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녀 파데트≫는 조르주 상드의의 작품 연대기 중 제3기(전원소설)에 속하는 것으로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읽힌 작품 중 하나다. 상드의 일련의 전원소설들은 그녀가 소녀 시절에 호흡한 전원의 공기를 그리워하며 추상하면서 쓴 것으로, ≪소녀 파데트≫는 그녀의 천분이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이다.
≪소녀 파데트≫는 소녀 시절의 상드 자신을 모델로 한 작품으로, 부드럽고 소박한 문체는 프랑스 중부 베리 지방의 방언을 섞어 사용해 작품에 더욱 친밀감을 갖게 한다. 소박한 농촌 풍경과 아름다운 자연, 천사 같은 주인공들의 마음이 서로 조화되어 있어, 이상향을 향한 작가의 꿈과 철학이 흐르는 음악처럼 시정을 타고, 때로는 은은한 목가처럼, 때로는 웅장한 교향악처럼 읽는 이의 가슴에 줄기줄기 메아리친다. 넘기 어려운 고개 같으면서도, 꿈과 낭만으로 부푼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엮는 사랑의 심리와 갈등 속에 한 소녀의 마음은 밤하늘의 불꽃처럼 우리 마음을 승화시킨다.
비록 사건의 전개 방식이나 이야기의 완결에 천진난만한 낙관주의가 보이고, 파데트가 갑자기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 구성은 면밀성과 인물 정신분석의 결여를 드러내며, 너무 긴 대사가 다소 웅변적이기는 하지만, 가공의 농촌 풍경을 그린 다른 풋내기 오락 작품과는 엄연히 다르다. 상드가 그리는 농촌 풍경은 고요하면서도 웅대하고, 겉으론 변화무쌍하면서도 그 내면에는 평온함과 시정이 흐른다. 특히 상드가 관심과 친밀감을 갖는 농촌 사람들의 영상을 설치하는 데 그들의 풍취 있는 몸짓과 말투를 작품에서 그대로 재연하고 있어, 외면적으론 거칠지만 내면에 숨겨진 농촌 사람들의 미덕을 잘 드러낸다. 명암이 뚜렷한 상드의 전원소설의 인물들은 훨씬 더 진실성이 있다. 이 작품 속에는 굉장한 시위나 외침보다 더 절실한, 소박하고 흙냄새 풍기는 농촌 풍경이 그려져 있다.
특히 ≪소녀 파데트≫의 머리말에서 쓴 바와 같이, 상드의 사회적 관심과 혁명적 열정의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이 있는 것이다.
상드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랑을 위해서 투쟁했으며, 사랑을 믿고 사랑의 완성을 위해 노력했다. 상드의 모든 작품들도 사랑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그녀의 생애와 예술을 통해 본 사랑의 개념은 미완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드는 개인적으로 가장 불행하고 절망적인 상태에 빠졌을 때마다 그녀의 어린 시절, 할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영향을 받은 고향 베리 지방의 자연과 흙과 전원을 배경으로 한 전원소설을 썼는데, 소녀 시절의 자신을 모델로 한 어린 소녀들, 즉 ≪마의 늪≫의 마리나 ≪소녀 파데트≫의 파데트 같은 16세 소녀들이 사랑으로 성숙되는 과정을 작품화하면서 자신의 슬프고 고독한 현실적 불행을 아름답게 승화시켰던 것이다.
200자평
쌍둥이 랑드리와 실비네의 사랑, 그 한가운데에 파데트가 뛰어든다. 성격이 다른 쌍둥이가 서로 다른 사랑의 도정을 겪는 동안, 못생겼지만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파데트는 소녀들의 선망의 대상인 랑드리뿐만 아니라 고집 세고 이기적인 실비네의 뒤틀린 마음까지도 바로잡는다. 파데트는 사랑과 신화가 메마른 우리의 마음속에 꿈과 사랑과 높은 이상을 향한 눈을 갖게 한다.
지은이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 여성 작가. 아버지는 폴란드 왕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귀족 가문 출신이고, 어머니는 파리 세느 강변의 새장수의 딸로 가난한 서민 출신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윈 상드는 프랑스 중부의 시골 마을 노앙에 있는 할머니의 정원에서 루소를 좋아하는 고독한 소녀 시절을 보냈다. 18세 때 뒤드방 남작과 결혼했으나 순탄치 못한 생활 끝에 이혼하고, 두 아이와 함께 파리에서 문필 생활을 시작하여 ≪피가로≫지에 짧은 글들을 기고하며 남장 차림의 여인으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했다. 이때 여러 문인, 예술가들과 친교를 맺었다.
