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총 5장으로 구성해 사람이 죽은 뒤의 절차를 차례로 보여 준다. 박수무당 석출이 노모의 부탁대로 산오구굿을 주재하고, 노모는 곧 죽은 척을 한다. 염(殮)을 마친 노모의 몸이 관 속에 자리 잡고, 아들들은 석출의 말대로 상복을 입고 상주가 되어 문상객을 받는다. 노모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저승사자 셋이 등장하면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무대는 거대한 굿판과 노래로 뒤덮인다.
<오구>는 삶과 죽음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석출이 직접 관객을 향해 말하면서 관객이 굿판에 참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부분이나, 죽은 척하던 노모가 자기 몸을 함부로 대하는 것에 항의하자 이건 실제 상황이 아니니 대충하자고 하는 대사는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깨뜨리면서 죽음과 삶 역시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인간의 생각이 날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하는 저승사자의 대사는 인간에게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1989년 가을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 극단 쎄실의 채윤일 연출로 초연했다. 이윤택은 이 작품으로 한국평론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예술가상(연극 부문)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이윤택이 직접 연출을 맡아 영화로도 제작했다.
200자평
죽음을 앞둔 노모가 자신의 극락왕생을 위해 벌이는 굿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한 오구굿은 이 작품에서 살아 있는 노모가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산오구굿’으로 바뀌었다. 한국적 연극의 원형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죽음의 형식’이라는 부제처럼 노모의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지은이
이윤택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남고등학교, 방송통신대를 거쳐 ≪부산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1986년 기자 생활을 접고 연희단거리패를 창단, 부산 중구 광복동에 가마골소극장을 열면서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 지역 극단으로서는 최초로, <시민 K>, <오구: 죽음의 형식> 등을 서울 무대에서 선보이면서 실험적 연극의 기수로 등장했다. 창작극을 집필, 연출하는 것 외에도 시나 소설 등을 연극으로 재창작하거나, 외국 희곡을 우리 정서에 맞게 재해석하는 등 독특한 상상력이 가미된 무대를 선보여 왔다. 또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도솔가>, <천국과 지옥>, <이순신> 등 뮤지컬 연출과 제작을 통해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발전시켰다. 1999년부터 밀양연극촌에서 연극 공동체를 운영하며 연극에 대한 고찰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시민 K>(1988), <오구: 죽음의 형식>(1989), <문제적 인간, 연산>(1995),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1995)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 노모와 아들
2. 죽음을 위한 형식 – 굿
3. 죽음의 형식 – 몸 거두기
4. 죽음의 형식 – 초상집
5. 죽음의 형식 – 저승사자
6. 산 자를 위하여
<오구: 죽음의 형식>은
이윤택은
책속으로
맏상주: (관을 끌어안으며) 엄마, 나 장땡 잡았소오-
석출: (차고 일어서며) 어차피 깜깜 세상, 인간들은 구천 생각으로 하릴없이 슬퍼하지 말고, 여기 산 목숨이 바쳐 올리는 사바세계 한판 놀이극을 즐기면서, 마음 턱 놓고 저승길로 가자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