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난한 달동네를 배경으로 허리춤에 자신의 장례비 백만 원을 지니고 살아가던 독거노인 강옥자의 죽음을 다룬다. 1막에서는 이웃들에게 음식과 정을 나눠 주며 살던 강옥자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고, 2막에서는 범인으로 지목된 이웃들이 노파의 죽음에 어떻게 연루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죽음의 세계로 떠난 노파는 죽기 전 꿈속에서 보았던 탑 쌓는 소년을 만나 길가에 하얀 꽃으로 피어난다.
일상적 디테일을 제거하고 간결한 구성과 전형적인 캐릭터, 또 잠언적인 대사를 통해 삶과 죽음을 성찰했다는 평가다. 2003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극단 청우 제작, 김광보 연출로 공연했다. 초연 당시 ‘올해의예술상’ 연극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에 재공연했다.
200자평
2막 희곡이다. 사실주의와 상징주의를 교직한 작품으로 현대사회의 물신화한 풍경 속에서 죽음을 성찰했다.
지은이
고연옥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으로 등단했다. 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로 사회적 사건과 실화에서 소재를 찾아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발표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인류 최초의 키스>, <웃어라 무덤아>, <일주일>, <백 중사 이야기>, <발자국 안에서>, <달이 물로 걸어오듯>, <내가 까마귀였을 때>, <주인이 오셨다>, <지하 생활자들>, <칼집 속에 아버지>가 있다. 2001년 <인류 최초의 키스>가 ‘올해의연극베스트3’에 선정되었으며, 2004년 <웃어라 무덤아>로 ‘올해의예술상’ 연극 부문 우수상, 2007년 <발자국 안에서>로 서울연극제 대상과 희곡상을 수상했다. 2011년 <주인이 오셨다>가 ‘올해의연극베스트7’에 선정되었으며 그해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웃어라 무덤아>는
고연옥은
책속으로
미나: 할머닌 억울하게 돌아가셨어요. 할머닌 날마다 죽음을 기다렸지만, 그건 기다리던 죽음이 아니었어요. 할머닌 아무리 외롭고, 고단해도 죽음과 같이 사셨어요. 장례비 할 백만 원을 품고, 죽는 것과 같이 사셨다고요. 장례를 치르기 위해 온 사람들이 먹도록 김치도 담그시고, 쌀독도 채워 두셨다고요. …그날 밤, 당신들이 돌아간 뒤 할머니를 봤어요. 할머니는 잠들어 있는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편안해 보였어요. 당신들의 더러운 살인을 감추고 있었어요. 그래선 안 돼요. 할머닌 그렇게 죽어선 안 돼요.