남녀평등과 여성에 대한 사회 인습에 항의하여 여성의 자유로운 정열의 권리를 주장한 처녀작으로 ≪앵디아나≫(1832)를 발표하여 대성공을 거두었고 같은 계열의 작품으로 ≪발랑틴≫(1832), 90여 편의 소설 중에서 대표작인 자서전적 애정소설 ≪렐리아≫(1833)와 ≪자크≫(1834), ≪앙드레≫(1835), ≪한 여행자의 편지≫(1834∼36), ≪시몽≫(1836), ≪모프라≫(1837), ≪위스코크≫(1838)등 연이어 나온 소설들도 호평을 받았다. 장 레이노, 미셸 드 부르주, 라므네, 피에르 르루 등과 교제하여 그 영향으로 인도주의적이며 사회주의적인 소설을 썼는데, 이 계열의 작품으로 ≪프랑스 여행의 동료≫(1841), ≪오라스≫(1841∼1842), ≪앙지보의 방앗간 주인≫(1845), ≪앙투완 씨의 죄≫(1845), 대표작이며 대하소설인 ≪콩쉬엘로≫(1842∼1843), ≪뤼돌스타드 백작 부인≫(1843∼1844), ≪스피리디옹≫(1838∼1839), ≪칠현금≫(1839), ≪테베리노≫(1845) 등이 있다. 1844년 ≪잔느≫를 필두로 해서 일련의 전원 소설들을 발표했는데, 이 계열의 작품으로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전원소설 ≪마의 늪≫(1846), ≪소녀 파데트≫(1848∼1849), ≪사생아 프랑수아≫(1849), ≪피리부는 사람들≫(1853) 등이 있다. 노년에는 방대한 자서전인 ≪내 생애의 이야기≫(1847∼1855), 손녀들을 위한 동화 ≪할머니 이야기≫를 쓰면서 초기의 연애 모험소설로 돌아가 ≪부아도레의 미남자들≫(1857∼1858)과 ≪발메르 후작≫(1860), ≪검은 도시≫(1861), ≪타마리스≫(1862), ≪캥티니양≫(1863), ≪마지막 사랑≫(1866), ≪나농≫(1872) 등을 발표했다. 희곡과 시, 평론, 수필, 일기, 비망록, 기행문, 서문, 기사 등 180여 편에 달하는 많은 글을 남겼다. 특히, 그녀가 남긴 편지들은 파리의 클라식 가르니에 출판사에서 조르주 뤼뱅이 26권으로 편집 완성한 방대하고 기념비적인 서간집으로 세계 문학사에서 서간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있다. 교환 서간집으로는 ≪상드와 플로베르≫(1904), ≪상드와 뮈세≫(1904), ≪상드와 아그리콜 페르디기에≫, ≪상드와 피에르 르루≫, ≪상드와 생트 봐브≫, ≪상드와 마리 도르발≫, ≪상드와 폴린 비아르도≫등이 간행되었다.
옮긴이
이재희는 한국외대 불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에서 조르주 상드 연구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프랑스와 유럽의 상드 문학 현장을 여러 차례 답사했고, 노앙에서 개최된 상드와 쇼팽 애호가 모임이나 상드 국제회의에 여러 번 참가했으며, 뉴욕 상드협회 ≪상드 연구≫지 국제 편집인이었고, 프랑스 에시롤, 노앙 상드협회 회원이었다. 현재 파리의 상드협회 회원이며 외대 불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자서전 연구서 ≪조르주 상드, 문학 상상력과 정원≫, 주제 연구서 ≪상드 연구 1, 2, 3≫이 있고, 상드 번역서로는 ≪상드 서간집 1, 2≫, 자전적 애정소설 ≪렐리아≫, 전원소설 ≪마의 늪≫, ≪소녀 파데트≫, ≪사생아 프랑수아≫, 동화 ≪픽토르뒤 성≫, ≪용기의 날개≫, ≪말하는 떡갈나무 /신성한 꽃≫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쇼팽과 상드≫, ≪상드 전기≫, ≪상드 문학 앨범≫ 등이 있다.
차례
소녀 파데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만일 그렇다면” 하고 바르보는 귀를 긁적이며 말했다. “언젠가 클라비에르 목욕탕 주인마누라가 그 애는 평생토록 결혼을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한 말 기억나오? 실비네가 만약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처럼 바보같이 동생 랑드리한테 열중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 애는 너무나 감수성이 풍부하고 열정적이어서 평생 한 여자밖에 사랑하지 못할 거라고. 오로지 한 여자밖에는.”
2.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창조물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쁜 장소란 하나도 없는 법이야, 랑드리. 난 요술쟁이는 아니지만 네 발밑에 짓밟히고 있는 하찮은 풀잎도 무엇에 소용되는지를 알고 있어. 용도를 알아냈을 때, 그것들을 사랑스럽게 관찰하게 되며, 향기와 모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정원의 꽃이나 채석장의 가시나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마음에도 적용되는 다른 어떤 것을 너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서야. 그건,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지 않거나 좋지 않은 것을 무조건 경멸한다는 거야. 그게 지나치게 되면,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될 것들을 모두 놓쳐 버리게 돼
3.
그렇다고 실뱅, 쌍둥이로 태어난 것을 핑계 삼으려 하지는 마. 주위 사람들이 그걸 너무 떠들어 댔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