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작가의 인생만큼이나 다양하고 실감나는 여섯 가지 이야기
이 작품은 사회 변혁을 예술의 본질적 기능으로 규정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 해방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아들의 뒤를 이어 종군하는 어머니의 이야기, 에티오피아를 침공한 이탈리아 정복자들을 험준한 산으로 유인하여 함정에 빠뜨리는 소년의 이야기, 프랑스 병사의 순수한 애정에 끌려 세속적인 이해관계를 초월한 사랑을 바치는 독일 처녀의 이야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역사의 주체는 소리 없이 사라져간 약자들이다
마르크스는 <독일 이데올로기>라는 글에서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살 수 있어야만 한다는 전제를 확립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약육강식의 현실 논리, 인간의 자유를 자본의 자유로 대체시켜 버린 자본주의 체제, 제국주의하의 억압된 민중들의 삶은 바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와 기반을 찾기 위한 여정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에 나타난 민중들의 삶은 놀랍도록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다. 바로 그 공감의 뿌리가, 현실을 괴롭지만 보다 명확하게 직시토록 하는 힘을 발휘한다. 이는 바로 이 작품의 목소리가 진실하다는 방증인 것이다.
파시즘 체제 아래, 약육강식의 현실 논리 속에서, 억압받고 신음하는 약자들. 그러나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약자들. 이 작품을 통해 제거스는 이들이 바로 역사의 주체라고 주장하며 그들의 역사를 정교하고 강직하게 다시 쓰고 있다.
200자평
역사의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왕조 중심, 권력 중심의 역사관이 아니라 민중들, 약자들의 존재야말로 역사의 주체였음을 증언했던 작가 아나 제거스. 이 작품은 총 아홉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원전 가운데 그 문제의식을 잘 보여주는 여섯 개의 이야기만 선별해 번역한 것이다. 우리는 이 작품에 나타난 현실 상황에 대한 묘사와 생동감 있는 등장인물을 통해, 그들의 아픔과 좌절에 공감하면서도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지은이
아나 제거스(Anna Seghers, 1900∼1983)는 독일 남서부의 마인츠에서 부유한 고미술상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여고 시절 시인 실러에 심취했으며, 대학에서 역사, 미술사, 중국학을 공부했고, 제1차 세계대전 동안 러시아 혁명의 과정에서 망명해 온 공산주의자들의 영향을 받는다. 연구와 더불어 창작 활동에도 매진했던 제거스는 1929년 ≪성 바르바라 마을 어부들의 봉기≫(1928)로 클라이스트 상을 받아 작가로서 이름을 떨치게 된다. 1928년 독일 공산당에 가입한 그녀는 곧이어 프롤레타리아혁명작가동맹의 회원이 되었고, 망명지에서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던 제거스는 1942년 대표작인 ≪제7의 십자가≫를 완성한다. 제거스는 나치 정권이 무너진 후 1946년, 당시 소련 점령 지역이던 후일의 동독 베를린으로 귀환한다. 1951년에 동독 예술원 창립회원이 되었고, 1952년 독일작가동맹 의장으로 선출된다. 이후 1980년에는 노동 영웅 칭호를 받았고, 1981년 소련으로부터 10월 혁명 훈장을 받았다. 이후 1983년 6월 동베를린에서 사망한다. 주요 작품으로 ≪성 바르바라 마을 어부들의 봉기≫(1928), ≪제7의 십자가≫(1942), ≪죽은 자들은 영원히 젊다≫(1949), ≪약자들의 힘≫(1965), ≪기이한 만남≫(1973), ≪하이티의 세 여인≫(1981) 등이 있다.
옮긴이
장희창은 1955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와 동 대학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문학박사). 현재 동의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독일 고전 번역과 고전 연구에 종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독서 평론집 ≪춘향이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가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 ≪색채론≫, ≪괴테와의 대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양철북≫, ≪게걸음으로 가다≫, ≪나의 세기≫(공역), ≪현대시의 구조≫, ≪약자들의 힘≫, ≪미메시스에서 시뮬라시옹까지≫, ≪책그림책≫, ≪빈털터리들≫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어머니
안내자
예언자
갈대
대결
연인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지상과 공중의 프랑코 군대에 의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고향 땅의 외곽 국경선까지 추격당했던 구불구불한 피난민 대열 속에서, 슈바이게르트 부인은 작고 가벼운 손가방을 든 채 단 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