
114. 狡, 交也, 與物交錯也.
115. 夬, 決也, 有所破壞, 決裂之於終始也.
116. 始, 息也, 言滋息也.
117. 消, 削也, 言減削也.
118. 息, 塞也, 塞滿也.
119. 姦, 奸也, 言奸正法也.
120. 宄, 佹也, 佹易常正也.
121. 誰, 推也, 有推擇, 言不能一也.
122. 往, 暀也, 歸往於彼也. 故其言之, 卬頭以指遠也.
123. 來, 哀也, 使來入己哀之, 故其言之, 低頭以招之也.
124. 麤, 錯也, 相遠之言也.
125. 細, 弭也, 弭弭兩致之言也.
126. 疏, 索也, 獲索相遠也.
127. 密, 蜜也, 如蜜所塗, 無不滿也.
128. 甘, 含也, 人所含也.
129. 苦, 吐也, 人所吐也.
130. 安, 晏也, 晏晏然和喜, 無動懼也.
131. 危, 阢也, 阢阢不固之言也.
132. 成, 盛也.
133. 敗, 潰也.
134. 亂, 渾也.
135. 治, 值也, 物皆值其所也.
136. 煩, 繁也, 物繁則相雜撓也.
137. 省, 瘦也, 臞瘦約少之言也.
138. 閒, 簡也, 事功簡省也.
139. 劇, 巨也, 事功巨也.
140. 貞, 定也, 精定不動惑也.
141. 淫, 浸也, 浸淫旁入之言也.
142. 沈, 澹也, 澹然安著之言也.
143. 浮, 孚也, 孚甲在上稱也.
144. 貪, 探也, 探入他分也.
145. 廉, 歛也, 自檢歛也.
146. 潔, 確也, 確然不群貌也.
147. 汚, 洿也, 如洿泥也.
148. 公, 廣也, 可廣施也.
149. 私, 恤也, 所恤念也.
150. 勇, 踴也, 遇敵踴躍, 欲擊之也.
151. 怯, 脅也, 見敵恐脅也.
152. 斷, 段也, 分為異段也.
153. 絕, 截也, 如割截也.
154. 罵, 迫也, 以惡言被迫人也.
155. 詈, 歷也, 以惡言相彌歷也. 亦言離也. 以此掛離之也.
156. 祝, 屬也, 以善惡之詞相屬著也.
157. 詛, 阻也, 使人行事阻限於言也.
158. 盟, 明也, 告其事於神明也.
159. 誓, 制也, 以拘制之也.
160. 佐, 左也, 在左右也.
161. 助, 乍也, 乍往相助, 非長久也.
162. 飾, 拭也, 物穢者, 拭其上使明. 由他物而後明, 猶加文於質上也.
163. 蕩, 盪也, 排盪去穢垢也.
164. 啜, 惙也, 心有所念, 惙然發此聲也.
165. 嗟, 佐也, 言之不足以盡意, 故發此聲以自佐也.
166. 噫, 憶也, 憶念之, 故發此聲噫之也.
167. 嗚, 舒也, 氣憤滿, 故發此聲以舒寫之也.
168. 念, 黏也, 意相親愛, 心黏著不能忘也.
169. 憶, 意也, 恒在意中也.
170. 思, 司也, 凡有所司捕, 必靜, 思忖亦然也.
171. 克, 刻也, 刻物有定處, 人所克念有常心也.
172. 慮, 旅也, 旅, 眾也. 易曰: “一致百慮.” 慮及眾物, 以一定之也.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孝, 好也, 愛好父母, 如所悅好也. 孝經說曰: “孝, 畜也, 畜養也.”
孝(효도 효): 호(好)와 같아 ‘좋아하다’라는 뜻이다. 부모를 사랑하고 좋아하기를 기뻐서 자식 좋아하는 것처럼 한다는 말이다. ≪효경(孝經)≫에서 “효(孝)는 기르다[畜]라는 뜻이며, 봉양하며 키운다[畜養]는 뜻이다”라고 했다.
-29쪽
好, 巧也, 如巧者之造物, 無不皆善, 人好之也.
好(좋을 호): 교(巧)와 같아 ‘공교하다’는 뜻이다. 솜씨 좋은 사람이 물건을 만들 때처럼, 훌륭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사람들이 좋아함을 말한다.
-120쪽
安, 晏也, 晏晏然和喜, 無動懼也.
安(편안할 안): 안(晏)과 같아 ‘편안하다’는 뜻이다. 편안해서 화목하고 즐겁고, 두려운 움직임이 없음을 말한다.
-2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