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야쿠트족은 19세기까지 동시베리아에서 가장 강성한 민족이었다. 극동 시베리아 지역의 다양한 민족들 간의 교류를 주도했기 때문에 이들의 문화와 삶 속에는 부랴트족, 몽골족, 예벤족, 예벤키족, 축치족과 코랴크족 등 다양한 민족의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다. 종교적으로도 정령 숭배, 샤머니즘, 러시아 정교가 혼합되어 있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이 거주하는 사하 공화국은 러시아 연방 영토의 1/5을 차지하며 3개의 시간대가 존재할 정도로 넓다. 또 북극권의 동토대에 위치해 있어서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60도까지 내려가지만 여름에는 영상 40도까지 올라가서 연평균 기온차가 무려 100도나 되는 혹독한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 제국 시대에 이곳은 유형지로 유명했다.
야쿠트족의 풍습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1년에 두 번, 겨울과 여름에 신년을 맞이한다는 사실이다. 여름에 맞이하는 신년이 ‘이시아흐(Ысыах)’ 축제다. 지리적 특성상 혹한의 겨울을 견뎌 내며 따뜻한 여름을 고대하게 되는데, 오랜 겨울을 끝내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큰 축제를 열어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신의(信義) 있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 동물들 간의 지략 다툼이나 지혜 겨루기, 동물이 사람을 꾀로 골탕 먹이는 이야기 등 동물담을 비롯해 영웅담, 마법담 등 야쿠트인의 설화 21편이 실려 있다.
200자평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곳, 시베리아. 지역의 언어, 문화, 주변 민족과의 관계, 사회법칙, 생활, 정신세계, 전통 등이 녹아 있는 설화.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설화를 번역해 사라져 가는 그들의 문화를 역사 속에 남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시베리아 설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설화에 조금은 식상해 있는 독자들에게 멀고 먼 시베리아 오지로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한다.
옮긴이
김은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에 대한 연구로 러시아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출강 중이며, 러시아 문화와 문학에 대한 글들을 발표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림으로 읽는 러시아≫(이담북스, 2014), ≪러시아 명화 속 문학을 말하다≫(이담북스, 2010), 공저로 ≪나는 현대 러시아 작가다≫(경희대 출판사, 2012), ≪내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음식≫(이숲, 2010)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현대 러시아문학과 포스트모더니즘≫ 제1권, 제2권(아카넷, 2014), ≪북아시아 설화집 1(부랴트족)≫(이담북스, 2015), ≪겨울 떡갈나무≫(한겨레아이들, 2013), ≪금발의 장모≫(지만지, 2013), ≪나기빈 단편집≫(지만지, 2009) 등이 있다. 또한 주요 논문으로는 <<에고>에 나타난 서술형식과 솔제니친의 역사인식>, <≪소네츠카≫의 서사구조와 고전의 귀환> 등이 있다.
차례
곰과 여우
오리와 검독수리
누가 일출을 처음으로 보는가
수말과 황소
차아차하안 차아차하안
타알 타알 노파
리이바라
니이이 니이이 할멈
춉쵸요쿄욘 춉쵸요쿄욘
다섯 마리 암소를 가진 베이베리케옌 할멈
슬라브니 유데유이옌
자야치 흐보스트
테옐레이 할멈
늑대와 노인
영리한 개
오노고스토온 추오카안과 올로온 돌로온
가난한 농부
암소 세 마리와 아내 셋을 가진 노인 테예프 테예프
영리한 처녀
투툼 튜요케이
고대 용사와 전투에 대한 이야기
해설
옮긴이에 대해서
책속으로
“얼음아, 얼음아, 정말로 네가 가장 힘이 세니?”
얼음이 말했다.
“물론이지, 내가 가장 힘이 세지!”
“얼음아, 얼음아, 만약 네가 가장 힘이 세다면 어째서 해가 너를 녹여 버릴까?”
오트 소토는 해에게 말했다.
“해야, 해야, 정말로 네가 힘이 가장 세니?”
해가 말했다.
“물론이지, 내가 가장 힘이 세지!”
“해야, 해야, 만약 네가 가장 힘이 세다면 어째서 먹구름이 너를 가리지?”
오트 소토는 먹구름에게 말했다.
“먹구름아, 먹구름아, 정말로 네가 가장 힘이 세니?”
“물론, 내가 가장 힘이 세지!”
“먹구름아, 먹구름아, 만약 네가 가장 힘이 세다면 어째서 바람이 너를 몰아내지?”
−21∼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